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단순함의 미학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06 조회수725 추천수11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연중 제9주간 목요일


<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


복음: 마르코 12,28ㄱㄷ-34






 그리스도의 성면


 키예프 화파 작


     < 단순함의 미학 >

          저는 워낙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자란지라 유치원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들어가 보니 어떤 아이들은 숫자를 10까지 셀 줄 알고, 어떤 아이들은 깍두기공책에 한글이라는 것을 쓰고 있었습니다. 참 신기해 보였고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 온 아이들 같았습니다. 덧셈과 뺄셈을 할 때 유치원을 나오지 못한 우리들은 손가락과 모자라면 발가락까지 사용해가며 산수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러나 곱셈, 나눗셈이 나오자 손가락 발가락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 다음 사용했던 것이 주판입니다. “1전이요, 2전이요...” 하면서 주판으로 계산을 하다보면 손가락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능률적인 계산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집에 주판 하나쯤 가지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제가 알던 어떤 아이는 주산과 암산을 잘 해서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은행에 취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와 계산기가 나오면서 주판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졌습니다.

이렇게 중학교에 올라와서 배우게 된 것이 컴퓨터였습니다. 그 때는 도스(dos)’라고 하는 운영체계를 이용했습니다. 계산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프로그램을 짜서 쳐 넣고 숫자만 바꿔 가면 집어넣으면 자동적으로 계산을 해 주었습니다. 손발이나 주판으로는 할 수 없는 어려운 계산도 쉽게 이루어졌습니다. 컴퓨터는 정말 위대한 발견이었습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 계산기였습니다. 그 때는 이 계산기 때문에 인간의 뇌가 작아질 것이라고 걱정들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떻습니까? 컴퓨터로 할 수 없는 것이 없습니다. 계산은 물론이고 세상의 모든 정보들을 원하는 대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계산이나 정보를 얻는 것이 손가락이나 발가락, 혹은 도스 프로그램을 짜는 것보다 훨씬 단순화 되었습니다. 단순화 되었는데 그 활용능력은 비교할 수 없게 발전되었습니다. 이것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더 큰 능력을 발휘하려면 조작은 더 단순화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영성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하면 이미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입니다. 고생은 엄청 하면서도 얻는 결과는 하찮은 것입니다. 아빌라의 데레사는 이런 단계를 우물에서 물을 길어 밭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고생은 많지만 얻는 결과는 매우 미약한 것입니다. 데레사 성녀는 그 다음엔 물이 흐르는 곳으로부터 수로를 연결하여 자신의 밭에 물을 주는 수준으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고생은 덜 하지만 물은 자연적으로 자신의 꽃밭을 적십니다. 그리고 가장 높은 수준은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하늘에서 비가 내려 온 밭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결국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이 높은 수준이 아니고 노력을 덜 하면서도 더 큰 열매를 맺는 것이 높은 수준이란 뜻입니다. 염경기도나 묵상기도로 하루 종일 기도한 것보다 그저 하느님께 잠시 빠져 있다가 나오는 관상기도로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은총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많은 수고를 한다고 해서, 더 복잡하다고 해서 칭찬 받을 것은 없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단순하고 쉽게 할 수 있을 때 고수인 것입니다.

 

율법학자들은 613가지의 율법 중에서 무엇이 가장 큰 계명이냐고 묻습니다. 혼돈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계명을 10개를 주었는데, 그들은 그것을 수백 개로 늘려서 더 복잡하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10계명의 본 뜻을 모르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아주 단순하십니다. 그 가운데서 하느님 사랑이 모든 계명을 통괄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웃사랑도 이에 못지않다고 하십니다. 단순하다는 것은 그 본질을 볼 줄 안다는 것이고 법의 고수란 뜻입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한 마디로 하느님의 계명을 집약시키십니다.

이것만 잘하면 돼!”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전체적인 것을 다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하느님 한 분에게서 모든 것이 나왔듯이,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단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라는 단순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모든 속성을 알고 난 다음에서야 가능해집니다. 왜냐하면 사랑이 하느님의 다양한 본성을 종합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복잡하게 말하는 사람은 조심하십시오. 그는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자신도 정신이 없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힘들 때는 마음이 복잡했을 때였습니다. 사제가 되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사회에서 살아야 하나 고민할 때였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제가 사제가 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확신했을 때 단순해졌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 마음 안에서 모든 것을 단순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고민할 거리를 없애버립니다. 머리가 복잡하다면 아직은 내 자신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뜻을 온전히 따르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삶은 매우 단순해집니다. ‘아멘밖에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갈등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닙니다. 단순해집시다. 내 안에 주인이 한 분이시라면 복잡하고 싶어도 복잡해 질 수 없을 것입니다. 어린이처럼 된다는 것 중에 이 단순성도 큰 의미를 지니는 것입니다.

 

볼링을 할 때 1번 핀은 맞추지 못하면 절대 스트라이크가 나오지 않습니다. 10핀이 있지만 사람들은 그저 맨 앞의 1번 핀은 겨냥합니다. 10개를 다 보는 사람은 오히려 볼링을 칠 줄 모르는 사람인 것입니다.

만찬가지입니다. 인도네시아나 아마존의 밀림에서 벌목한 나무는 강물에 띄워 하류로 보낸다고 합니다. 굽이를 돌다보면, 소용돌이치면서 한 곳에 나무가 뒤엉키기도 합니다. 뒤엉킴을 푸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전체를 꼬이게 만드는 한 나무를 빼내는 것입니다. 꼬이게 만드는 한 나무만 빼내면, 뒤엉킴이 풀리고, 다시 나무가 흘러간다고 합니다. 결정적인 나무 하나를 보는 눈, 그것이 능력인 것입니다. 우리도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볼 줄 아는 고수들이 될 줄 알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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