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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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어느 주말의 묵상 / 장충현 * (펌)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28 조회수349 추천수3 반대(0) 신고

 

 
                                         <어느 주말의 묵상 / 장충현>

   봄기운이 사방 천지에 가득한 4월의 마지막 주말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오붓한 나만의 시간을 가졌었다. 장소는 의정부에 있는 서울교구 한마음 수련장이었으며 250여명이나 되는 많은 인원이 함께 하는 것이었으나 머리속의 생각은 나에 관한 것만 할 수가 있어 수풀에 둘러싸여 있는 조용한 곳에서의 주말은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물을 안겨준 그런 시간이었다. 나들이의 시작은 토요일 오후 진료를 보통 때보다 일찍 마치고 집에 들려 간단한 옷 가방 하나만들고 간 주말의 여행이었으나 많은 기대를 하고 가는 것은 아니었다. 성체분배자 재교육이라는 명칭이 붙어서 조금은 부담스러운 그런 마음을 가지고 본당의 형제분 한 분과 함께 찾아간 한마음 수련장은 호젓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첫인상이 마치 이름 있는 휴양지의 숙박시설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그런 대로 무거운 기분을 조금은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서울에서 그곳에 가면서 주말이라 걱정한 정체현상도 없이 예상한 시간에 맞추어 간 것도 기분을 밝게 해주는 한 가지 이유가 됐으며 더없이 좋은 날씨 또한 기분을 풀어주는데 한 몫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일정이라 번잡하고 소란스러우며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 까하는 처음에 걱정이 일요일 파견 미사 때에는 필요 없는 기우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중에서도 나는 나만의 묵상에 몰입할 수가 있어서 너무나 좋은 주님의 숨결과 향기를 느낄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묵상의 주제는 요한복음 15장 1-8절로 <"나는 참된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십니다. 열매를 맺지 않으면서 내게 붙어 있는 모든 가지는 그분이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모든 가지는 그분이 깨끗이 손질하여 더 많은 열매를 맺도록 하십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이른 그 말로 말미암아 이미 여러분은 깨끗합니다. 여러분은 내 안에 머무시오. 나도 여러분 안에 머물겠습니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여러분도 내 안에 머물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여러분은 가지들입니다. 내 안에 머무는 사람, 그리고 내가 그 안에 머무는 사람, 그런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나 없이는 여러분이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누가 내 안에 머물지 않는다면, 그는 (잘려진) 가지처럼 밖에 던져져 말라 버립니다. (사람들이) 그런 가지들을 모아서 불에 던지고 그것들은 타 버리고 맙니다."


