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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내가 제물이 되는 삶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09 조회수747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 >


복음: 마태오 16,24-28






구세주


(6세기 경)


     < 내가 제물이 되는 삶 >

            요즘 초등부, 중고등부, 청년 등 여름 캠프 하느라고 바쁜 철입니다. 얼마 전엔 사목회 위원들과 영월 산골로 중고등부 신앙 캠프 하는 곳에 방문 다녀왔습니다.

마침 그 곳에선 중고등부 학생들이 작은 계곡에서 선생님들과 물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그냥 물 주위에 서 있거나 앉아있고 물 안에서 노는 아이들은 20% 정도였습니다. 저는 그 아이들을 재미있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입고 간 옷차림으로 물에 빠졌습니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몰려와 저를 물에 빠쳤고, 저도 저항하지 않고 빠져주는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수녀님도 빠졌습니다. 아이들도 재미있어 했고 더 많은 아이들이 물놀이에 참여했습니다.

그 때 한 덩치 큰 고등학교 2학년 남자 아이가 물에 안 빠졌다고 타깃이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앉아 있다가 일어나 저를 밀치고 달아나려 했습니다. 힘을 쓰니 저도 힘을 쓰게 되었습니다. 다른 많은 아이들을 만족시키고 또 내 힘도 뽐내고 싶었습니다. 저는 그 아이를 잡아 물에 던져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물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코에 물이 들어가면 안 돼서 물에 안 들어갔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고 이내 분위기가 좋아지려던 물놀이도 다시 소강상태로 바뀌었습니다.

 

관계를 위해서는 제물이 필요합니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서는 내가 죽어야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죽으려고 한다는 말은 자신이 제물이 되어 주는 것이고, 살려고 한다는 것은 남을 제물로 삼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죽어주면 남을 기쁘게 하여 좋은 관계가 이루어지고, 남을 제물로 삼으려면 관계가 깨져 행복을 잃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해 내 자신이 제물이 되어주려고 하다가, 나중에는 내 자신을 위해 한 아이를 제물로 삼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경쟁을 하여 남을 밟고 일어서 자신이 드러나게 하려는 사람은 남을 제물로 삼는 사람이고 자기 자신만 살려는 사람입니다. 돈을 모으기 위해 역시 이웃의 가난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도 마찬가지고, 남을 칭찬해주기 보다는 칭찬을 들으려고만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만 인정받으려 하는 사람은 다 남을 제물로 삼으려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보면 하느님은 저보고 끊임없이 자기를 버리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결혼하고 싶을 때는 사제가 되고 싶은 마음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사실은 처음부터 저를 불러주셨지만 저는 계속 결혼할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제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아 제물로 바치는 데 25년이 걸렸습니다.

기도에 맛을 들여 공부가 싫어졌을 때는 유학가라고 하셨습니다. 유학가라는 말이 나올까봐 미리 영성지도 신부님께 교수회의에서 유학 말이 나오면 잘라 달라는 말까지 해 놓은 터였습니다. 저는 그냥 조용한 곳에서 피정지도 신부나 하며 살고 싶었는데 그런 것 하나까지 용납을 안 해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언제나 제 뜻과는 반대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유학 가서는 사제 되어서 다시 안 나오려고 기를 썼습니다. 신자들과 지내는 것이 너무 행복해서 주교님이 유학 가라고 하는 것에 항명했습니다. 그랬더니 주교님께서 한 달의 말미를 주시며 기도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역시 기도의 힘을 대단합니다. 나를 죽여야만 한다는 대답밖에는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신자들과 떨어져 있는 새 신부의 마음은 마치 갓 결혼해서 전쟁터에 끌려가는 신랑의 마음과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1년 동안 마음이 잡히지 않았고 결국 살만 찌고 귀의 신경이 죽고 이명이 들리는 등 몸이 안 좋아지게 되었습니다. 몸이 따른다고 마음까지 따르는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몸과 마음을 다 바쳐야 참 제물인 것입니다.

 

이제는 또 어떤 것으로 내 안에 있는 나를 제물로 바치기를 원하실지 모르지만, 하느님은 내 자신이 온전히 제물이 되는 날까지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반대되는 것을 원하신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성모님과 예수님으로부터 누구도 예외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모님과 그리스도께서 산 제물이 되셔 영원한 삶을 영위하게 된 것처럼, 바로 내가 온전한 제물이 되는 것이 아니면 어떠한 방법으로도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매 아침마다 남을 제물로 삼는 삶이 아닌, 내 자신이 제물이 되는 삶으로 이렇게 초대하고 계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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