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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보 같은 하느님 사랑/신앙의 해[194]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03 조회수547 추천수2 반대(0) 신고


                                                                           그림 : [단내] 성당 외부

예수님은 또 비유를 들으셨다. “어떤 사람이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치고 확을 파고
탑을 세웠다. 그리고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났다. 포도 철이 되자 그는 그들에게
종 하나를 보내어, 밭의 소출 얼마를 받아 오라고 보냈다. 그런데 소작인들은 그를
붙잡아 매질하고서는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주인은 다시 다른 종을 보냈지만, 그들은
그의 머리를 쳐서 상처를 입히고 모욕하였다. 그리고 주인이 또 다른 종을 보냈더니
그를 죽여 버렸다. 그 뒤에 또 많은 종을 보냈지만 더러는 매질하고 더러는 또 죽였다.”

예수님의 말씀은 계속 되었다. “이제 주인에게는 오직 하나, 사랑하는 아들만 남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라며 그를 보냈다. 그러나 그들은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도 죽이자. 그러면 이 상속 재산을 우리가 차지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그를 죽이고는 밖으로 던졌다. 그러니 포도밭 주인은
어떻게 하겠느냐? 그는 돌아와 그들을 없애 버리고 포도밭을 다른 이에게 줄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포도밭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다. 그리고 악한 소작인들은 유다교의
지도자들일 게다. 하느님은 이스라엘에 포도밭의 종인 예언자들을 끊임없이 보내셨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예언자들을 조롱하고 박해하였다.
그러자 마지막에는 당신의 아들을 보낸다. 그들은 전과 다름없이 고집을 부리고
순종하지 않을뿐더러 악하게도 그 아들마저 잡아 죽인다.

하느님은 이만큼 당신의 자녀들을 사랑하셨다.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그만큼 많이
감사하며 살아야 할 게다. 이것이 사람의 도리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그 사랑을 배반한다. 그분의 사랑을 많이 받을수록
불성실에 대한 책임도 그만큼 크게 되리라. 이제 포도밭의 주인은 소작인들을
없애시고 포도밭을 다른 이들에게 넘길 것이다.

하느님은 당신의 모든 것, 곧 아드님까지도 우리에게 주셨다. 그분께서는 인간사랑에 모든 걸 다 주신 것이다. ‘사랑은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마술’이란다. 사랑에 빠지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고, 늘 부족한 듯 목말라한다나.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마음일 게다. 포도밭 주인이신 하느님은 이제 우리에게 포도밭을 넘겨주셨다.
포도밭의 일꾼인 우리가 할 일은 다른 사람을 위해 ‘바보 같은 사랑’을 해야 하리라.
 

사랑에 관한 한 하느님은 오직 한 방향이시다. 베풀기만 하신다. 하지만 인간은
이중적이다. 두 얼굴로 사랑을 대한다. 좋으면 달려가고 싫으면 돌아선다.
그러기에 사랑과 미움, 배신과 뉘우침이 반복된다. 오직 한 길로 믿는 자세야말로
하느님을 닮는 행위이다. 하느님은 늘 계산하지 않으셨다. 그토록 은혜를 저버리는
소작인이었지만 당신께서는 사랑으로 기다려 주셨다. 우리가 정직한 마음으로
그분 앞에 선다면 ‘사랑하는 마음’을 언제나 다시 주실 게다.
계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사는 방법도 알려 주시리라.
 

이렇게 베푸는 것에는 물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정한 말 한마디, 온화한 눈빛
하나가 이웃을 기쁘게 만든다. 따듯한 말이 자선이 되고, 웃음 가득한 표정이 의인을
만든다. 우리는 매일 만나는 이에게 얼마나 기쁨을 주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자.
가까이 지내는 이에게 먼저 의인이 되어야 참된 길로 나아갈 게다.

예수님의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마르 12,1-12)’에서는 예언자를 알아보지 못한
이스라엘의 비극적 역사가 아니라, 이스라엘을, 아니 전 인류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느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치 자식에게 속는 줄 알면서도 자식에게
필요한 것을 보내 주는 부모 마음처럼,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매 맞고 박해받고
죽임을 당할 줄을 뻔히 알면서도 당신은 끊임없이 사랑을 주셨다.
이런 바보 같은 하느님 사랑은 예수님을 통해 그 절정에 이른다.

한 개인의 역사에도 하느님 사랑은 이렇게 다가온다. 우리는 주어진 ‘포도밭’을 잘
가꾸어 좋은 열매를 맺으라고 얼마나 많은 양심의 소리를 듣는지.
아니 우리는 그 소리를 무시하면서 얼마나 많은 죄악을 저지르는지를.
바보 같은 하느님 사랑은 이렇게 우리 삶 안에서 상처 입은 예수님의 모습으로
십자가에 달려 있다. 바보 같은 하느님 사랑 이야기는 먼 옛날 옛적의 것이 아닌,
신앙의 해를 보내는 바로 오늘 우리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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