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23 조회수318 추천수2 반대(0)


수련장에는 함께 사는 가족들이 많습니다. 주방에서 일하시는 글라라 어머니, 27년간 수련장을 지켜 오신 베드로 실장님, 올 3월에 베드로 실장님의 뒤를 이어서 수련장의 관리를 맡게 될 프란치스코 관리장님, 여름 캠프와 겨울 복사학교를 준비하고, 저를 도와서 피정 진행을 하는 율리안나 연구원, 수련장의 모든 사무를 책임지는 말가리다가 있습니다. 이분들이 있기에 저는 수련장에서 기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눈을 돌려 주변을 보면 또 다른 가족들이 있습니다. 새끼를 13마리나 낳았던 토끼, 매일 알을 낳아주는 닭과 오리 그리고 칠면조, 수련장의 얼굴인 애니와 토니 진돗개, 오랜 동안 수련장을 지켜온 진이와 몽실이도 진돗개입니다. 성심연에는 물고기들이 있고, 테라쿠아에는 관상용 물고기들이 있습니다. 수련장에는 많은 새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많은 나무와 꽃들이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저와 함께 사는 가족입니다. 이들이 있어서 수련장이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지난밤에 수련장을 비추었던 둥근 달도, 요즘 장마 때문에 얼굴을 자주 볼 수 없는 태양도, 흘러가는 구름도, 스쳐가는 바람도 모두 수련장의 가족입니다. 이곳을 찾는 어린이, 청소년, 어른들도 저의 가족입니다. 그분들이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는 것을 보는 것은 기쁨입니다. 그분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먹는 것을 보는 것도 행복입니다.

어떤 분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걸’로 말을 마치는 사람은 늘 후회하거나, 불평하게 된다고 합니다. ‘자지 말고 공부할 걸, 화내지 말고 참을 걸, 교통신호를 지킬 걸,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걸’ 이렇게 늘 ‘걸’을 입에 달고 살면 삶의 그림자만 보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하루를 사는 것이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반면에 ‘다’로 말을 마치는 사람은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살 수 있다고 합니다. ‘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웬만하면 ‘잘했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고맙다는 말도 자주 합니다. 그러면 기분이 나쁘다가도, 속이 상하다가도 마음이 편안해지곤 합니다.

나뭇잎은 부는 바람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부는 바람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 더욱 지혜로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태어났습니다. 신앙을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께로부터 왔으며, 하느님께로 갈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나뭇잎이 바람에 자신을 맡기듯이 하느님의 자비와 하느님의 사랑에 모든 것을 맡기면 한결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것들도 결국은 다 지나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분열과 대립이 있습니다. 소통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타협과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작은 이 나라에 ‘지역, 이념, 세대, 빈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이들을 인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고, 옳다하여도 나의 편이 아니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참된 소통과 대화를 위한 원칙과 상식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학연, 지연, 혈연’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세대, 이념, 빈부’의 잣대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고 하십니다. 오직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원칙과 상식이라고 말을 하십니다.

지금은 죽고 못 살 것 같지만 그것도 다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드러난다면 우리 모두는 한 형제요 자매이기 때문입니다. 나태주님의 시를 하나 읽어 드리겠습니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 졌습니다.”

시인은 우리 모두는 어두운 우주에 아주 작은 별인 지구에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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