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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15 조회수367 추천수5 반대(0)


오늘은 보나벤투라 성인 축일입니다. 보나벤투라 성인은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과 함께 중세 교회의 철학과 신학을 집대성한 학자입니다. 교회의 신학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라는 고대의 문학, 철학, 신학이 체계적으로 발전한 결과입니다. 유럽은 그리스 철학과 그에 연관된 자유의 이념, 그리스도교와 그에 연관된 인간 존엄성의 사상, 마지막으로 로마식 법체계와 그에 연관된 질서의 사상에 의해 하나의 울타리 안에 묶일 수 있었습니다. 헤브라이즘은 유대인들이 가졌던 하느님께 대한 신앙과 신학입니다. 그것을 당시의 주류 사상이었던 헬레니즘의 학문과 접목을 시도하였고 이러한 접목을 완성한 학자들이 토마스 아퀴나스와 보나벤투라입니다. 이분들의 학문적 노력으로 오늘 우리들은 교리와 신학을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한 잔의 술, 흘러가는 구름, 흐르는 시냇물, 불어오는 바람, 달빛에 비친 파란 꽃을 생각하면 떠오는 것이 있습니다. 한편의 시입니다. 수필, 소설이 줄 수 없는 멋과 향을 시는 줄 수 있습니다. 오늘은 도종환 시인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며칠 전 읽은 신부님의 글이 생각납니다. 반지를 잃어버려서 상심한 딸에게 어머니가 하신 말씀입니다. ‘반지를 낄 손가락은 있잖니!’ 평화롭게 보이는 연못의 물고기도 그 안에는 치열한 삶의 질서가 있습니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살아가는데 어찌 흔들림이 없겠습니까? 어찌 굴곡진 역사가 없겠습니까? 굳이 인류, 민족, 지역을 말하지 않더라도, 저 자신의 삶에도 많은 흔들림이 있었습니다.

사제 서품을 받은 후 1주일 만에 ‘유행성 출혈열’이 있었습니다. 중환자실에 보름간 있었고, 사제생활을 시작하면서 하느님 품으로 갈 뻔 했습니다. 그 뒤로 제가 생각하는 것은 제 인생은 ‘덤’이었습니다. 너무도 부족한 제가 이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는 제게 ‘덤’을 주셨습니다. 그러기에 매일의 삶은, 매일의 만남은 제게는 선물입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제게는 기회도 많았지만 위기도 많았습니다. 주교님께서 저를 기회의 순간에도 부르셨고, 위기의 순간에도 부르셨습니다. 그 뒤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욥 성인의 고백입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좋은 것을 주셨을 때 감사했다면 내게 나쁜 것을 주신다 해도 감사 할 뿐입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생활 원칙이 되었습니다.

50이 넘은 나이에 청소년 수련장 원장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주교님께서 뜻이 있으시니 저를 이곳으로 보내셨을 것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곳에서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성인, 성녀들은 어디에 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어떻게 사느냐를 중요하게 여기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하느님을 따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때로 갈등과 분열도 있을 거라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양처럼 순수하지만, 뱀처럼 슬기로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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