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8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04 조회수400 추천수3 반대(0)


어제는 예전에 용문 수련장 원장신부로 계시던 신부님께서 오셨습니다. 이곳을 떠나신지 벌써 8년이 넘었습니다. 신부님께서 계실 때 야영장의 시설을 만드셨다고 합니다. 요즘은 텐트의 규격이 예전과 달라서 요즘의 텐트에 맞도록 야영장의 시설을 보수하러 오셨습니다. 신부님의 배려와 신부님의 따뜻한 마음이 제게는 고마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게 부담이 될 것 같다고 하면서 먹는 것, 텐트를 다 준비해 오십니다. 생색내지 않으시고, 자신이 벌였던 일은 자신이 정리하겠다고 오시는 신부님을 보면서 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신부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건물을 짓고 하자 보수를 하려고 하면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예전에 있던 본당에서 누수가 있었고, 음향 시설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중앙 냉방 장치는 용량에 문제가 있어서 시원하지 않았고, 역시 누수가 있었습니다. 한두 번은 왔었지만 나중에는 하자 보수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오지 않았습니다. 한두 번 오는 것도 몇 번씩 전화를 드려야 했고,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음향 설비 회사는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부도가 났다고 합니다. 냉방 장치 역시 새롭게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었고, 회사를 부르려니 하자 보수 기간이 지났다고 합니다.

떠난 지 8년이 지났고, 제가 부탁을 드리지도 않았고, 오지 않으셔도 누가 말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묵묵히 야영장을 보수하시는 신부님은 탐욕과 부실이 넘쳐나는 세상에, 부정의 불의가 가득한 세상에 한줄기 빛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한시가 딱 어울리는 분이셨습니다. ‘춘잠도사사방진하고 납촉성회루시건(春蠶到死絲方盡 蠟燭成灰淚始乾)’이라! ‘봄누에는 죽어서야 실뽑기를 그치고, 초는 재가 되어야 비로소 눈물이 마르네.’라는 뜻입니다.

하느님나라는 삶의 기준이 다를 것 같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 세상에서의 기준은 하느님나라에서는 필요 없다고 말을 합니다. ‘재능, 능력, 재물, 명예, 권세’와 같은 것들이 하느님나라에서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헛되고 헛되다.’라고 말을 합니다. 그런 것들은 썩은 동아줄과 같아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말을 합니다.

춘천교구 소속인 동창신부가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포천 가기 전에 송우리라는 동네가 있습니다. 동창신부가 그쪽 지역 본당신부로 가게 되었습니다. 20년간 신자들은 정성껏 성전 신축기금을 모았습니다. 필요한 돈은 30억인데, 모은 돈은 10억이었다고 합니다. 부족한 돈을 구하기 위해서 방법을 찾던 중에 본당 신자들이 교우 중에 한분을 소개하였습니다. 그분은 70대 노인이신데, 자녀가 없이 부부가 함께 산다고 하였습니다. 그 형제님은 그 동네에서는 재력이 상당한 분이라는 것입니다. 신부님께서 한번 만나시면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신부님은 혹시 하는 마음으로 그 형제님을 찾아갔습니다. 집은 오래되어서 낡았고, 차도 없어서 자매님께서 병원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가야 할 정도였습니다. 신부님은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고, 혹 여유가 있으시면 성전 신축을 위해서 도움을 주시기를 청하였습니다. 신부님이 예상한대로 형제님은 돈이 없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신부님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정도 후에 형제님께서 신부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작은 봉투를 드리면서 얼마 안 된다고 하면서 성전신축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신부님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사제관에 와서 봉투를 열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은 크게 놀랐다고 합니다. 성전신축에 필요한 나머지 금액인 20억 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창신부님은 나중에 성전신축이 다 되면 그 형제님을 위해서 감사패를 드리겠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평생 검소하게 사신 형제님은 이제 자신이 가진 재물을 써야할 때를 찾았고, 아무 주저함 없이 기꺼이 성전신축을 위해서 봉헌하였습니다. 형제님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늘에 재화를 쌓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썩어 없어질 재물을 얻기 위해서 사랑도, 우정도 배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서 친구에게 누명을 씌우기도 합니다. 자신은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친구의 작은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서 친구를 감옥으로 보내기도 합니다. 욕심 때문에 평생 헌신해 온 아내를 헌신짝처럼 내 팽개치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소설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나라를 향하는 기차를 타고 있습니다. 누가 와서 우리를 유혹하고, 내리라고 해도 우리는 우리의 자리를 굳게 지켜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버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분명하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안에 있는 현세적인 것들, 불륜, 더러움, 욕정, 나쁜 욕망, 탐욕을 죽이십시오. 탐욕은 우상숭배입니다. 여러분은 옛 인간을 그 행실과 함께 버리고, 새 인간을 입은 사람입니다. 그리스도만이 모든 것이며, 모든 것 안에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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