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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10 조회수970 추천수12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3년 7월 10일 연중 제14주간 수요일



Jesus summoned his Twelve disciples
and gave them authority
over unclean spirits to drive them out
and to cure every disease and every illness.
(Mt.10,1)


제1독서 창세 41,55-57; 42,5-7ㄴ.17-24ㄱ
복음 마태 10,1-7

언젠가 자전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할 때였습니다. 아침에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비가 금방이라도 올 것 같은 하늘이었습니다. 비가 오고 있다면 비가 그치길 기다리겠지만, 아직 비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전거를 탈 수밖에 없었지요. 다행히 한참을 갔는데도 흐릴 뿐 비가 오지 않더군요. 그런데 염려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더군다나 마침 비 피할 곳이 전혀 없는 한적한 곳에 이르렀을 때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비 피할 곳을 찾을 수 없는 난처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비를 맞으면서 자전거를 탔습니다. 쏟아지는 비로 인해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이렇게 비를 흠뻑 맞고 보니 이제는 비를 피할 이유가 없어지더군요. 잠시 뒤에 비 피할 곳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다 젖었는데 그냥 가지 뭐.’라는 생각으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비를 맞기 전에는 비가 올 것을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비를 맞고 보니 비 오는 것이 그리 걱정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이렇지 않을까요? 내가 걱정하는 것들이 아직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이지, 막상 부딪히고 났을 때에는 그 걱정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더라는 것입니다.

일본의 한 고승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자신의 제자들에게 정말로 어렵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열어 보라면서 편지 한 통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에 정말로 이 제자들에게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해도 문제의 해결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바로 그때 자신들의 스승님이 주신 편지가 생각났지요. 그리고 커다란 기대감에 그 편지를 펼쳐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된다.”

성인은 걱정을 가져오는 고통이 없었을까요? 아닙니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매일 구토증, 두통, 이명증이 있었다고 하지요. 이러한 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아마 큰 걱정으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녀는 그러한 괴롭힘 속에서도 기도에 항구했으며, 고통 중에서도 활발히 봉사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하는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12명의 제자 중에서 4명은 보잘 것 없는 어부였고, 또 두 명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던 세리였습니다. 심지어 당신을 나중에 팔아넘길 제자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부족한 제자들이 예수님으로 파견을 받았을 때 얼마나 두렵고 걱정되었을까요?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모든 권한을 주시고 보내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주신 권한에 힘입어 하늘나라 선포를 충실하게 수행하지요.

우리의 삶 안에서 우리가 행해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걱정의 순간에서 포기하고 좌절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함께하시고 또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의 힘을 기억하면서 열심히 기도하고 봉사하는 행동 그리고 주님의 뜻에 맞게 살아가는 사랑의 삶만이 우리의 삶을 걱정 없이 풍요롭게 만들 것입니다.

 
금이 아름다운 것을 알게 되면 별이 아름답다는 것을 잊어버린다(독일속담).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내 마음 안에 있는 나만의 공간

저의 어렸을 때의 소원 중에서 하나를 말한다면 바로 제 방을 갖는 것이었습니다. 육남매나 되는 대식구였기 때문에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늘 제 바로 위의 형과 방을 함께 써야만 했습니다. 외아들로 방을 혼자 쓰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는 신학교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학교 1, 2학년 때에는 한 방에 14~16명씩 함께 살아야만 했었거든요. 또 군대에서도 독방은 없지요.

이렇게 내 방 없이 살다가 드디어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했던 3학년 때 저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신났는지 모릅니다. 늦게까지 책을 읽을 수도 있었고, 제가 듣고 싶은 음악도 마음껏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가 원하는 모습으로 방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이 더욱 더 저를 들뜨게 만들었습니다.

저의 방을 이렇게도 또 저렇게도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저만의 공간이기 때문이지요. 사실 함께 공동생활을 할 때에는 방 꾸미는 것에 그렇게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나의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그때의 생각을 하면서, 우리의 마음에도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실 나만의 공간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세상 것들에 대한 욕심과 지나친 관심들이 내 마음 안에 있는 나만의 공간을 조금씩 침범하고 있습니다. 나만의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기 보다는 욕심과 이기심에 지저분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나만의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어야 합니다. 주님의 사랑이 가득히 넘쳐흐르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내 마음을 돌아보십시오.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입니까? 내가 사용하고 있는 나만의 공간이 내 마음, 혹시 세상의 지저분한 것들로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어둠으로 가득 덮여있는 마음, 나쁜 냄새로 뒤덮인 내 마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신 환한 빛으로 가득 찬 내 마음, 좋은 향기가 가득한 내 마음을 만드는 오늘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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