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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07 조회수434 추천수4 반대(0)


오늘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를 특별히 기념하는 대축일입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 태어나신 ‘솔뫼’와 순교하신 ‘새남터’ 그리고 묻히신 ‘미리내’는 많은 사람들이 순례하는 성지가 되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축일을 지내면서 성지순례를 한번 다녀오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가 축일을 지내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당시로는 보기 드물게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서양의 철학과 신학을 배우셨습니다. 당시 세계에 대한 탁월한 안목과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김대건 신부님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달콤한 유혹을 받았습니다. 파격적인 대우와 높은 자리를 약속하는 관리의 말은 어쩌면 참을 수 없는 유혹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잠시의 편안함과 육신의 자유보다는 영원한 삶과 그 영원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참된 신앙을 선택하였고 그래서 오늘 우리 한국 천주교회 성직자의 수호성인이 되셨고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존경하는 성인이 되셨으며 천국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십니다.

저는 부모님께 많은 것들을 받았습니다. 어머님의 체질과 아버님의 성격을 닮았으면 좋았을 텐데 저는 아버님의 체질과 어머님의 성격을 닮았습니다. 아버님은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이 뛰어나셨습니다. 어떤 사건의 의미와 배경을 정확하게 분석하셨습니다. 어머님은 건강한 치아를 지니셨고, 검은 머리를 간직하셨고, 혈압도 정상이셨습니다. 아버님은 치아가 좋지를 않았고, 머리도 젊으신 나이에 희게 변하셨고, 혈압도 높았습니다. 어머님은 세상을 명철하게 분석하기 보다는 부드럽게 사셨습니다.

예전에는 아버님의 체질을 닮고, 어머님의 성격을 닮은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제 생활을 하면서 부드러운 어머님의 성격을 닮은 것이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조금 부족한 저를 도와주려는 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판단하고, 분석하고, 결정하는 것보다는 그저 조용히 들어 주는 것이 문제를 더 쉽게 해결하는 것을 경험합니다. 혈압이 있기에 더욱 건강에 신경을 쓰면서 살았고, 담배도 끊었습니다. 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있지만 언젠가 그렇게 하얀 머리카락으로 사는 것도 멋있을 것 같습니다. 치아가 좋지 않기에 자주 치과를 다녔고, 아직은 상한 이는 하나도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주변을 보면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재산이 많은 사람은 그 재산 때문에 고독하기도 합니다. 건강한 사람은 건강을 과신하다 큰 병으로 병원에 가기도 합니다. 지식이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지 못하기도 합니다. 재산은 별로 없지만 가족들과 웃음꽃을 피우며 사는 분도 있습니다.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분이 사제가 되어서 장애인들을 위한 사목을 하기도 합니다. 배움이 크지 않지만 매일 새벽미사에 참례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세상의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가끔씩 신자들과 어려움을 겪는 신부님들을 봅니다. 대부분은 앞에 말씀 드린 원칙들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있었던 권위는 ‘힘, 재산, 능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권위는 ‘봉사, 희생, 사랑’에서 나와야 합니다. 옛말에 “형만 한 아우가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말씀이 한국 교회의 성직자들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선배 사제들의 삶을 대할 때 늘 부끄러움이 죄송한 마음이 앞섭니다. 그분들의 깊은 영성, 사목에 대한 열정, 복음 선포에 대한 투신, 교회에 대한 사랑을 저는 도저히 쫓아갈 수 없습니다. 특히 한국 교회 최초의 사제이신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삶을 대할 때, 저는 그분의 그림자도 밟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교우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부님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직업으로 치면 정말 좋은 직업입니다. 존경 받지요, 먹고 살 걱정 하지 않지요, 여행도 편하게 다니지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 사람들의 눈에, 신자들의 눈에 사제들이 어떤 모습으로 보여 지는지 생각을 했습니다. 단적이 예이지만, 사제들이 겸손하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사제들이 가난하게 살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사제들이 자신들의 직무에 헌신하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순교자들과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마음과 행동이 늘 같았습니다. 그래서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의 신앙은 나의 삶은 어떠한가? 돌아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편안하고 쉬운 길보다는 어렵고 힘든 길 그러나 보람되고 가치 있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길은 때로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시련을 줍니다. 하지만 그 고통과 시련을 통해서 인내를 배우고 그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키워주고 그러한 끈기는 영원한 삶을 갈망하는 희망을 낳습니다. 또한 그 희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속에 하느님의 사랑을 부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께서 걸어가신 신앙의 길, 희생의 길, 순교의 길을 끝까지 따라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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