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오늘의 순교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06 조회수373 추천수10 반대(0) 신고



오늘의 순교

 

언젠가 그리스도교가 우리나라 땅에 도입되는 과정을 같이 공부하던 형제들에게 설명했었는데, 다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깜짝 놀랐습니다. 가만히 따져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유래가 드물게 우리 한국 교회는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연구하면서 꽃을 피워나갔습니다.

 

물론 그리스도교가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친 대대적 박해가 있었고, 그 박해를 꿋꿋이 이겨낸 순교자들의 용기 있는 증거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순교라는 말을 떼어놓고 우리 한국 교회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잘 실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는 자랑스러운 순교자들의 후손입니다. 우리의 피 안에는 순교자들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 안에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순교 영성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토록 큰 은총이요 영예인 이 순교영성을 어떻게 우리 일상 안에서 실현시켜나가는가 하는 것입니다.

 

사실 주변을 둘러보면 그 옛날 신유박해나 기해박해 때처럼 순교할 기회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 어떤 제약도 없이 너무나 자유롭고 떳떳하게 신앙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 참으로 큰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피와 땀을 흘리고 목숨을 바쳐 신앙의 토양을 일궈낸 우리 신앙의 선조들 덕분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지금 우리 시대는 그 옛날 우리 순교자들이 지니셨던 바로 그 순교 영성을 간절히 요구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물질만능주의와 영성의 결핍의 결과인 다양한 형태의 소외와 불평등, 불의와 차별이 만연하는 이 시대는 우리 교회가 희생과 헌신을 통한 순교의 영성을 온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대 꽃다운 나이의 사제, 거의 새 사제나 다를 바 없는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의 순교를 생각합니다. 때로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어찌 그리 시대를 잘못 타고 나셨을까, 하는 측은한 마음도 앞섭니다. 한국인 첫 사제로서 좀 더 연명하면서 한국교회의 기틀을 다지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봅니다.

 

그러나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순교의 기회가 왔을 때 결코 단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당당하게 용감하게 자신에게 닥쳐온 영광스런 기회를 뒤로 연기하지 않고 즉석에서 수용했습니다.

 

이런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죽음이 무의미한 죽음이었을까요? 우리 모두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장 고결한 죽음,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죽음으로 다들 평가하며 칭송합니다.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처럼 인간은 제한된 시간 안에 서 있으면서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입니다. 이 땅에 태어난 인류 모두는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죽음 앞에 섰고 죽음을 넘어갔습니다. 따지고 보니 죽음이 있다는 것, 여간 큰 은총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죽음 앞에서 겸손해집니다. 겸손 앞에서 본래의 자신을, 진정한 ‘나’를 찾습니다. 결국 죽음은 무의미한 인간의 삶을 의미 있는 삶으로 바꿉니다. 결국 인간은 죽음 앞에서 비본질적인 요소들을 떨치며 하느님께로 회심합니다.

 

따지고 보니 이렇게 중요하고 의미로 충만한 죽음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정말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냥 애완용 동물처럼 죽을 것인가? 화초가 시들어 말라죽듯이 죽을 것인가? 아니면 정말 의미 있고 보람되게 죽을 것인가? 그렇다면 의미 있는 죽음이란 과연 어떤 죽음일까?

 

가장 의미 있는 죽음은 아무래도 하느님을 위한 죽음이 아닐까요?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죽음처럼 말입니다.

 

오늘 내 삶의 자리에서 순교영성을 실천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각해봅니다. 대단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별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매일 우리가 겪는 작은 불편들을 관대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쁘게, 기꺼이 수용하는 일이 아닐까요? 견디기 힘든 고통이나 십가가가 다가올 때 순교하는 마음으로 견뎌내는 일이 아닐까요?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