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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명품 도자기로 재탄생한 세리 마태오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04 조회수442 추천수9 반대(0) 신고



명품 도자기로 재탄생한 세리 마태오

 

나이를 점점 먹어갈수록 점점 자신의 지난 삶을 뿌듯하게 여기고 대견스런 눈으로 바라봐야 좋은데,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시절의 보송보송한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세파에 시달리고 찌든 얼굴이 보기도 싫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이뤄놓은 것도 없어 서글프고 한심하기도 합니다. 정신적, 영적으로라도 일취월장해서 내적인 자유를 누렸으면 좋으련만 내면은 더 척박해지고 여유도 없습니다.

 

이런 모습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 있습니다. ‘금가고 깨져 물이 줄줄 새는 낡은 항아리.’

 

사실 우리는 너나할 것 없이 하느님 앞에 깨진 항아리 같은 존재입니다. 세월이 준 상처로 여기 저기 금이 가서 물이 줄줄 새는 항아리입니다.

 

돌아보니 젊은 시절에는 피정 하루만 잘해도 백만 볼트 에너지가 충전되었습니다. 크게 뉘우치고 의기충전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요즘 말로 약발이 잘 먹혀들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피정을 해도, 열심히 기도를 해도, 이것저것 추구해 봐도 도대체가 충족이 되지 않았습니다. 뭔가를 지속적으로 채워도 채워도 그 갈증이 충족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뭔가 고민한 결과 금방 답이 나왔습니다. 나는 금가고 깨진 물 항아리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영적으로 나를 채워도 워낙 금가고 깨진 곳이 많다보니 금방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있습니다. 깨진 항아리인 나, 채워도 채워도 금방 물이 새어나가는 나, 그럼 어떡할 것인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느님께는 항아리가 깨졌던지 안 깨졌던지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오히려 안 깨진 항아리보다 깨진 항아리를 더 소중히 여기는 분입니다.

 

인정할 것은 화끈하게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깨진 항아리인데도 불구하고 안 깨진 항아리인양 자신을 포장하고 살려니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하느님께 나아갈 때는 거짓된 나, 포장된 나가 필요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상처입고, 금가고, 물이 줄줄 새는 나의 모습 그대로 하느님께 나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여기저기 많이 깨졌으니, 이제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하느님 자비의 연못에 우리 항아리를 풍덩 담구는 일입니다. 더 이상 물이 샐 일도 없을 것입니다. 더 이상 억지로 물을 채우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사실 세리 마태오는 깨진 항아리 중에서도 완전 깨진 항아리, 산산조각 나서 다시 추스를 수도 없는 항아리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마태오의 조각난 인생을 하나하나 손에 드시고 당신 사랑의 접착제로 그의 인생을 재탄생시켜주셨습니다. 예수님 사랑의 손길로 다시 태어난 마태오는 남아있는 인생을 명품 도자기로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와 연민 따뜻함으로 우리 각자의 항아리에 난 상처들이 메꿔지고 치유되는 그런 장소입니다. 무조건적인 환대와 무조건적인 용서, 무조건적인 치유가 이루어지는 곳이 하느님 나라입니다.

 

우리는 이 땅에 두발을 딛고 살아가는 한 어쩔 수 없이 깨진 항아리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믿는 것입니다. 그분의 관대하심과 선하심을 희망하는 일입니다.

 

내가 비록 깨진 항아리라 할지라도 하느님께는 소중한 항아리입니다.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바로 이 말씀을 우리에게 건네기 위해 오셨습니다.

 

네가 비록 금가고 깨졌지만 그래도 나에게 너는 소중하다. 너는 가치 있다. 너는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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