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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간이 가장 위대한 순간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26 조회수639 추천수16 반대(0) 신고



인간이 가장 위대한 순간

 

창세기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읽어보면, 그 안에서 한 모범적인 신앙인의 전형을 읽을 수 있습니다. 지극히 안정된 생활을 누리던 아브라함이 하느님으로부터의 소명을 받으면서 길고 긴 하느님과의 신앙여정, 하나의 투쟁을 시작합니다. 많은 식솔들과 안정된 기반을 누리고 있었던 아브라함에게 낫선 땅으로 무조건 떠나라던 하느님의 음성은 참으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떠나가거라.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창세기 121-2)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말씀에 두말없이 모든 것을 떠납니다. 그때 나이가 벌써 일흔 다섯이었습니다. 아브라함 역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과정의 초기부터 상황은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있어 정든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다양한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작아질 것에 대한 두려움, 상실에 대한 두려움, 체면을 잃는데 대한 두려움, 그간 잘 가꾸어온 터전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방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등 갖은 어려움이 이제 막 길을 떠나는 아브라함을 둘러싸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정말이지 자신의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야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제로 상태에서 다시 출발해야 했던 것입니다. 평생토록 쌓아온 공든 탑을 뒤로 하고 어디인지도 모르는 막연한 땅을 향한 정처 없는 여행길이 아브라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달콤한 언약과는 달리 아브라함의 여행길은 막막하고 고달팠습니다. 또한 뚜렷한 이정표나 여행계획이 없었던 여정이었기에 늘 불안했고 피곤했습니다. 그러자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이런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건넵니다.

 

네가 보는 땅을 모두 너와 네 후손에게 영원히 주겠다. 내가 너의 후손을 땅의 먼지처럼 많게 살 것이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의 방패다. 너는 매우 큰 상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불확실한 미래형 위로 앞에 아브라함은 정말 답답하기만 합니다. 때로 하느님의 말씀은 현실성이 없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더구나 아브라함은 아직까지도 대를 이을 자식조차 한명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아브람은 하느님 앞에 줄줄이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당신께서 계속 건네시는 장밋빛 약속들에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우선 저를 보십시오. 아직 후손도 한명 없는 저입니다. 그러시면서 저에게 무엇을 주신다는 말씀입니까?”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는 오래도록 아이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사라는 이집트 출신 여종인 하가르를 아브라함에게 넘겨줍니다. 오래도록 대를 잇지 못한 본부인 사라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과 괴로웠겠는가 짐작이 갑니다. 우여곡절 끝에 여종의 몸을 빌려 겨우 태어난 서자가 이스마엘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아들을 임신한 하가르는 주인 사라를 업신여깁니다. 사라가 느꼈을 굴욕감은 하늘을 찔렀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서, 거의 포기하고 있던 순간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과 사라의 소원을 들어주십니다.

 

어느 날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곧 사라가 아이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때 당시 아브라함의 나이는 아흔 아홉 살이었는데, 땅에 엎디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던 아브라함은 그 말씀을 들으면서 어이가 없어 실실 웃었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사라 역시 기가 차지도 않아 속으로 쿡쿡 웃었습니다. 그러다 하느님께 혼까지 나게 되지요. ㅋㅋㅋ

 

보십시오. 아브라함의 성소여정은 순탄치가 않았습니다. 하느님 언약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은데 대한 실망과 좌절, 또 계속되는 고된 여정이 가져다주는 여독으로 인해 늘 힘에 겨웠습니다. 마치도 우리의 성소여정처럼 말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여행길, 우리 각자의 성소 여정 수학공식처럼 딱딱 떨어지지 않습니다. 매일 매일 다가오는 의혹과 좌절, 실망 앞에서도 끊임없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신 언약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끊임없이 하느님을 선택하는 길이 성소의 길이요, 하느님을 향한 여정입니다.

 

답답했기에 아브라함은 기도에 전념했습니다. 성서 전반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는 아브라함의 이미지는 과묵함이었습니다. 그는 조용히 하느님의 말씀을 명상하면서 침묵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아브라함은 기도할 때도 말수가 적었습니다.

 

대신 아브라함은 듣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을 향해 계속 되풀이해서 말씀하시는데 아브라함은 듣고 떠나고, 듣고 움직이며, 듣고 걸어갔습니다. 이러한 경청의 자세가 한평생 지속되었던 아브라함의 일관된 삶의 자세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브라함은 겸손했습니다. 알렉산드리아의 필로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이 가장 위대한 순간은 하느님 앞에 그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얼마나 자신이 미소한 존재인지 깨닫는 순간이다.”

 

아브라함 역시 자신이 아무것도 아님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위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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