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남을 위한 삶/신앙의 해[200]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09 조회수376 추천수4 반대(0) 신고


                                                                         그림 : [천호] 십자가의 길

예수님은 목자 없는 양들처럼 여겨진 이에게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을
가르치신다. 여기서 ‘가엾은 마음이 들다.’라는 동사는 우리 몸 배 속의 ‘내장’을
의미하는 낱말에서 나왔단다. 그러니까 ‘가엾은 마음’이란 속이 ‘요동칠 정도의 감정’을 의미할 게다. 이 말은 예수님의 마음 상태를 묘사할 때 자주 쓰이지만 성경 곳곳에
그 마음의 흔적이 나타나 있다.

길에서 강도에게 폭행당해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고서는 속이 요동칠 정도의 연민을
느낀 착한 사마리아인, 만 달란트를 빚진 종에 대해 가엾은 마음이 들어 탕감해 준
주인, 미리 유산을 받고 도망친 아들이 알거지가 되어 돌아오는 모습을 멀리서
알아보고 가엾은 속마음을 갖는 아버지가 그 예가 될 수 있을 게다.

이처럼 가엾은 마음이 든다는 건
상대방의 고통과 아픔이 그대로 나에게 전달되어 내 마음이 요동치는 거다.
이러한 감정을 예수님도 느끼시어 시도 때도 없이 약한 이를 만나신다.
우리도 간절히 예수님을 찾을 때 그분은 그러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시리라.
 

따라서 당신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신 예수님 주위에는 늘 가난한 사람들,
약한 사람들, 병든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은 그들이
예수님에게는 꼭 나타나신다. 그분의 눈에만 그들이 보이셨는지?
 

‘바로 그 뒤에 예수님께서 나인이라는 고을에 가셨다. 제자들과 많은 군중도 그분과
함께 갔다. 예수님께서 그 고을 성문에 가까이 이르셨을 때, 마침 사람들이 죽은 이를
메고 나오는데, 그는 외아들이고 그 어머니는 과부였다. 고을 사람들이 큰 무리를 지어
그 과부와 함께 가고 있었다. 주님께서는 그 과부를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에게, “울지 마라.” 하고 이르시고는, 앞으로 나아가 관에 손을 대시자 메고 가던
이들이 멈추어 섰다.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그러자 죽은 이가 일어나 앉아서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그 어머니에게 돌려주셨다.(루카 7,11-15)’
 

이탈리아의 항구 도시인 제노바의 앞바다에 무게가 8톤이나 되는 거대한 그리스도
상이 잠겨 있는데,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단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그곳에서 큰 해전이 벌어져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래서 그 바다 속 깊은 곳에 묻힌
수많은 젊은이의 영령을 기리며 주로 그 부모님들의 헌금으로 이 조각을
봉헌하였다나. 이 그리스도상은 예수님께서 높은 곳에 우뚝 서서 우리를
통치하시는 분이 아니라, 아주 낮은 곳에 내려오시어 우리와 함께 슬퍼하시고,
고통당하시고, 함께 짐을 지시는 분이심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게다.

과부의 죽은 외아들을 살리신 이야기에서 예수님이 느끼신 가엾은 마음의 깊은 사랑을
잘 볼 수 있다. 예수님은 나인이라는 고을 성문에서 장례 행렬을 보셨다. 죽은 이는
젊은이였고, 그의 가족이라곤 어머니뿐이었을 게다. 과부는 당시에 의지할 데 없는
약자 중의 약자였는데, 그녀는 그나마 아들이 살아 있을 때에는 견딜 수 있는 힘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아들마저도 세상을 떠났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

예수님 이야기를 보면 누구인가 청했을 때에야 예수님께서 응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나인 고을의 이야기에서는 예수님께서 스스로 먼저 나서신다.
가엾은 마음으로 예수님은 과부를 위로하시고 죽은 그녀의 외아들을 살리신다.
예수님의 눈에만 보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그 과부에게는 행운이 뒤따랐다.
예수님의 깊은 연민과 자애심을 엿볼 수 있다.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로마 12,15)” 예수님을
믿는 우리는 그분의 눈에만 보이는 약한 이를 찾아 눈길 발길을 돌려야 한다.
예수님께서 그러하시니, 우리 또한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쏟아야 할 게다. 예수님은 슬퍼하는 이와 함께 슬퍼하시고, 외로운 이와 늘 함께
외로움을 나누신 자비로우신 분이셨다. 예수님의 온 생애는 ‘남을 위한 삶’
그 자체였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가 새겨야 할 마음가지이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