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9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11 조회수394 추천수2 반대(0)

사람들은 자랑스러운 것은 내세우려하고, 부끄러운 것들을 감추려고 합니다. 저도 제가 잘 한 것들은 이야기를 자주하는 편입니다. 중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 한 것, 신학교 다닐 때 영어 통역 봉사를 한 것, 적성 성당에서 있을 때 신자들과 즐겁게 지냈던 기억들입니다. 사목국에 있을 때는 각 지구마다 다니면서 강의를 했었고, 남성 구역 봉사자들의 피정을 강북과 강남으로 나누어서 기획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할 때면 자신감도 있고, 어깨도 으쓱해지곤 합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저의 기억에도 부끄러웠던 일들, 감추고 싶었던 일들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저의 부끄러웠던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제게는 새로운 도약의 디딤돌이 되기도 했습니다. 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고, 좀 더 겸손하게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첫 번째 기억은 군대에 있을 때입니다. 저는 우연히 좋은 기회를 만나서 군종병이 되었습니다. 성당은 부대 바깥에 있었습니다. 군 생활 중에서 가장 힘든 내무반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신선한 바깥의 공기를 매일 마실 수 있는 직책이었습니다. 군종병이기 때문에 미사는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었고, 좋아하는 책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군종병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몇 가지 일로 인해서 군종병 생활을 3개월 만에 마쳐야 했습니다.

한번은 신부님께서 며칠 회의를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신부님이 계시지 않기 때문에 부대에 들어가지 않았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런데 신부님께서는 하루 만에 오셨고, 저는 저의 잘못 때문에 신부님께 견책을 받았습니다. 저는 매주 수요일에 성당의 의자와 제대를 청소해야 했습니다. 청소를 할 때면 걸레를 꽉 짜서 닦아야 하는데 걸레를 대충 짜서 의자를 닦았습니다. 그랬더니, 청소를 한 후에 의자들은 물 자국들이 남았고, 저는 또 한 번 신부님께 견책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신부님께서 잔디밭에 영양제를 뿌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날씨도 덥고, 꾀가 나서 영양제를 골고루 뿌리지 않았고 한꺼번에 듬뿍 뿌리고 일을 마쳤습니다. 그랬더니 일주일 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영양제를 너무 많이 뿌린 곳의 잔디들이 노랗게 변했습니다. 그 일을 끝으로 저는 군종병을 마치고 인사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배운 것이 있습니다. 누가 보든지, 보지 않던지 나에게 주어진 일은 성실하게 하는 것입니다. 작은 일일지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기억은 보좌신부로 있을 때입니다. 저는 혈기가 왕성했고 젊은이들과 어울려서 술을 자주 마셨습니다. 그때는 건강도 자신이 있었고 다음날 일을 하는데 큰 무리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잦은 술자리와 늦게까지 마시는 음주습관 때문에 주교님께 견책을 받았고, 6개월 동안 금주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주교님의 견책이 제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이후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술자리는 10시 이전으로 마쳤습니다. 제가 마실 수 있는 주량의 70%만 마셨습니다.

제가 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저를 쫓아내신 군종신부님을 원망했다면 저는 아직도 게으르고, 꾀를 부리면서 살았을 것입니다. 제가 주교님의 견책을 받아들이지 않고, 저의 음주습관을 이야기한 사람을 미워하고 원망했다면 저는 아직도 나쁜 음주습관을 지니고 지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저를 비롯해서 우리 모두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늘 깨어 있으십시오. 하느님나라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혹 잘못된 길을 걸어가고 있다면 뉘우치고 새로운 길을 가도록 하십시오. 체면과 자존심, 미움과 원망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결코 주님께로 갈 수 없습니다. 체면도 자존심도 벗어버리고, 겸허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그때야 비로소 희망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농부는 무더운 여름 온 몸으로 태양의 열기를 받아내는 들판의 벼와 곡식들이 가을이 되면 열매를 맺는 것을 믿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뉘우치는 이들을 언제나 받아주신다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인내와 겸손 그리고 성실과 끈기로 드러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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