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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서로 죄를 고백하십시오”(야고 5,16)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12 조회수599 추천수9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연중 제14주간 토요일


< 육신을 죽이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


복음: 마태오 10,24-33






구세주


(6세기 경)


     < 서로 죄를 고백하십시오”(야고 5,16) >

             초등학교 4-5학년 때쯤으로 기억합니다. 어머니와 평택 시장에 갔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에 비집고 들어갔더니 마침 아저씨가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저의 얼굴을 들여다보자마자 약을 한 알 주셨습니다. 저는 그것을 먹고 어디 가지도 못하고 아저씨가 하는 요란스러운 말소리를 들으며 앉아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저를 앞으로 나아오라고 하였습니다. 아저씨는 저에게 바지를 내려 보라고 했습니다. 수백 명은 돼 보이는 사람들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어정쩡한 자세로 팬티까지 벗겨진 저는 창피해서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제 엉덩이에서 희고 긴 회충들이 몇 마리 밖으로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아저씨는 그 회충을 발로 밟으셨고 저의 다리 길이만한 그 회충들 안에는 어미와 똑 같이 생긴 새끼 회충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마도 형들과 뱀을 잡아 먹은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생긴 것 같습니다.

희한한 것은 처음엔 정말 창피하고 부끄러워 숨어버리고 싶었었는데 내 안에 있던 부끄러운 것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니 부끄럽기 보다는 그 아저씨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두려워하지 마라라고 하시며,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모든 감추어진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그러니 숨기지 말고 어두운 곳에서 들은 것을 밝은 곳에서 말하고, 귓속말로 들은 것을 지붕 위에서 선포하라 하십니다. 즉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숨기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숨기고 있으면 그 부끄러운 것이 드러나게 될까봐 두려워지지만, 내가 내 부끄러운 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보게 되었다면 더 이상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런 의미에서 고해성사 볼 때 자신의 치부를 무릎 꿇고 타인 앞에서 토해내는 것 자체가 이미 커다란 치유의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전과도 없었던 10대 심모(19)군이 상상하기도 힘든 시신훼손을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17)양을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것입니다. 이 청년은 정신 병력도 없고, 당시 술도 마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성폭행하려 했다는 부끄러움을 덮기 위해 살인을 하고, 또 그 살인을 덮기 위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위로 시신을 훼손하여 없애려 했습니다. 작은 부끄러움이 있을 때 바로 사람들 앞에서 그 부끄러움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큰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잘못하면 그것을 인정하려하기 보다는 피하고 보지 않으려는 마음이 강하게 일어납니다. 저도 군대 있을 때 사고를 냈고 그 때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몰려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잘못이 있을 때 덮으려는 습관을 들이지 말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사람들 앞에서 털어놓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주일에 입원하여 퇴원하고 오늘 처음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축적되고 굳어버린 그것은 문 앞에서 계속 주저하며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갈까, 말까 약을 올리는 것 같았습니다. 짜증나서 그냥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걱정만 커질 것 같았습니다. 끝내 비교해서는 안 되는 아기 낳는 아픔이 이럴까?’ 하는 마음으로 근심을 쏟아내었습니다.

제가 제 안에 있는 회충의 실체를 제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그 창피함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그 실체를 내 눈으로 보았다면 그것을 다시 넣고 싶은 생각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 안의 치부는 마치 대변처럼 내 안에 있을 때는 안에 넣어두어도 될 만한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내가 직접 객관화하여 그것을 대면하여 그 실체를 보게 될 때는 다시 집어넣고 싶은 생각은 절대 갖지 못하게 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내 안의 작은 죄들이나 부끄러운 것들은 감추어두어도 될 것 같지만, 실제로 꺼내놓고 보면 다시는 다시 감추고 싶지 않은 비밀들인 것입니다.

야고보 사도는 그래서 서로 죄를 고백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저도 그래서 최대한 고해성사를 자주 보려고 합니다. 모든 것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드러나게 마련인 것을 가지고 있으려니 얼마나 힘이 들까요? 숨기는 것이 많은 사람들은 항상 두려움에 쌓여 자유롭지 못하고 경직되고 남들만 비판합니다. 이젠 서로 겸손하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해 줍시다. 이것이 우리 교만과 두려움의 죄를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서로 죄를 고백하고 서로 남을 위하여 기도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병이 낫게 될 것입니다. 의인의 간절한 기도는 큰 힘을 냅니다.”(야고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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