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18 조회수447 추천수4 반대(0)


함께 일하는 직원은 매주 서울까지 모임을 나갑니다. 본인이 참가하는 생활성가 모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매주 월요일 새벽까지 연습을 하고, 다음날 새벽에 용문으로 옵니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시간을 활용해서 음악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주일 오후에는 서울까지 가는 시간이 3시간 넘게 걸립니다. 그럼에도 힘든 내색 없이 즐겁게 다니고 있습니다. 수련장에서의 일은 직업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참아야 합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힘든 가운데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몸은 힘들어도 음악연습을 통해서 마음이 편안해진 직원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의미와 보람, 가치와 성취를 느낄 때가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용문 수련장의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시설물 관리, 직원들과의 만남, 프로그램 개발, 수련장 이용 고객 유치가 저의 주된 일입니다. 그 외에 제가 하는 일들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지금은 방학이라서 여유가 있지만 학기가 시작되면 매주 신학교에 가서 강의를 합니다. 강의 준비, 오며 가는 시간들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후배들을 만나는 것은 즐거움입니다. 제가 배운 것들을 함께 나누는 것도 보람입니다.

한 달에 두 번은 명동으로 갑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새천년 복음화 사도직 협회’ 가족들을 위한 미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후원회원을 위한 미사이고, 다른 한번은 기도회를 위한 미사입니다. 용문에서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는데,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명동의 미사는 제게 새로운 충전의 시간입니다.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는 분들을 통해서 저는 힘을 얻습니다. 그렇습니다. 꽃을 담은 종이에서는 꽃향기가 나고, 생선을 담은 종이에서는 생선 비린내가 나기 마련입니다. 복음화 학교의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는 기도의 향기, 나눔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주님께서 제게 주신 큰 축복입니다.

가끔씩, 동창신부가 있는 호평동 성당으로 미사를 갑니다. 동창 신부가 피정을 가거나, 연수를 가는 경우 제게 미사를 부탁하기 때문입니다. 용문에서 호평동 가는 길은 참 아름답습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가기 때문입니다. 호평동 신자분들과 함께 미사를 하면 마치 제가 아직도 본당신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본당 신부가 아닌데도, 본당신부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주님의 은총입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기쁨이요 행복은 아닙니다.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이 즐거움은 아닙니다. 수련장에는 늘 줄에 매달려 주는 밥을 먹는 진돗개가 있습니다. 별로 할 일도 없고, 밥을 먹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진돗개가 행복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하루 종일 밥 먹고, 설거지 하고, 또 밥을 준비하면서 며칠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학교에도 가지 않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해야 할 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들이 그렇게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큰 짐을 주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가는 일입니다. 파라오를 설득하는 일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평과 원망을 들어주고, 만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일입니다. 그 일들이 모세에게는 커다란 짐이면서 하느님과 함께 하는 영광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짐을 없애주시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의 짐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 주십니다. 보람과 성취를 부여해 주십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흘리는 땀은 천국을 향한 디딤돌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들은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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