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시험
 

오늘은 ‘믿음의 시험’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인생은 시험입니다.
매일 매일이 시험입니다.
마치 흰 백지장 같은 하루의 시험지를 받는 우리들입니다.

물론 시험관은 하느님이십니다.

오늘 1독서 창세기 말씀을 영어로 읽다가 갑자기 떠오른 착안입니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시험 문제를 내놓으셨다(God put Abraham to the test).
“아브라함아!”
“예, 여기 있습니다.”-

마치 시험관이신 하느님 앞에 수험생으로 서있는 아브라함이 연상됩니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의 이름을 확인하신 후 참 풀기 힘든 시험문제를 제시하십니다.

“너의 아들,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사악을 데리고 모리야 땅으로 가거라.
그곳, 내가 너에게 일러주는 산에서 그를 나에게 번제물로 바쳐라.”

과연 나에게 이런 시험문제가 주어졌을 때 나의 반응은 어떠할까요.

나를 아브라함의 처지에 놓고 생각해보는 겁니다.
참 암담할 것입니다.
순종하느냐 거부하느냐?
믿음의 갈림길입니다.

도대체 이런 시험문제를 낼 수 있겠느냐고 하느님을 원망하며
시험지를 백지로 내고 시험장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아브라함은 이렇게 계속 힘든 시험으로 연속된 삶이었습니다.

알고 보면 우리의 매일 삶도 이렇습니다.
인생은 시험입니다.

요즘 아이들을 봐도 분명합니다.
우리도 얼마나 많은 시험을 통과하여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요.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시험의 연속입니다.

시험이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죽하면 시험지옥이란 말이 나오겠습니까?
세상에 시험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시험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시험 없이는 구원도 없습니다.

물론 우리의 시험은 아브라함처럼 ‘믿음의 시험’입니다.
이미 하느님께서는
창세기12,1장에서 아브라함에게 힘든 시험문제를 제시한바 있습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아브라함은 군말 없이 묵묵히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났고,
이때 그의 나이는 일흔 다섯이었습니다.

믿음은 순종입니다.
참 놀라운 믿음의 실력을 지닌 순종의 사람 아브라함입니다.

이때도 아브라함의 내면은 참 암담하고 착잡했을 것이나
하느님의 믿음의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이번 시험문제는 더 힘듭니다.

사실 살아 갈수록 날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시험문제도 점점 어려워집니다.

마지막 최종의 가장 힘든 시험은 죽음입니다.

유비무환입니다.

평상시 믿음으로 살아온 아브라함이었기에 부를 때 마다
“예, 여기 있습니다.”
힘차게 대답하는 아브라함입니다.

선악과를 따 먹은 아담에게 하느님이 “너 어디 있느냐?”물었을 때
알몸에 두려워 숨은 아담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오늘 전개되는 아브라함의 시험과정이 숨 막히는 긴장의 연속입니다.
아브라함의 내면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마침내 아브라함은 믿음의 시험에 통과했습니다.

“그 아이에게 손대지 마라. …네가 하느님을 경외하는 줄을 이제 내가 알았다.”

하느님은 믿음의 시험에 합격한 아브라함에게 축복으로 응답하십니다.

“네가 나에게 순종하였으니,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너의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

브라함의 순종에 감동하신 하느님은
마침내 당신의 외아들 예수님을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바치심으로
인류구원의 큰 축복을 이루십니다.

바로 여기서 ‘너의 후손’이 암시하는바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 역시 ‘믿음의 시험’입니다.

중풍병자는 동료들의 믿음 덕분에 죄도 용서 받고 몸도 치유 받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동료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시험관은 예수님이십니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너는 죄를 용서 받았다.”

과연 내가 중풍병자라면 나를 주님께 인도할 믿음의 동료들은 있겠는지요.
또 내 동료 중에 중풍병자가 있다면
오늘 복음의 사람들처럼 그를 주님께 인도할 만한 믿음이 나에게 있을는지요.

혼자의 믿음은 약합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공동체의 믿음을 필요로 하는, 믿음이 약한 ‘믿음의 중풍병자’일지도 모릅니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라.”

동료들이 주님의 ‘믿음의 시험’에 합격함으로
용서와 치유로 영육의 건강을 회복한 중풍병자입니다.

이런 주님의 믿음의 시험에 합격한 체험들을 통해
아브라함도, 중풍병자는 물론 중풍병자의 동료들의 믿음도 더욱 강해졌을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치유하시고 우리의 부족한 믿음을 도와주시어 오늘 하루 우리에게 주어진 ‘믿음의 시험’을 잘 통과하게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