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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개의치 않기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07 조회수614 추천수1 반대(0) 신고

 

 

 


 

          “어떤 가나안 부인이 나와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하고  소리를 질렀다.

           예수님께서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가나안 부인은 자비를 베푸시라고 주님께 소리를 지릅니다.

          이에 대해 주님께서는 한마디도 대답치 않으십니다.

          지독한 무시입니다.

           

          무시는 한자어로 없다는 뜻의 무(無)와

          본다는 뜻의 시(視)가 합쳐진 말입니다.

          그러니까 무시라는 말은 두 가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는 것이 없음, 곧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뜻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분명히 앞에 있는데도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지금 여인이 앞에서 외치고 있는데도

          여인이 당신 앞에 없는 양 완전히 무시하십니다.

           

          이것이 제자들이 보기에도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던지

          제자들이 주님의 시선을

          소리 지르고 있는 여인에게 돌리게 합니다.

          귀찮으시면 돌려보내기라도 하시라고 얘기합니다.

          아무 대구도 없는 것보다 거절의 말이

          덜 무시하는 것이라는 뜻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최고의 무시는

          아예 말을 섞지 않고 상종자체를 않는 거지요.

          그래서일까요 주님께서는 제

          자들의 주의환기에 한 마디를 하십니다.

          그러나 그 대답은 여전히 실망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이방인은 당신 자비의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여인은 대구라도 하는 주님께 희망을 걸고

          이제는 주님 앞에 엎드려

          절까지 하며 자비를 간청합니다.

           

          이에 주님께서는

          “강아지”를 들먹이며 자비를 거절하십니다.

          이 말은 너무도 모욕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말입니다.

          주님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여인은 자신이 아무리 강아지일지라도

          작은 은총은 베푸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대꾸합니다.

          계속되는 주님의 무시와 모욕에

          끈질긴 여인의 매달림입니다.

           

          이 여인에게서 저는

          모욕과 무시에 그을리지 않음을 봅니다.

          주님께서 그렇게 무시하시는데도

          전혀 무시당하지 않고,

          주님께서 그렇게 모욕하시는데도

          전혀 모욕당하지 않습니다.

          모욕과 무시에 전혀 개의치 않는 것이지요.

           

          <개의치 않음>

           

          누가 모욕과 무시에 전혀 개의치 않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진정 최고의 인격적 경지에 오른 것입니다.

          반대로 작은 모욕과 무시에도 즉시 뽀르르 반응을 하고,

          팔팔뛰며 과잉반응을 한다면

          그의 인격은 밑바닥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개의치 않는다는 것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가능할까요?

          개의(介意)란 의(意)를 개입(介入)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모욕과 무시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모욕과 무시에 어찌 하려는 의지도 두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의식도 의지도 없는 것이니 이것을 거칠게 표현하면

          <너는 씨부려라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모욕과 무시에 개의치 않으면

          모욕을 하고 무시하는 사람의 입이

          씨부리는 입이 되어 더러워질 뿐

          정작 그 당사자는 모욕과 무시를 당하지 않게 되는 거지요.

           

          그러면 모욕과 무시에 누가 개의치 않고 누가 발끈하는가?

          겸손한 사람은 개의치 않고 교만한 사람은 발끈합니다.

          겸손이 모욕과 무시를 사랑할 정도까지 도달하면 전혀 개의치 않고,

          모욕과 무시를 한 올도 허용치 않을 정도로

          교만하면 팔팔 날뛸 것입니다.

           

          어떤 모욕과 무시도 개의치 않는 삶을

          오늘 살기로 다짐해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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