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9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13 조회수341 추천수4 반대(0)


한 달 전에 강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유치원 원장 선생님들과 자모들을 위한 강의였습니다. 나름대로 강의 원고를 써서 보내드렸는데 담당하시는 분께서 답장이 왔습니다. 강의 내용이 전 신자를 대상으로 한 피정이나, 레지오 단원을 대상으로 한 피정 주제로는 맞는데, 유치원 원장 선생님들과 자모들을 위한 강의로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강의를 듣는 분들 중에는 천주교 신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강의 청탁을 많이 받아보았지만 강의 원고를 미리 보내드린 적도 별로 없었고, 이렇게 제가 하는 강의 내용이 문제가 된 적도 없었습니다. 메일을 받고 순간 당황했지만 곧 마음을 추슬렀습니다.

동창신부님 중에는 가정사목 연구소를 오랫동안 운영해온 신부님이 있습니다. 주교회의 가정사목 위원회 총무를 맡아서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정문제, 자녀문제, 부모와 자녀의 문제는 그 신부님께서 전문가였습니다. 저는 마침 신부님이 생각났고, 전화를 드렸더니 저의 부탁이니 강의를 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제게 강의를 청탁하신 분께도 전화를 드렸더니 좋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강의 부탁을 받고, 강의 원고를 준비하면서도 내심 힘들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문제, 부모와 자녀의 문제, 가정의 문제를 주제로 강의를 해 본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천주교 신자가 아닌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 본적도 별로 없었습니다.

처음에 메일을 받고 조금은 기분이 상하고, 당황하기도 했지만 생각하니 모두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가 힘들어 할 것을 아시고, 미리 이렇게 다른 길을 마련하셨습니다. 사실 제가 강의를 하기로 한 날은 다른 일들로도 무척 분주할 때이기도 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가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서 또 다른 방법으로 제게 자유를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배려와 사랑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저는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잘 하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면 일단은 하겠다고 말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하느님께서는 제가 꼭 해야 될 일만 할 수 있도록 해주십니다. 제가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에서 제게 말을 하곤 합니다. 이번에는 사정이 생겨서 미안하지만 다음에 해 주기를 청할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그때로 정말 감사를 드렸습니다. 제가 못하겠다고 말을 하려했는데, 상대방에서 제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수련장에 토끼 새끼 4마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한 마리는 유독 경계심이 강합니다. 그래서 곁을 주지 않습니다. 먹이를 주려고 해도 도망을 갑니다. 아이들이 조금만 가까이 가도 도망을 갑니다. 토끼는 그렇게 살아야만 위험을 벗어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 마리는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습니다. 먹이를 주면 잘 받아먹습니다. 아이들이 쓰다듬어 주어도 가만히 있습니다. 한쪽 귀가 내려앉은 그 토끼를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나의 선의를 알아주는 것 같아서입니다. 양쪽 귀가 쫑긋한 토끼를 보면 서운합니다. 먹을 것을 주려고 해도 매정하게 도망가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장애인 친구가 쓴 시가 생각납니다. ‘밤하늘은 별들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입니다. 이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런 꿈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탐욕과 욕심이 가득한 것 같은 세상, 남을 속이고 자신의 성공만을 추구하는 것 같은 세상, 명예와 권력 그리고 출세와 돈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예수님은 밤하늘의 별과 같은 사람을 이야기 합니다. 아름다운 사람을 이야기 합니다. 바로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사람을 말합니다. 조금 속아 주고, 조금 더 나누어 주고, 조금 더 양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는 거라고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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