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0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09 조회수358 추천수4 반대(0)


지난 금요일에는 ‘사제성화의 날’ 모임이 명동에서 있었습니다. 교구장님의 주례로 말씀의 전례가 있었고, 조광 교수님의 ‘성지’에 대한 강의가 있었고, 점심을 먹은 후에 명동에서 출발해서 수표교의 한국 천주교 발상지, 좌포도청 터, 우포도청 터, 의금부 터, 경기감영 터를 지나서 서소문 순교성지에 도착했습니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순교자들의 뜨거운 신앙을 묵상하면서 순례를 하였고, 미사를 함께 봉헌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명동, 종로, 서소문 길가는 200여 년 전에 진리를 찾아서 새로운 신앙을 가졌던 선조들이 걷던 길이었습니다. 우리들의 순례는 그분들을 다시 살게 하였습니다. 신앙 때문에 재산을 빼앗겼고, 신앙 때문에 벼슬도 잃어 버렸고, 신앙 때문에 목숨까지 바쳤던 분들은 이제 우리들의 기억 속에 다시금 살아나셨습니다. 그분들은 천국에서 빛나는 별이 되셨고, 우리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는 성인, 성녀가 되셨습니다.

제 방의 벽에는 아버님의 ‘영정 사진’이 있습니다. 아버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으로 저를 바라보십니다. 제가 지치고 힘들 때, 걱정과 근심이 있을 때,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아버님께서는 저를 바라보시면서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괜찮다. 다 잘 될 것이다.’ 신기하게도 아버님의 사진을 바라보면 힘이 나고, 용기가 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버님께서는 2년 전에 하느님 품으로 가셨지만 제게는 아직도 살아계시는 것 같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남과 북은 서로에게 험한 말을 하였습니다. 남한이 대화를 하자고 하면 북한은 진정성이 없다고 거부하였습니다. 북한에서 대화를 하자고 하면 남한은 ‘남남갈등’을 조장한다고 거부하였습니다. 상대방은 서로에게 들어 줄 수 없는 요구를 하였습니다. 북한은 미군의 철수와 평화협정이라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남한은 미군의 주둔을 거부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은 남한 정부의 권한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늘 그런 주장을 내세웠습니다. 남한은 북한의 인권상황을 이야기합니다. 3대째 대를 이어오는 세습정권의 정당성을 이야기합니다. 북한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칼보다 더 날카롭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지난 며칠 남과 북은 서로 대화를 재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리하고, 불가능한 요구를 하기보다는 쉽고, 풀 수 있는 문제들을 먼저 해결하자고 합니다. ‘개성공단 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문제들이 해결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커지면 앞으로 더 큰 일들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과 북이 평화와 화해의 방향으로 나간다면 죽었던 많은 것들이 되 살아 날 것입니다.

비무장 지대는 평화공원으로 되살아 날 것입니다. 경원선과 경의선이 다시 살아나서 우리들의 꿈과 제품들을 유럽으로 운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해안과 동해안에서 함께 고기를 잡을 것입니다. 남한의 기술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되면 국제적인 경쟁력도 높아질 것입니다. 결국 남한과 북한은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서로가 더 잘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오늘 성서 말씀의 주제는 연민과 자비입니다. 엘리야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죽었던 아이를 다시 살게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연민의 마음으로 죽은 아이를 다시 살게 하였습니다. 죽은 아이들이 다시 살아난 것이 중요한 것일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아이들과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죽은 아이들을 다시 살게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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