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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밀과 가라지가 공존하는 현실 - 2013.7.27 연중 제16주간 토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27 조회수403 추천수5 반대(0) 신고

2013.7.27 연중 제16주간 토요일 탈출24,3-8 마태13,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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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과 가라지가 공존하는 현실
 

-영적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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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밀과 가라지 비유’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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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과 가라지의 비유를 발설하신 예수님은
농사일에도 많은 관심을 지니신 분임이 분명합니다.

더불어 연상되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15,1)라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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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나는 농부다’라는 제하의
나눔 텃밭 지킴이 이복자씨의 인터뷰 기사가 생각났습니다.

 

“농사일 보다 사람이 힘들죠.
…농사일을 하다보면 맑아지고, 순해지고, 편해지는 것 같아요.
…다 다르잖아요. 씨앗, 열매, 잎, 뿌리 생김새도, 빛깔도 같은 게 없지요.
맛도 그래요. 상추는 상추 맛, 배추는 배추 맛이죠.
…그렇게 인정하고 나니까 편해요.
힘들다고 느끼니까 힘든 거지요.
예전에 싫으면 내가 그만두면 되지 그랬죠.
근데 농사짓다 보면 소통하고 상생하려는 기운이 북돋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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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수행을 통해 하느님을, 자연을, 이웃을, 나를 만남으로 깨달음에 이른,
밀같이 선한 분임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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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으면 밀이고 나와 다르면 가라지인가?

누가 밀이고 누가 가라지인가?
누가 선인이고 누가 악인인가? 
성선설이여 성악설이냐?
인류가 존속하는 한 영원한 논쟁의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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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예수님은 밀과 가라지의 비유를 통해
선악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지혜로운 처방을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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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밀과 가라지가 공존하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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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현실이나 내 마음을 봐도 분명히 깨닫는 진리입니다.

100%순도의 선한 공동체도, 선한 사람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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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나 밀과 가라지가, 선과 억이 공존하는 현실입니다. 

만일 가라지가 없는 현실이라면 바람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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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 겁니다.

밀과 가라지가 공존하는 영적전쟁 중에 성숙되어 가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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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선악의 공존에 절망할 것도 없습니다.
바로 여기서 시작되는 하늘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가라지라는 영원한 숙제가 오히려 전의를 불러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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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선악의, 밀과 가라지의 공존인데 적정한 균형상태의 공존입니다.
오늘의 현실을 보면
온통 가라지들 무성한 균형을 상실한 가라지 밭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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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밀과 가라지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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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아닌 그 누구도
선악을 구별해내지 못하거니와 악을 제거하지도 못합니다.

잡초를 없앤다 하여 제초제를 뿌리듯 가라지 같은 악인들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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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지를 거두어 낼까요?’
묻는 눈먼 열정의 종들에게 제동을 거는 주인은 그대로 주님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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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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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지를 뽑다간 폭력의 악순환입니다.

녹을 지우려다 그릇을 깰 수 있습니다.
단점을 없애려다 장점까지 죽일 수 있습니다. 
가라지인 줄 알고 뽑았는데 밀이라면 얼마나 난감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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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지인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밀인 경우의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까?
이처럼 사람의 판단은 불완전하기 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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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밀과 가라지의 현실을 끝까지 인내로 견뎌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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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바로 이게 하느님의 자비입니다.
밀과 가라지의 공존현실을 살아내는 게 수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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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자비를 본받는 일이며 하느님께 온전히 신뢰를 둘 때 가능합니다.
가라지의 운명은 온전히 하느님의 심판에 맡기는 것입니다.

하여 분도 성인도 형제들에게 약점의 가라지를 뽑지 말고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라’ 촉구합니다.

세상에 가라지의 악을 제거하려던 혁명이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뽑아도 줄기차게 솟아나는 잡초처럼 계속되는 악의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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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끊임없는 수행입니다.

내적혁명의 수행만이
밀의 세력을 강화시키고 가라지의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모든 수행이 의도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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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이 소홀하거나 이완될 때
공동체나 마음 밭은 곧장 가라지 밭으로 변할 것입니다.

그러니 끊임없는 수행으로 공동체를, 나의 내면을 가꾸고 돌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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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독서 탈출기가 복음의 밀과 가라지 문제에 대한 답입니다.

시나이 산에서 계약이 흡사 성체성사의 새 계약을 연상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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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가 계약의 책을 들고 백성에게 읽어주자 모두 화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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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을 실행하고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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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이 산에서 계약을 맺은 후 이들은 하느님을 뵈오며 먹고 마셨다 합니다.
마치 주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을 뵈오며 성체를 모시는
미사잔치와 흡사한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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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과 맺은 계약대로 주님의 계명을, 말씀을 듣고 실행할 때
약화되는 악(가라지)의 세력이요 강화되는 선(밀)의 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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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평생 거행되는 이 거룩한 미사와 성무일도의 수행이 우리 안의 악(가라지)의 세력을 약화시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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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저희 안에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자라나게 하시고,
저희가 주님의 계명을 지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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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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