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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초대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08 조회수340 추천수1 반대(0) 신고
이 도시에서의 연주회는 끝이 났습니다.
지휘자와 단원들은 무대뒤에서 서로 얼싸안고 기뻐합니다.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습니다.
 
지휘자는 조용히 단원 한사람 한사람을 응시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공연중 연주소리를 기억해 냅니다.
이전 공연보다 실력이 성장한 단원들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단원들도 있었습니다.
이중 한명은 슬럼프에 빠져있었는데,
더이상 연주하고자 하는 의지마저도 상실해보입니다…
 
그가 가지고 다니는 큰 가방안에는 언제나 악보로 수북합니다.
그는 신중히 이들 각자에게 맞는 악보를 찾아 나눕니다.
다음 공연까지 이들이 숙지해와야할 악보들입니다.
각자의 부족함을 채워줄 맞춤 연습곡인셈 입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어떤 단원은 부여받은 이 과제에 충실할테고,
또 어떤 단원은 폴더속에 끼워 넣고 다음 공연까지 열어보지도 않을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럴줄 알면서도 한사람 한사람의 어깨를 다독이며 격려합니다.
 
그때, 한 여인이 무대뒤로 찾아왔습니다.
이 여인은 오늘 연주를 듣고 큰 감명을 받은 관객이었습니다.
여인이 지휘자에게 이 도시에 머무는동안 자신의 집에 모시게해달라 청합니다.
지휘자는 여인의 집에 머물기로 합니다.
 
여인의 집은 단단한 땅위에 튼튼한 기둥으로 잘 세워 올려진 집이었습니다.
이 집의 지붕은 유난히도 커보였습니다.
처마가 길어, 비바람에도 끄떡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현관문과 아름다운 창문이 눈에 띄였습니다.
 
여인은, 지휘자에게 벽난로가 있는 따뜻하고 좋은 방을 기꺼이 내어 줍니다.
방안에 그가 머물며 입고 쓸 모든 것을 꼼꼼히 챙겨주고,
그에게 멋진 식사도 대접합니다.
 
여인에게는 듬직한 남편과 귀여운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여인의 남편은 참으로 우직하고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가족에게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듬직히 막아줄 사람이었습니다.
여인의 아들은 피아노를 열심히 배우고 있는 꼬마였습니다.
그가 꼬마의 연주를 귀기울여 들어보니,
언젠가 훌륭한 연주자가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는 아이의 귓가에대고, “우리 곧 다시 만나겠구나… “ 속삭였습니다.
아이는 이것이 무슨 소리인줄도 모르고 그저 웃습니다.
 
이들은 모두 식탁에 마주앉아,
오늘 있었던 공연 이야기에 즐겁습니다.
그의 마음도 너무나 기쁨니다.
자신을 이렇게 극진히 대접해주는 이 가족에게,
그는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아깝지 않습니다.
아무에게도 들려준적 없는 아버지의 이야기까지도 아낌없이 들려줍니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자신과 아버지의 비밀스런 이야기 마저도 숨김없이 말입니다.
 
그는 사흘 밤낮을 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 떠나야할 시간입니다.
그는 현관앞에 서서 이 가족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눕니다.
그리고 약속합니다.
 
“ 나는 그대들과의 즐거웠던 이야기들을 내 아버지에게 빠짐없이 전할것입니다.
  언젠가 내가 사는 곳으로 그대들이 올 날이 있을것입니다.
  그때에는 내가 반드시 내 아버지와 나의 집에 그대들을 초대할것입니다.
  나는 결코 그대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가 떠나고 여인은 한참동안 문을 닫지 못한채 현관앞에 그대로 서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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