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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자유와 섬김- 2013.6.11 화요일 성 바르나바 사도 기념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11 조회수532 추천수5 반대(0) 신고

2013.6.11 화요일 성 바르나바 사도 기념일

 

사도11,21ㄴ-26;13,1-3 마태10,7-13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자유와 섬김-

 

 

 


오늘 강론 역시 두서없이 펼쳐나가겠습니다.

 

아침 미사 후 식당 문 앞에 왔을 때 수사님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고양이 어미와 새끼들을 보는 순간 나온 말입니다.

 

“고양이는 집 걱정, 일 걱정, 밥걱정, 돈 걱정, 옷 걱정, 신 걱정 없어 좋겠다.”

 

옆에 있는 수사님이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렇다 하여 고양이를 부러워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한 달 전 방문했던 총재 아빠스님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산티야고 순례 길 도중의 우리 수족에 속한 분도수도원에
한국 수사님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스페인, 이태리, 프랑스, 독일에 이어 한국의 순례 객이 많습니다.”

 

물론 좋은 신심 탓도 있겠습니다만,
한국 일상의 삶이 그토록 팍팍하다는 반증입니다.

하여 끊임없이 일상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느 여행가의 말도 생각납니다.
“사람들이 굳이 올레, 둘레 길을 택하고 완주에 집착하는 게 희한하다.
지금 필요한 건 나를 좀 버려두고 걸을 수 있는 공간이다.
요즘 사람들은 여러 겹의 인생 안전장치 쳐놓아 다양한 사건을 못 만난다.”

 

참 사람답게 살기 힘든 치열한 경쟁의 신자본주의 사회입니다.
과연 내적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내적부요의 행복을 누리며 사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요.

소유의 짐에서 벗어나
존재의 선물을 누리며 충만한 존재의 기쁨을 사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요.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돈도 지니지 마라.
여행 보따리도 여벌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일꾼이 자기 먹을 것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삶에 필수 요소인 집도, 돈도, 밥도, 일도, 옷도, 신도 놔두고
선교여정에 오르라는 것입니다.

집에 안주하지 말고 길을 떠나라는 것입니다.

도사(道死)해야 도사(道士)입니다.

복음 선포여정 중에 순교한 바르나바 사도가 그 모범입니다.

집 걱정, 밥걱정, 돈 걱정, 옷 걱정, 일 걱정 등 걱정 속에 포위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입니다.

이런 걱정 때문에 늘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부자나 가난한 이나 정도나 양상의 차이일 뿐 똑같습니다.

알게 모르게 신자본주의 소유의 시스템에 매여
존재의 자유와 기쁨을 잃고
소유의 노예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기득권을 지킨다 하는데, 지키고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긴장하게 되고 방어적이 될 수뿐이 없더라고요.”

강남 지역에 사는 어느 자매의 말도 생각이 납니다.
그 수준을 유지하려 살려하니
그대로 삶은 전쟁이요 두려움과 불안은 떠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실천하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의식주에 만족하며
더 이상 탐욕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살라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소유하라’, ‘소비하라’ 부추기며 유혹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입니다.

 

그러니 가능한 한 소유욕에서 벗어나
존재의 여유와 기쁨을 누리며 살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소유의 자유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 수도자들 역시 사도들처럼 집 걱정, 돈 걱정, 밥걱정, 일 걱정, 옷 걱정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지만 이런 자유가 궁극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
앓는 이들을 고쳐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

 

자유는 이렇게 쓰여야 합니다.
이웃을 위한 환대와 섬김, 치유와 위로, 평화와 기쁨에 쓰여야 합니다.

바르나바 사도가 그 모범입니다.
위로의 아들이란 별명 같이 협조적이고 낙천적인 사도였습니다.

자기를 비워 성령과 믿음으로 충만했기에
수많은 사람들을 주님께 인도했던 사도였습니다.

 

우리 수도승들 역시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하며
사도들처럼 주님의 위로와 평화를 선사합니다.

환대를 통한 섬김과 위로와 평화로 복음을 선포하는 우리 수도승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비우시고 성령과 믿음으로 충만케 하시어
위로와 평화의 사도로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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