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7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01 조회수477 추천수3 반대(0)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련장은 지독한 습기와 싸우고 있습니다. 창문을 열어 놓지 않고, 제습을 조금한 소홀히 하면 습기는 곰팡이와 함께 찾아옵니다. 방은 많고, 행사는 계속되고 며칠 동안 사제관 주방엘 가지 못했습니다. 어제 손님이 와서 잠시 갔더니, 습기는 벽 한곳에 곰팡이를 심어 놓았습니다. 8월의 첫날입니다. 우리들 마음만이라도 아주 맑고, 화창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1986년, 군대를 가기 전까지 신학교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외출도 일주일에 3번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부제님들은 자율적으로 외출을 하셨습니다. 학생들은 신협을 운영하였고, 도서구매반도 운영하였습니다. 저는 신협의 업무이사였기에 학교 매점을 운영했습니다. 자유롭게 토론을 하였고, 그 당시는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에서 최루탄을 맞던 시대였습니다.

1989년, 군대를 제대하고 신학교에 복학했을 때는 ‘보통사람의 시대’였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이 국민의 직접 선거에 의해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에게 독재라는 말을 쓸 수는 없었습니다. 신학교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하던 것들은 모두 폐지되었습니다. 도서구매반도, 신협도 없어졌습니다. 학생들의 외출도 횟수가 줄었고, 저학년은 아예 외출을 하지 못했습니다. 부제님들도 허락을 받아야 외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참 자유롭게 신학교 생활을 하던 제게는 왠지 낯선 분위기였습니다.

원감신부님은 복학생들의 면담을 하였고, 면담 때는 심도 있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면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말도 들어야 했습니다. 저도 긴장을 하면서 면담을 하였습니다. 예전의 면담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었는데 당시의 면담은 상대방이 원하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제게 질문한 것은 ‘신앙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였습니다. 저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랑’아닌가요? 그랬더니 신부님께서 저를 보시더니, 신학을 공부한 사람의 수준으로 말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가 제일 소중한 것이다. 듣고 보니 맞는 말씀인 것 같았습니다. 사랑을 하는 것도 하느님 나라에 가기 위한 것이고, 봉사를 하는 것도 하느님 나라에 가기 위한 것이고, 용서하는 것도 하느님 나라를 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하느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고 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밀과 가라지가 같이 자라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어린이와 같은 사람의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밭에 묻혀 있는 보물과 같다고 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농부가 밭에 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반드시 많은 고난과 고통 그리고 죽음까지도 거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아무나 가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 있다고 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에 있다고 했습니다.

모든 것이 자유로웠던 신학교와 모든 것이 통제 되었던 신학교를 체험했습니다. 그 둘은 서로 틀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둘은 서로 다른 것이었습니다. 자유로웠던 신학교에 적응을 못하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생각하던 신학교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이 통제된 신학교를 이해하지 못했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모내기를 하기 전에 벼는 모판에서 지내야 했고, 비닐하우스에서 보호를 받아야 했음을 이해하지 못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용문 수련장을 생각합니다. 공기가 좋고, 물이 맑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곳을 하느님 나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건물이 낡고, 벌레들이 많고, 서울 가려면 너무 멀고, 은행을 가려고 해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이곳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용문 수련장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열매를 맺는 사람은, 이곳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사람은, 이곳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는 사람은 아마도 이곳에서 하느님 나라를 느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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