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0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15 조회수338 추천수4 반대(0)


예전에 어머니들은 시집을 오면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장님 3년’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만큼 시집살이가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안 들리는 것처럼, 말 못하는 것처럼, 보지 못하는 것처럼 지내면서 시집살이를 견디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요즘이야 그렇게 말하는 어머니들도 없고, 결혼을 앞둔 여성들도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시집살이를 할 시간도 거의 없습니다. 결혼을 하면 시댁의 식구들과 함께 사는 경우도 거의 없고, 따로 살림을 살기 때문에 시집살이를 할 기회도 별로 없습니다. 시집살이가 고되고 힘든 면은 있지만, 그런 시집살이를 통해서 한 집안의 전통을 배우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도 있었습니다. 다듬이 소리처럼, 가을 풀밭의 귀뚜라미 소리처럼, 논두렁의 개구리 소리처럼 예전에는 익숙했던 것들이 지금은 귀한 소리가 되고 있습니다. ‘시집살이’라는 말도 앞으로는 사전에서나 찾을 수 있는 말이 될 것 같습니다.

군에 입대하면 처음에 듣던 말이 있습니다. ‘고참은 하느님과 동기 동창이고, 스승과 같고, 밤송이를 까라면 까야 한다!’ 모든 것이 낯선 부대로 가게 되면 두렵고 떨리기 마련입니다. 고참은 새로 온 졸병에게는 정말 하늘과 같은 존재입니다. 지금은 아스라한 추억이 되었지만 예전에 군에서 함께 지내던 고참들이 가끔씩 생각납니다. 지금은 군대도 많이 좋아져서 고참들이 예전처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도 못하고, 졸병들도 예전처럼 무조건 복종하는 군대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군인은 ‘상명하복’이라는 말을 늘 마음에 새기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해야 하는 일들은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할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본당 신부님들께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너도 본당 신부가 되어 바라!’ 본당 신부가 되면 모든 것이 편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본당 신부가 된 다는 것은 더 많은 희생과 책임을 어깨에 지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보좌신부로 지낼 때는 ‘화장실 문고리가 고장 난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칠판에 아이들이 써넣은 낙서도 그냥 보았습니다. 마당에 떨어진 휴지도 그러려니 하였습니다. 소성전에 성수물이 떨어진 것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본당 신부가 되면 마음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들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너도 시집가서 꼭 너 닮은 딸 하나 나 봐라!’

요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엄격하게 가르치고 계십니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르는 것과 같습니다. 주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버리면서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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