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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7/23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복음묵상)
작성자신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23 조회수541 추천수10 반대(0) 신고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

2013년7월23일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복음묵상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마태오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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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들이 말하는 것 중의 하나는 경제가 안정이 되지 않고 어수선해지면 제일 먼저 드러나는 현상이 일그러진 국수주의나 민족주의가 고개를 들고 일어 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요즈음 이 나라 저 나라에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가 떠오른다.
이 두 분의 삶에는 공통점이 많다.
비운의 한 시대를 한 목적을 갖고 살다가 소신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다.
그 두 분은 암울한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삶의 방식에 대해 주장하셨다.
김구 선생은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를, 안중근 의사는 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을 미래의 돌파구로 선택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사해동포주의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모든 민족이 동포라는 마음을 갖고 서로 도우며 아끼며 살아가야 한다는 정신이다.
동양평화론은 무엇인가? 그것은 동양의 평화를 위해서 한국, 일본, 중국 청년들이 하나의 장소에 모여 배움의 길을 걸으며 동양의 평화를 위해 공헌할 인재들을 키워내야 한다는 정신이다.

국권과 주권을 빼앗긴 시대에 독립과 회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이 적에 대한 증오심이 바탕이 된 민족주의나 국수주의가 아니라 평화와 화해였던 것이 더욱 놀랍기만 하다.

나는 가톨릭의 한 사제로서 역사적으로 많은 갈등을 가지고 있는 일본에서 일본에 있는 신자들을 내 가족으로 여기며 그들을 위해 사목을 하고 있다.
적지 않은 차이를 극복하면서 우리 모두는 하느님 안에서 같은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살고 있다.
같은 신앙으로 묶인 서로이기에 나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사랑을 받고 있다.
분명한 것은 내가 있는 곳이 어디던지 그 사람들을 위해 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다.

시대적 상황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우리 나라 좋은 나라, 남의 나라 나쁜 나라”라는 교육을 받으면서 자란 유년시절을 갖고 있다.
심지어는 같은 민족인 남과 북을 극과 극으로 가르는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

간단히 말하고 싶다.
이 나라에도 저 나라에도 좋은 사람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모두를 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로 묶고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그럴 수 없다면, 국수주의와 민족주의와 같은 온갖 종류의 배타주의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편견 속에서 살 수 있는지를 의식해야 한다.

물론 나라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나라를 튼튼하게 해야 하는 이유는 그 나라 백성들이 잘 살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자국의 사람들이 잘 살기 위해서 남의 나라가 희생이 되어도 된다는 생각은 반드시 없어져야 할 악한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의 평화는 결코 가능해지지 않으리라.
내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를 구성하는 이들도 대부분 선한 백성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옳고 선한 백성들이 하나의 힘이 되어야 한다.
나라가 엉터리가 되는 대부분의 이유는 잘못 만들어진 인간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란 어쩌면 사기성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세계일 수도 있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권력을 빼앗기 위해 백성을 속일 수 있는 온갖 종류의 방법을 모색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세계라 할 수도 있다.
옳음이 기준이 아니라, 잇속이 기준이 되어 어떤 타협도 가능해 보이는 세계이다.

그렇다면 정치의 속성을 있는 대로 인정하자.
그리고 옳고 선한 백성들이 그들의 견제세력이 되어야 한다.
자신들의 욕망을 드러내려 한다면 가차없이 그러지 못하게 백성들이 가장 효과 있는 방법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우리의 삶의 태도가 허락될 때, 나라가 건강해질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선한 마음과 옳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 어느 누구도 우리의 형제요 부모들이 될 수 있다.

온갖 종류의 집단 이기주의에서 해방되는 우리이기를 기도한다.

(이 글은 곧바로 일본어로도 옮겨집니다. 그리고 내 본당 신자들에게도 읽혀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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