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14 조회수529 추천수5 반대(0)

어제는 정말 더웠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은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구는 것도 좋겠습니다. 차가운 빙수를 먹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 용광로에서 쇠를 만드는 분들은 정말 힘들 거라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더운 여름에는 ‘납량특집’같은 것을 방송에서 보여 주었습니다. 주로 귀신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것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세상이 귀신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인가 봅니다.

더위를 식히는 의미에서 예전에 있었던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고3때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도 모자라는 판에 친구들과 문산으로 놀러갔습니다. 남학생 4명과 여학생 4명이었습니다. 제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이름도 예쁜 ‘순정’이었습니다. 서부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친구 2명이 늦었습니다. 그때는 핸드폰도, 삐삐도 없던 때였습니다. 누가 기다렸다가 오겠느냐고 해서 저는 제가 남아서 함께 오겠다고 했습니다. 제 친구는 기차를 타고 먼저 갔고, 기차 안에서 제가 좋아하던 ‘순정’이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제가 기차를 탔고, 제 친구가 남아서 기다렸다면 ‘순정’이의 마음이 제게로 올 수도 있었는데…….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인지 저는 마음을 잡고 신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제가 남아서 기다린 것이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동창 신부 중에 제가 존경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늘 누군가를 위해서 희생을 하고, 가난난 이들과 함께 하고, 소외된 이들, 억울한 이들의 편에 서는 친구입니다. 그 친구와 함께 2년가량 자취를 했습니다. 손님이 와도 저는 시간이 되면 잠자리에 들어가는 편입니다. 그 친구는 늦은 시간까지 손님들과 대화를 하고, 마무리까지 다 한 후에 잠자리에 들어갑니다. 한식을 좋아하는 저를 위해서 청국장도 끓여 주고, 콩나물국도 끓여 주고, 유부초밥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본인은 매운 것을 잘 먹지 않는데, 매운 것을 좋아하는 저를 위해서 고춧가루도 듬뿍 넣어 주었습니다. 이번에 인사이동에는 ‘도시빈민 사목’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100% 타인을 위한 삶은 생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남을 위해서 희생하고, 또 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100% 자신만을 위한 삶도 생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공동체 안에서 왕따 당하거나 배척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적당히 남을 배려하고, 적당히 자신의 것을 챙기면서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것이 생존할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겸손의 3단계’를 이야기 했습니다. 첫 번째 단계의 겸손은 하느님을 위해서 계명을 충실히 지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하느님을 위해서 계명은 물론, 작은 사랑까지도 실천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단계의 겸손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가난한 것도, 질병도, 죽음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고난과 역경 그리고 죽음까지도 기쁘게 여기는 것입니다. 이 길은 오랫동안 기도하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야만 가능한 길입니다.

오늘은 콜베 신부님 축일입니다. 그분은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 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는 주님의 말씀을 따라서 남을 위해서 대신 목숨을 바친 신부님입니다. 말로 하기는 쉽고, 글로 쓰는 것은 가능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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