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분열과 일치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09 조회수593 추천수0 반대(0) 신고
여인의 집을 나선 그가 다시 발길을 재촉합니다.
숙소에 머물고 있을 단원들이 염려되었기 때문입니다.
 
숙소로 들어서는그를 반기며 단원 셋이 달려옵니다.
그들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서로 경쟁이라도하듯 지난 사흘간의 일들을 그에게 전합니다.
그동안 매일 이 도시의 가장 큰 광장으로 나가 거리 공연을 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들의 공연에 한사람도 귀 기울이지 않았지만,
이내 곧 몇몇사람이 모이고, 나중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어
이들의 공연을 함께 즐겼다 자랑합니다.
                                                                       
이야기를 듣는 그의 마음이 참으로 행복합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끼리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있는 일인지 그가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언제나 처럼 단원들을 격려합니다.
“악기와 내가 하나되었을때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수 있는것 처럼,
 여려분과 관객이 그 소리를 통해 하나 될때,
 비로소 음악은 완성됩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저 벽넘어로 다투는 소리가 자꾸 신경쓰입니다.
그는 무슨일인지 달려가보고 싶지만 애써 참습니다.
그들 스스로가 먼저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는것 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오지 않습니다.
그의 마음은 온통 저 벽넘어로 가 있습니다.
 
한참이 지난후에, 그가 한단원에게 저들을 불러와 달라 부탁합니다.
그들은 어거지로 등떠밀려 그의 앞에 앉습니다.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습니다.
그저 그의 앞에 오만상 쓰고 앉아 있는 둘중 한명이라도,
먼저 입을 열어 도움을 청해오길 기다릴뿐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이들의 충돌이유를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이들은 수석 바이올린리스트 입니다.
이중 한사람은 오케스트라의 창립멤버라 불리울 만큼 오래된 베태랑 단원이고,
또 한사람은 음악적 색깔이 분명한 총망받는 실력파 젊은 연주단원 입니다.
 
베태랑 단원은 오랜경력의 연주자답게 깊이 있는 음악적 내공을 자랑합니다.
그렇기에 많은 단원들이 의지하고 따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 단원은 자신의 음악적 성장보다는,
단원들을 결속하는데에 더 많은 공을 들이는것 같아보였습니다.
 
젊은 단원은 이루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일도 많고, 성공하고 싶은 야망도 강합니다.
또한 자신의 음악적 신념과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단원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에 있어 걸림돌이 하나 있었는데,
그 걸림돌은 바로 그 베태랑 단원 이었습니다.
 
베태랑 단원은 꿈많은 젊은 단원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주기법과 곡의 해석을 놓고 번번히 무시하는 발언도 서슴치않았습니다.
물론, 이에 큰 부당함을 느꼈지만,
따르는 이가 많은 베태랑 단원에게 선뜻 반기를 들수도 없는일 이었습니다.
이렇게 표면아래서 들끓던 서로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드디어 터져버린것 입니다.
 
그의 앞에 앉은 두 사람중 베태랑 단원이 먼저 입을 엽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 젊은이가 설쳐대는꼴을 더는 못보겠답니다.
이에 젊은이가 억울하다며 소리칩니다.
 
그가 이들을 중재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위해 준비해둔 악보 세개를 꺼내 각각 나누어 줍니다.
이 곡은 그의 아버지가 작곡한 바이올린 듀엣곡들 인데,
첫번째곡의 제목은 ‘상처’,
두번째곡의 제목은 ‘분열’,
세번째곡의 제목은 ‘일치’ 입니다.
 
그는 악보와 함께 일주일의 연습시간을 이들에게 줍니다.
이들은 앞으로 일주일 동안 세개의 듀엣곡을 함께 완성 해야할 임무가 생긴것 입니다.
 
두 단원이 연습실로 들어섭니다.
서먹한 기운이 가득합니다.
어렵게 말문을 열어 각자의 파트를 정합니다.
 
첫번째곡 ‘상처’를 연주해봅니다.
이 곡의 시작은 매우 격동적입니다.
두개의 바이올린 파트가 마치 서로를 할퀴듯 맞물리며 이어져갔습니다.
                                                    
두번째곡 “분열”을 연주합니다.
상처받은 두 영혼이 서로 내가 더 아프다고 아우성치듯,
두개의 바이올린 볼륨이 점점더 커집니다.
소름 끼칠 만큼 소리가 예민해져갑니다.
정점에 다다랐을때 갑자기 쉼표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오랜 정적이 흐릅니다.
연주자들은 속으로 박자를 세며 서로의 눈치를 살핍니다.
 
쉼표가 끝나고 다시 연주가 이어집니다.
어쩐지 두번다시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않는 곡입니다.
 
세번째곡 “일치”를 연주합니다.
연주자들의 숨통이 트입니다.
참 아름다운 화음이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집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화음은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빛으로 사인을 보내며 음악속에 깊이 빠져듭니다.
입가에 수줍은 미소가 번져갑니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두사람의 마음이 풀려가는것 같습니다.
음악을 통해 다시 일치를 이룹니다.
 
이들의 연주소리가 숙소안을 가득 채웁니다.
그가 듣고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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