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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나무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7/4 연중 제 13주간 목요일 복음묵상)
작성자신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04 조회수601 추천수10 반대(0) 신고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

2013년7월4일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복음묵상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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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채 안 되는 어느 날 밤, 본당 사목회의를 하고 있던 중,
교우 한 사람이 급한 전화라며 받아보란다.
받는 순간 수화기 저편에서 울음 섞이고 격앙된 음성이 들려온다.
"신부님, 세이지가 위독합니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와 있는데 의식불명입니다."
"천천히 침착하게 말씀하세요. 어느 병원입니까?"
내용을 들어보니, 남편이 장애인 모임에 참석했다가 점심 식사 후 경련과 함께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갔고
의사들은 가망이 없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다.
병원은 내가 있는 본당에서 백 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대학병원이었다.
전화를 끊고, 회의실로 들어와 사목회장에게 회의 진행을 부탁하고 수녀님께 병자 성사 준비를 서두르라는 말을 하고 곧바로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고속도로로 한 시간 삼십 분 정도 달려 병원에 도착했고 응급실로 향했다.
전형적인 병원 특유의 냄새가 진동하고 여기저기 호흡을 돕는 기계소리가 들린다.

"메자끼 세이지(目崎 誠二)" 그는 18세에 친구와 씨름을 하다가 뇌진탕으로 반신불수의 장애를 얻었다 한다.
하지만 꾸준한 재활운동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통사람들과 똑같은 직장을 다니면서 60세 중반을 살아온 형제이다.아마도 보통 사람들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고통과 어려움을 감수했으리라 짐작해본다.그에게는 아내 "메자끼 사찌꼬(目崎 幸子)"가 있다.
그녀는 수도자가 되겠다고 지원수녀 생활을 하다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수녀원 생활을 접게 되었고, 어느 분의 중매로 남편 세이지를 만났고, 결국 백년해로를 약속하고 지금까지 신앙 안에서 남편을 도우며 살아온 여인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자식이 없다. 구체적으로 들은 일은 없지만 이 둘은 정상적인 부부생활도 어려운 조건의 부부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보기도 한다.
내가 이 본당의 책임자로 온 이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미사를 참석하는 부부이다.
두 사람 모두 배운 자산도 경제적 자산도 넉넉하지 못한 극히 평범하고 가난한 마음의 부부이다.
성당의 모든 일에도 늘 솔선수범이었다.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메자끼 할아버지는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장애자 모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성당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쓰러진 그 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교구 장애인 행사에 참석했다가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는 메자끼 할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본다. 목에는 호흡을 돕는 관이 삽입되어있었고 알 수 없는 관들도 몸 여기저기에 꽂혀있다.사경을 헤매고 있음을 누가 보아도 알 수 있을 듯한 상태였다.

답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늘 부딪히는 느낌이지만 철저하게 무능했다.
수녀님께 눈으로 병자성사를 드리자고 말한다. 옆에서 연실 아내 사찌꼬는 눈물을 훔친다.
마음을 집중해본다. 간절한 마음으로 성사를 집행한다.
수순대로 기도문을 읽고 기름을 바르고 안수를 하고, 주님 당신께 모든 것을 맡겨드린다는 기도를 바친다.
응급실 간호사들도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손과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의식 잃은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응급실을 조용히 나온다.

복도 벽에 붙어있는 긴 의자에 허리를 걸친다.
사찌꼬 자매는 주머니에서 의사 선생이 건네준 종이 한 장을 나에게 넘겨준다.
의사들의 소견서였다.
‘확실한 원인은 알 수 없음.’
‘다만 폐혈증이나 심장 장애나 뇌의 혈관문제로 사료됨.’
‘현재의 전체적인 상황으로 보아 사망의 가능성이 높음.’
이상이 내가 기억하는 내용들이다.
소견서를 읽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무척 빨리 오간다.
일단은 사찌꼬 자매에게 마음 단단히 먹고 열심히 기도하면서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자고 말해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간병인이 건강해야 하니 틈을 내서 눈을 붙이라는 부탁도 함께 한다.