   그런데 나에게 의미있게 다가오는 성서구절은 "붙어있지 않으면"이라는 문구였으며 이 짧은 구절은 가지고 이틀 동안 묵상을 하면서 나 자신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먼저 내가 주님에게 "붙어 있지 않으면"을 묵상하게 되었는데 나 자신이 주님을 알지 못하고 주님에게 나아가지 않았다면 나의 생활이 어떠하였을 가를 생각하니 지금으로부터 3년전 대학병원의 교수직을 사임하고 개업을 했을 때를 돌이켜 보게 되었다. 원하지 않은 삶의 변화를 이겨내기 위하여 찾았던 주님 너무나 절실하게 찾았던 주님이었기에 주님에게 다가설 수가 있었고 그 결과 주님의 이끄심으로 지금의 내가 있을 수가 있었다. 나의 모든 일상을 가능하면 주님과 관계되는 일부터 먼저 하는 마음으로 살기로 하고 나서 편안하게 직장에 사표를 쓰고 개업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 직장과 집이 가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집근처에서 개업을 하게 되어 이루었고 그러다 보니 퇴근이 일러지고 더불어 가족들과의 사이가 개선되었다. 게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그렇게도 좋아하던 술을 마시지 않게 되고 성당에서 나의 힘이 되는 한에서 할 수 있는 봉사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런 모든 것들이 주님에 의지하고 주님에 다가섬으로 얻어진 결실인 것이다. 이제 이런 결실들을 얻은 지 삼년 너무나 현실에 안주하고 만성적인 편안함에 만족하는 나의 모습이 주님 보시기에 마땅치 않으시어 이렇게 다시 기회를 주시고 나를 돌아보게 하시어 좀더 주님에게 다가서 풀로 붙인 듯이 아니 마치 강력 접착제로 붙인 듯이 붙어있게 하시려고 나를 부르셨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는 이틀간의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고 있었다. 내가 주님에게 다가서 달라붙는 방법은 그분이 알려주실 것이기에 나는 단지 감사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다음으로 아들녀석이 우리 가족에게 "붙어 있지 않으면"으로 묵상을 했는데 금년 2월에 군대에 간 녀석을 생각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한 곳이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시도했던 도전에 실패하고 나서 택한 것이 남자로서 겪어야 하는 군인의 길을 택했고 이제 기초 훈련은 마치고 후반기 교육을 받고 있다. 훈련이 끝나고 처음으로 만난 면회에서 아들 녀석은 변한 모습으로 우리부부를 안심시켰고 앞으로의 군대 생활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믿음직하게 보였다. 매일 집안에서 가까이 있으면서 우리 부부를 힘들게 하며 본인도 힘들어하고 말썽 많던 녀석이어서 가족을 떠나 어렵다는 군대의 훈련을 받으며 성장한 것 같은 모습에 이것도 주님이 우리 아들을 성장시키기 위하여 마련하여 주신 길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붙어 있지 않으면"이라는 구절을 묵상하면서 다시금 그 녀석을 생각했다. 이렇게 붙어 있지 않은 녀석을 무엇인가로 우리에게 붙어 있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하면 그 답은 벌써 주님이 주신 것을 알아내었다. 훈련병으로 있는 동안 녀석이 고생하는데 아비로서 대신 해 줄 수는 없고 내가 힘들어 할 그 녀석을 위하여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다 정한 것으로 매일미사 중에 주님 안에서 평안을 얻기를 기도하는 것과 매일 편지를 쓰는 것으로 정했었는데 이것이 주님이 정해 주신 녀석을 우리에게 붙여주시는 것이라 생각했다. 편지라야 긴 것도 아니지만 우리 가족의 안부와 매일의 변화 그리고 매일 매일의 성서 묵상을 적어 보내는 것인데 성서 안에서 녀석이 길을 찾을 수 있으면 좋고 아니더라도 우리 가족과 그리고 주님에게 붙어 있을 수 있다면 내가 바라고 주님이 마련하신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좋은 묵상을 하고 나오는 파견 미사후의 산길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이름 모를 꽃들의 향기와 함께 주님의 향기가 함께 하는 것 같아 발걸음이 가벼웠다. 또 조용하게 지저귀는 산새소리는 나에게 용기를 주고 이끌어 주는 주님의 목소리 같아 무슨 일이던지 주님의 도구로서 써주시기를 기도하며 내려오는 길은 올라 갈 때 보다 한결 수월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수풀 속에서 느껴지는 공기는 주님의 숨결과 같이 부드러워 더욱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주님의 숨결 속에서 주님의 향기를 맡으며 주님의 목소리를 들었으니 나는 천군만마와 같은 응원군을 얻은 개선 장군으로 정말로 찰떡 같이 주님에 붙어 있는 사람이 되겠고 또 아들 녀석도 떨어지지 않도록 주님의 도움을 전하는 전령이 되어 앞으로 새로운 2년동안도 주님의 종으로 열심히 봉사할 결심을 한 어느 주말의 묵상이었다. 

                                                      (출처: 장충현선생님의 '나의 하느님'중에서...)

 

주: 장충현 리노선생님은 현재 서울시 강북 삼성병원 성형외과 과장으로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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