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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인(聖人)의 길 -기도, 사랑, 추종- 2013.6.23 연중 제12주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23 조회수356 추천수4 반대(0) 신고

2013.6.23 연중 제12주일 즈카12,10-11;13,1 갈라3,26-29 루카9,18-24

 

 

 



성인(聖人)의 길

 

-기도, 사랑, 추종-

 

 


오늘 연중 제12주일, ‘성인의 길’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하느님을 찾는 사람입니다.
성인이 되라 불림 받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고귀한 인간입니다.

방금 온 힘을 다해 부른 화답 송 후렴이
그대로 하느님 찾는 우리의 내적 갈망을 표현합니다.

 

“하느님, 내 하느님, 내 영혼이 당신을 목말라 하나이다.”

 

하느님이 목말라, 하느님 생명으로 영혼의 목을 축이려
하느님을 찾아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한 우리들입니다.

이어 생각나는 아빠스 축복식 때 화답송 후렴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하리라.”

 

가사에 곡까지 더하면 더욱 감동입니다.

아침성무일도 첫 후렴도 새삼스런 기쁨이었습니다.
“주님께 감사하라. 영원도 하시어라. 그 사랑이여. 알렐루야.”

 

비상한 성인이 아니라 평범한 성인입니다.
성덕의 잣대는 사랑입니다.
완덕에 본질적 것은 사랑뿐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할 때 성인입니다.
어제 읽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일화가 생각납니다.

도미니코 수도회의 도미니코 카세르타 수사의 증언입니다.

 

그는 토마스가 아침기도 전
수도원 성 니콜라오라 경당에 자주 가는 것을 목격하고 호기심이 생겨
그 경당에 미리 가서 숨어 토마스가 기도하는 모습을 훔쳐봅니다.

그 순간 그는 경당 벽에 걸려있던 십자가의 예수님과 토마스가 하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십자가의 예수님이 말합니다.

 

“토마스,

네가 나에 관해 쓴 글들은 아주 훌륭하다.
내가 그 보답으로 무엇을 해 주면 좋을까?”

 

다음 토마스의 대답입니다.

 

“주님,
저는 다른 아무것도 원치 않습니다당신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이렇게 주님 사랑만으로 행복할 때 성인입니다.
이런 주님 사랑에 저절로 따라오는 이웃사랑입니다.

성인의 시성절차에서 모든 이들의 한결같은 증언은
그가 인내와 부드러움과 겸손의 표본이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성인의 길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성인의 길에 대해 세 측면에 걸쳐 묵상을 나눕니다.

 

 

 

 

 



첫째,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영성생활의 시발점은 기도입니다.
예수님은 물론 성인들의 삶,
믿는 이들의 삶에서 기도를 빼놓고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우리 분도회의 수도가훈도 ‘기도하고 일하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자칫하면 놓쳐버리기 쉬운 것이 서두의 예수님의 기도입니다.

‘예수님께서 혼자 기도하실 때에 제자들도 함께 있었는데,…’

바로 예수님의 삶 한 복판에 자리한 기도임을 봅니다.

 

기도해야 삽니다.
말 그대로 영혼이 살기위해 기도입니다.

하느님과 만남이, 대화가, 소통이 기도입니다.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알게 하는 기도입니다.
하느님 주신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게 하는 기도입니다.

하느님과 대화의 기도를 통한 내 신원의 확인입니다.
아마 다음 예수님 자신의 운명에 대한 고백도 기도 중에 깨달으셨음이
분명합니다.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나야 한다.”

 

하느님과 소통의 기도가 단절되면 하느님도 잃고 나도 잃습니다.
저절로 영혼도 시들어 죽습니다.

혼자의 기도와 더불어 공동기도가 필수입니다.
사람은 약하기 때문에 공동기도에 합류하여 공동체로부터 힘을 받아야 삽니다.

주님 역시 두 세 사람이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하신다고 말씀하셨기에
공동기도보다 든든한 보장은 없습니다.

기도 중의 기도가 이 거룩한 성체성사입니다.

하느님과의 소통, 공동체 형제간의 소통과 일치에
성체성사의 기도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끊임없는 기도도 ‘기도의 샘’인 미사에 뿌리를 둘 때 가능합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 역시 임종 전 지극한 정성으로 얼굴 가득 눈물을 흘리며
미사를 봉헌했다고 많은 이들이 증언합니다.

