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7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03 조회수340 추천수5 반대(0)



사제들의 직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전통적인 교회의 직무인 본당 사제입니다. 본당 사제는 ‘주임신부와 보좌신부’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제들은 보좌신부, 본당신부를 경험하게 됩니다. 본당은 사제들에게는 고향과 같습니다. 신자들을 만나고, 사목을 하고, 보람을 느끼고, 때로 좌절을 하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특수사목입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분야도 다양하고, 일하는 사제들도 많아졌습니다. ‘ 신학교, 학교 법인, 병원, 군종, 청소년 센터, 수련장, 교구청, 사회 사목, 교정사목, 직장 사목, 도시빈민 사목, 상설고해 사제, 중견 사제 연수원’ 등과 같이 상당히 많습니다.

동창들 중에는 22년 동안 본당 사목만을 한 신부들이 있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특수사목 분야에서 오랜 동안 사목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동창 신부님들 중에서도 다양한 곳에서 사목을 한 편입니다. 보좌신부 8년, 본당 신부 8년, 사목국 3년, 해외연수 2년 그리고 지금은 용문 청소년 수련장에서 사목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서울 대교구는 인사이동이 있습니다. 교구장님께서는 인사이동 대상자들과 면담을 하기도 합니다. 면담을 마치고 나면 어떤 신부님들은 밝은 표정이 됩니다.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어떤 신부님들은 긴장된 표정이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능력보다 더 힘든 곳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저도 지난 2월 용문 수련장으로 가라고 하시는 주교님의 말씀을 듣고 ‘많이 당황했습니다.’ 청소년 사목을 잘 몰랐고, 시설을 관리하는 경험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청소년들과의 만남이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회개의 세례’를 주었습니다. 하느님의 길을 곧게 내었습니다. 제자들을 모았습니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의 말을 듣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전한 것은 곧 구원의 때가 온다는 것입니다. 자신은 그 구원의 길을 준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오늘 복음에서 들은 것처럼 세례자 요한은 순교하였습니다.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순교를 했을까요? 우리는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 그리고 죽음과 부활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분의 제자들과 그분이 세운 교회가 신학적으로, 성서학적으로, 철학적으로 그 의미를 전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의미와 가치가 명확하게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세례자 요한의 순교 역시 의미가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주님께서 가셔야 할 길을 미리 준비하였고, 닦아 놓았기 때문입니다.

큰 성당의 벽돌 한 장은 아주 작아 보입니다. 하지만 벽돌 한 장들이 모여서 큰 성당이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는 눈에 잘 보이는 종탑이나, 화려하게 꾸며진 제대나, 잘 볼 수 없는 제의실이나 다 똑같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능력, 업적, 외모와 건강을 보시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벽돌 한 장이라도 그 위치에서 충실하게 있는 것을 보시고 기뻐하십니다. 오늘은 구상 시인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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