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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교의 지름길은 확실한 믿음에서/신앙의 해[20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11 조회수434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림 : [천호] 성당 외부

집 안을 둘러보니 일 년 동안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옷과 책이 참 많다. 제 삶의 목적은 짐이 아니고 복음을 전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홀가분하게 살면 그만큼 자유로워질
텐데. 그러나 자꾸만 채우고 소유하려고 하는 것은 그만큼 하느님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지금 이렇게 필요도 없이 지나치게 갖고 있는 건 무슨 이유지?
 

등산을 준비할 때면 늘 어떻게 하면 짐을 줄일까를 고민한다. 산이 높고 산행 기간이
길수록 이런 고민은 더 깊어질 게다. 힘든 산행일수록 목적하는 산을 잘 오르려면
무엇보다 짐의 무게를 최소화하는 게 참으로 중요하다. 어떤 여성 산악인은
한겨울에 태백산맥을 혼자 종주할 때에 칫솔의 손잡이까지도 잘라냈을 정도였다나.
암튼 이처럼 험난하고 오랜 산행을 할 때는 작은 무게도 견뎌 내기 어려우리라.

우리가 영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우리 영혼에 무엇을 자꾸 덧붙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영혼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온갖 불순물들을 떼어 내는 것일 게다.
나이가 들수록 더 갖고, 더 많은 인연을 만들어야 삶이 안정되고 평화로워진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사실은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버리고 삶을 단순화시켜야
중심이 잡히고 평화로워지리라. 예수님께서 오늘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아무것도 가지지 말고 빈 몸으로 떠나라고 하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라고 선포하여라. 앓는 이들을 고쳐 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돈도 지니지 마라.
여행 보따리도 여벌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일꾼이 자기 먹을 것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고을이나 마을에 들어가거든, 그곳에서 마땅한 사람을
찾아내어 떠날 때까지 거기에 머물러라. 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 그 집이 평화를 누리기에 마땅하면 너희의 평화가 그 집에 내리고,
마땅하지 않으면 그 평화가 너희에게 돌아올 것이다.”(마태 10,7-13)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아무것도 지니지 못하게 하신다.
왜 그랬을까? 돈을 지니면 돈의 힘을 믿기 때문에. 물질을 가지면 물질에
기대기 때문일까? 아마도 그걸 차단하신 것일 게다. 누구나 역경을 만나면
아는 사람을 먼저 찾는 법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먼저 활용도 하리라.
자연스러운 일 아니냐. 그런데 제자들에게는 이런 행위가 일체 허용되지 않았다.

가진 것이 없으면 기댈 곳이 없을 게다. 의지할 곳은 단지 하느님뿐일 테니까.
예수님도 ‘이 생각’을 염두에 두신 것이리라. 이런 처지에서 제자들은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졌을 때, 기도로 애걸복걸 매달리면서 간절히 처분만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한 일에서는 하느님의 현존도 쉽게 느껴지리라. 주님의 힘을 깨닫기에
모든 게 두렵지도 않을 게다. 그렇게 해서 차츰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 가니까.

삶이 풍족하면 쉽게 자만해진다. 신앙생활이 느슨해지고 기도도 게을러지리라.
그러다가도 하는 일에 브레이크가 걸리면 기도 생활이 달라진다. 이것이 인간사이다.
구약 성경 안에서 수없이 만나는 이스라엘의 태도이다. 그러기에 주님께서는 끝없는
시련으로 그들을 정화시키셨다. 하느님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이스라엘은 역사에서
사라졌을 것일 게다. 제자들에게 엄격한 절제를 요구하신 것도 이 같은 맥락이리라.
 

선교는 하느님을 전하는 일이다. 그분의 권능과 사랑을 알리는 일이다.
그러기에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무것도 없기에
주님의 힘이 함께하신다. 온전히 비어 있기에 주님께서 채워 주신다. 누구나 자신이
체험한 일을 말할 때에는 힘이 절로 생길 게다. 또한 체험 이야기는 듣는 사람들을
더 감동하게 만든다. 진실한 이야기일수록 더욱 그렇다. 선교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만난 하느님을 전해야 상대방을 움직일 수 있다. 선교사들이 그랬다.
자신들이 체험한 하느님을 전하려 했으므로 성령께서 함께하셨던 게다.

믿음을 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리라. 신앙생활을 기쁘게 하지 않으면 더욱 그렇다. 자신은 긴가민가하면서 어떻게 남에게 확신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선교에 앞서 신앙생활을 기쁘게 해 나가기로 다짐하자.
선교의 확실한 지름길은 확실한 믿음에서 이루어진다.
너무 많이 가지려는 마음 때문에 믿음의 기쁨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자. 욕심에서 조금만 자유로워져도 성령께서 함께하실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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