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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분별력(discretion)의 지혜 - 2013.7.6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06 조회수443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3.7.6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창세27,1-5.15-29 마태9,14-17

 

 


분별력(discretion)의 지혜

 

 


오늘은 ‘분별력의 지혜’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성 베네딕도 규칙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 “만일 내가 내 양의 무리를 심하게 몰아 지치게 하면
모두 하루에 죽어 버릴 것이다” 하신 성조 야곱의 분별력을 생각할 것이다.
이밖에도, 모든 덕행들의 어머니인 분별력의 다른 증언들을 거울삼아,
모든 것을 절도 있게 하여 강한 사람은 갈구하는 바를 행하게 하고,
약한 사람은 물러나지 않게 할 것이다(성규64,18-19). -

 

모든 덕행들의 어머니인 분별력입니다.
특히 지도자들에게 필수적인 덕목이 분별력이고,
사랑은 분별력의 잣대라고 합니다.

저는 6.30일-7.6일 까지 전남 담양에서 ‘천주의 성 요한 의료봉사 수도회’의
아홉 분 수사님들의 연중 피정지도와
수도회의 영성을 통해서도 분별력의 지혜를 절감했습니다.

현장에서 병들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전적으로 봉사하는,
참으로 쉼이 필요한 수사님들입니다.

저는 전적으로 피정 일과를 수사님들에게 맡겼고
수사님들은 중지를 모아 다음과 같은 일과표를 만들었습니다.

 

 

-아침기도 및 미사 7:30-
아침식사 8:00-
강의 9:30-
점심식사 12:00-
저녁기도 5:40-
저녁식사 6:00-

 

 

참 넉넉하고 편안한, 여유 있는 일과표였습니다.
여기서 빠진 기도는 개인기도로 돌렸습니다.

이게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황홀한 일탈의 시간을 마련하여
보물 같은 시간을 나름대로 자유롭게 최대한 활용토록 한 것입니다.

저 역시 황홀한 탈출의 해방의 넉넉한 시간들이었고
본질적인 하느님의 일에 더 투신할 수 있었습니다.

기도도 많이 하고 성경도 많이 읽고 묵상도 많이 하고, 쉬기도 많이 한
저에게도 적절했던 은총의 피정시간이었습니다.

어제 여기 원장 수사님의 말씀에도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저는 ‘여자(?)’를 좋아합니다.”

 

여자란 말이 의아했습니다만,
‘여(餘)자(字)’란 설명을 듣고 의혹이 해소되어 크게 웃었습니다.

‘여유(餘裕)’, ‘여가(餘暇)’, ‘여백(餘白)’, ‘여흥(餘興)’을 배려하는 것이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할
분별력의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 말씀 역시 ‘분별력의 지혜’와 관계됨을 봅니다.

저는 처음엔 작은 아들 야곱과 공모하여 큰 아들 에사우에게 갈
아버지 이사악의 축복을 가로챈 이들의 어머니인 레베카가 불만이었고
에사우에게 동정이 갔습니다만
자초지종, 전체 상황을 묵상한 후 그 까닭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하여 에사우는 장자로서의 분별력의 지혜를 결(缺)하고 있었고
하느님도 이사악을 통해 야곱에게 축복을 주신 것입니다.

장자라는 기득권도 분별력의 지혜를 결하면 무용지물이 되어버립니다.

이미 에사우의 분별력의 지혜가 부족했음은
맏아들의 권리를 팔아버린 대목에서 잘 드러납니다.

 

 

 

- “내가 지금 죽을 지경인데, 맏아들 권리가 내게 무슨 소용이겠느냐?”
…에사우는 맹세를 하고 자기의 맏아들 권리를 야곱에게 팔아 넘겼다.
그러자 야곱이 빵과 불콩죽을 에사우에게 주었다.
그는 먹고 마시고서는 일어나 나갔다.
이렇게 에사우는 맏아들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창세25,32-34).-

 

 

 

바로 이런 에사우의 경솔한 모습이 하느님은 물론 레베카 어머니에게
실망을 주었고 신뢰를 잃게 했음이 분명합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진정 분별력의 대가입니다.

요한의 제자들이나 바리사이와 같은 관습적인 단식이 아닌
단식에도 때가 있음을 알려줍니다.

단식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단식 역시 사랑으로 분별 받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느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사랑하는 주님과 함께 지내는 기쁨의 축제와 같은
모처럼의 연 피정 같은 시기에 단식을 요구한다면 참 난감할 것입니다.

부활대축일 날 단식이나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친다면
이 또한 어색하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하여 교회는 전례력으로 사순절의 때(재의 수요일, 성금요일)에 단식을 권합니다. ‘분별력의 지혜’가 상징하는바 새 부대요 이 부대에 담기는 주님의 축복입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둘 다 보존된다.”

 

바로 에사우의 실패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단박 드러납니다.
새 포도주의 축복을 받기 위해 분별력의 지혜란 새 부대가 필수임을 깨닫습니다.

천주의 성 요한 의료수도회를 소개한 팜프렛에 나온
‘다섯 가지 핵심가치(core values)’
-Hospitality(환대), Quality(양질), Respect(존경), Responsibilty(책임), Spirituality(영성) -는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는 물론
섬김의 직무로 불림 받은 믿는 모든 이들의 삶을 분별하는 핵심가치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분별력의 지혜로 새로워진 우리 모두의 새 마음 부대에
축복의 새 포도주(말씀과 성체성혈)를 가득 담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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