 

 

 

 

 


둘째, 늘 사랑하십시오.

 

기도할 때 사랑하고 사랑할 때 기도합니다.

20세기 예수회 영성가 윌리엄 존스턴은 ‘신비신학’을 ‘사랑학’이라 정의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원하는 것을 행하라.’ 라고 말합니다.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은, 배워야 할 것은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아랫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하는데 하느님 사랑을 배워야 합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시간은 하느님 사랑을 깨닫고 배우는 시간입니다.
하느님의 내리사랑과 우리의 치사랑이 만나는 시간입니다.

교회의 7성사가 바로 하느님 사랑의 결정체입니다.
주님은 당신 성사(聖事)를 통해 당신 사랑으로 우리를 충만케 하십니다.
아무도 하느님 사랑을 막을 수 없고
이렇게 하느님 사랑으로 여기까지 살아 온 우리들입니다.

그 옛날 즈카르야 예언자를 통한 하느님의 말씀은
사랑의 세례성사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그날에 다윗 집안과 예루살렘 주민들의 죄와 부정을 씻어 줄 샘이 터질 것이다.”

 

우리 모두의 죄와 부정을 씻어 준 세례성사의 샘이며,
이어 평생성사인 고백성사와 성체성사가 세례성사를 완성해 줍니다.
하여 늘 깨끗한 사랑, 항구한 사랑으로 살 수 있게 된 우리들입니다.
이어 바오로가
세례성사를 통해 이루어진 하나의 사랑공동체를 아름답게 묘사합니다.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와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

 

세례성사뿐 아니라
이 거룩한 사랑의 성체성사를 통해 새롭게 확인하는 현실입니다.

하여 미사경문에 ‘자매’란 말은 없고 ‘형제’란 말만 나옵니다.
주님 안에 이성(異性)을 넘어 한 형제임을 확인하는 우리들입니다.

끊임없이 미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형제애로 새롭게 옷 입는 우리들입니다.
똑같이 그리스도를 입은 ‘한 형제들’이요
똑같이 그리스도의 성체를 모시는 ‘한 식구들’인 우리들입니다.

이런 하느님 사랑의 깨달음에서 저절로 샘솟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응답입니다.

 

 

 

 

 


셋째, 항구히 주님을 따르십시오.

 

기도할 때 사랑이요 사랑할 때 추종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주님의 다음 말씀이 우리 삶의 모두를 담고 있습니다.
제자들만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에서 제외될 자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바로 이게 누구나에게 부여된 성인의 길, 사람의 길, 생명의 길, 구원의 길입니다.

이 길 말고 다른 길은 없습니다.

자기를 버림으로 자기를 얻는 길입니다.

우리의 모든 수행을 요약합니다.

억지로가 아닌 주님 사랑 때문에 자발적으로 기쁘게 자신을 버리고, 믿음으로 제 십자가를 지고, 희망이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같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도 다 다른 자기에, 다 다른 십자가입니다.

세상에 똑같은 자기, 똑같은 십자가는 있을 수 없고
고유한 자기에, 고유한 제 십자가입니다.

그러나 희망의 주님만을 따른다는 데는 일치합니다.

다 달라도 모두가 희망의 주님께 눈길을 두는 도반들이기에
비로소 가능한 공동체의 일치입니다.

 

‘날마다’라는 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십자가의 길에는 첩경의 지름길이 없습니다.

날마다, 하루하루 다시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길뿐입니다.

버리고 버려도 늘 살아나는 자신이기에,
늘 지고 가야 할 제 십자가의 짐이기에,
때로는 모두 놔버리고 싶은 유혹도 들기 마련입니다.

바로 이게 진짜 유혹입니다.

이래서 주님의 기도 중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해달라는 청원이 참 절실합니다.

얼마 전 나눴던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시 중 마지막 연을 다시 나눕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살았습니다.

 

저희에겐 하루하루가 영원(永遠)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연중 제12주일,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성인의 길’에 대해 알려주셨습니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늘 주님을 사랑하십시오.

 

날마다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십시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넘치는 사랑을 부어주시어
항구히 기도하고 사랑하며 당신을 따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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