시간을 함께 있다가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을 해달라는 부탁을 남겨두고 병원 문을 나선다.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함께 동행한 수녀님께 조심스럽게 걱정을 내놓는다.
“무엇을 바라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의식이 돌아온다고 해도 원래 가지고 있던 장애가 있으니 아마 일어서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여생을 보다 심한 장애로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고, 여러 조건을 살펴볼 때 사찌꼬 부인의 고생이 말이 아니게 될 텐데......”
삼 년간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셔야만 했던, 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든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사제관으로 돌아와 다시 한 번 기도를 드린다.
“주님, 데려가시려면 빨리 데려가시고 살려주시려면 최소한 쓰러지기 전의 모습으로 일어설 수 있게 해주소서.”
다음 날 미사시간에 신자들에게 기도 부탁을 한다. 그리고 세이지 할아버지의 회복을 지향으로 두고 미사를 봉헌한다.

그 다음 날, 오전에 전화벨이 울린다.
“신부님, 의식이 돌아왔어요. 아직 말은 하지 못하지만 분명히 살아났어요. 의사 선생님들이 기적이라고 해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흥분된 상태에서 하는 전화 목소리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렇습니까? 정말로 감사합니다. 계속 연락을 주세요. 기운 냅시다!”
그리고 이튿날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선생님, 세이지가 걸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의사들도 의학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회복이 빠르데요.”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후, 메자끼 세이지 할아버지는 퇴원을 했고 미사에 참석했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제 두 사람은 고해성사를 청하고자 나에게 찾아왔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내 자신도 신앙이 좀 더 정화가 되는 듯 한 느낌이다.

기도라는 것을 생각해본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은 대단한 은총이다.
한 생을 살아오면서 자신을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을 우리는 과연 몇이나 만날 수 있을까?
당신을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은 몇이나 되는가?
수없이 많은 관계와 인연들 그들 중 당신을 위해서, 기도 중에 기억하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되는가 하는 질문이다.

우리가 기도를 한다면 대게 자신을 중심에 놓고 기도를 드리게 된다. 기도를 제법 열심히 한다는 이들을 보아도 가족이나 친구를 위한 기도 정도에서 머무르기 십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참 복 받은 인간임에 틀림없다. 허물투성이더라도 단지 사제라는 이유로 나를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서도 기도를 받으니 말이다.

아버지께서 살아생전에 보여주셨던 일들이 기억난다.
아버지의 방을 들어가 보면 십자가 고상 밑에 숱한 이들의 이름과 본명이 적혀 있는 쪽지가 수없이 붙어있었다.
많은 시간을 기도로 보내신 분이시니 그들의 이름을 기도 안에서 기억하셨음이 분명하다.

좀 심각하게 생각할 일이다. 여러분은 여러분을 위해 기도할 이들을 몇 사람이나 만들었는지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해준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고 행복한 일이고 힘이 나는 일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먼저 남을 위해 온 맘으로 기도하는 거다.
그리고 그 기도는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어있다.
누구나 약한 존재이기에 타인의 기도를 필요로 한다. 그 기도에 의해, 비록 죄 속에 있더라도 구령될 수 있다는 것이 교부들의 잦은 가르침이었다.

나는 확신한다. 메자끼 세이지 할아버지의 회복은 성사의 은혜와 아내의 눈물과 많은 이들의 마음 담은 기도의 덕분이었음을 말이다.
또한 그에게 있어서 새로 얻어진 삶은 보다 열심한 신앙생활로 이끌어줄 것은 분명한 일이다. 행복한 일이다.
나를 위해 기도해 줄 사람을 만들라! 이 말이 오늘 여러분께 드리고자 하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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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야기 읽어주심에 고맙습니다.
2003년의 이야기였습니다.
함께 병원을 갔던 수녀님께서도 삼 년 전에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메자끼 부부는 지금도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제가 있는 본당으로 자주 들르십니다.
70세를 훌쩍 넘어선 연세이지만 아직도 변함없이 건강하게 열심히 살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중풍병자의 친구들의 믿음을 보시고 치유를 해주셨다는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항상 기도하는 우리이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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