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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머니 - 2013.8.15 목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15 조회수370 추천수2 반대(0) 신고

2013.8.15 목요일 성모 승천 대축일

 

요한 묵11,19ㄱ;12,1-6ㄱㄷ.10ㄱㄴㄷ 1코린15,20-27ㄱ 루카1,39-56

 

 


어머니

 


우리 마음 깊이 영원히 남아있는 세 글자는 ‘어머니’일 것입니다.

아마 하느님 사랑에 가장 가까이 있는 분이 어머니일 것입니다.

어제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에 관한 말씀 묵상 중 저녁기도 후
성모찬송가를 부르던 중 문득 떠오른
‘어머니’란 세 글자였고
묵상도 술술 풀렸습니다.

역시 성모님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도 우리 어머니뿐임을 깨닫습니다. 언젠가 면담성사 때 어느 수녀님의 말도 잊지 못합니다.

 

“신부님, 죄송합니다.
다른 처방전을 써 주십시오.
저는 아버지에 대한 좋은 추억이 하나도 없어 이 보속은 참 하기 힘듭니다.”

 

당장은 어이가 없었지만 곧 이해했습니다.

그 수녀님에게 써 준 처방전 말씀은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였습니다.

사실 자비로운 아버지의 체험이 없는 이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깨닫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예외입니다.
누구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추억은 많을 것입니다.

 

하여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자연스럽게 성모님께 투사되어
성모님에 관한 성가가 그리도 많은 것 같습니다.

 

가톨릭 성가 중 헤아려보니 무려43편이나 되었고 요셉 성인은 단 3편 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찾는 마음은 그대로 하느님을 찾는 마음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성모 성가는 언제 불러도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메마른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느낌입니다.

성모님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는 하느님의 자애로움 이십니다.
사람은 아무리 나이 먹어 늙어도 영원히 어머니의 자식일 뿐입니다.

제 어머니 역시 성모님의 현현이셨음을 깨닫습니다.
사실 우리 어머니들 모두가 성모님의 현현이십니다.
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꼭 4개월 전 써놓은 시도 생각이 납니다.

 

 

-어머니를 그리며-

 

남들은 내가 효자일거라 생각하는데
솔직히 말해 난 효자가 못된다.

 

어머니를 닮아 붙임성도 없고 무뚝뚝한 편이다
이건 어머니도 인정하신 거다

 

어머니는 전형적인 조선 여자 같은 분이셨다
애교나 아양은 거의 없었지만
강인한 의지에 아주 지혜로운 분이셨다

 

심한 밭일에 몸 많이 피곤하여 밤에 끙끙 앓으셔도
아프다는 내색 하나 않으셨다

아버지 원망하는 말 하나 들은 적 없고
큰 소리 내셔서 다투거나 화내신 적 한 번도 본 적 없다

 

매번 우등상을 타 와도 덤덤하실 뿐 칭찬 한 번 하신 적도 없다

돼지 키워 자식들 학비도 대셨고
장마다 계란 모아 팔아 꼭 찐빵도 사다 주셨다

 

사실 오십 년대 육십 년대는 모두가 가난했지
그러나 마음은 참 부자였고 행복했다

어려워도 내 전과서며 학용품은 꼭 꼭 잘도 사 주셨던 어머니

초등학교 시절 무척이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나
일 년에도 아마 열 번은 크레용을 샀을 거다

 

그 흔한 종교나 신앙 없이도 한 결 같이 사셨던 어머니
삶 자체가 기도였고 신앙이셨다

 

이리저리 감정에 연약하게 흔들렸던 분이셨다면
그 험한 세상 세월에 다섯 남매 어떻게 키웠을 것인가

‘외롭다’거니 ‘그립다’ 거니 감정 표현 없이도
따사로운 남편 사랑 없이도
흔들림 없이 꿋꿋이 가정을 지켜 오신 어머니

내 수도원 들어올 때도 극구 만류하셨다
‘왜 이제 살만하게 됐는데 또 고생길에 접어드느냐’고
그러다 하루 지나 내 방에 들어오셔서
‘얘, 수철아, 네가 좋아하면 수도원 들어가라’고 허락해 주셨다

사실 어머니는 은연 중 막내인 나와 살고 싶어 하셨다

 

지금은 극도로 쇠약해 지셔서 온 종일 방에 누워계신 어머니
정신은 여전히 맑으시고 마음도 고요하시다
그냥 계시기만 해도 좋은 어머니 '신 마리아'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나이 들어 철이 났나 보다. -2005.2.18-

 

 

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
우리 모두 하늘에 불림 받은 사랑하올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기리는 날이자
역시 하늘에 불림 받은 우리 어머니들을 기리는 날입니다.

분명 자비하신 아버지는 평생 당신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며 사시다가
세상을 떠나신 우리 어머니들을 하늘에 불러 올리셨음을 믿습니다.

 

마침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
저의 졸저 ‘사랑밖엔 길이 없었네.’를 수사님들께 선물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 책 안에도 위의 시가 인용되어 있습니다.

성모님께서 저를 통해 수사님들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거룩한 어머니 마리아는 누구입니까?

 

 

첫째, 성모 마리아는 믿음의 어머니였습니다.

 

순종으로 표현되는 믿음이요
주님의 말씀을 마음 깊이 담아두고 곰곰이 새기는 믿음입니다.

온실 속 세상살이 믿음이 아니라
영적싸움의 현실 속에 형성된 성모님의 강인한 믿음입니다.

바로 1독서 묵시록이 어렴풋이나마 이런 성모님의 고통을 보여줍니다.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으로 상징
되는 성모님은 해산의 진통과 괴로움으로 울부짖고 있었으니
그대로 성모님의 내적싸움을 상징합니다.

성모님의 믿음을 인정한 엘리사벳의 고백입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모전자전, 그 어머니에 그 아들 그리스도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역시 성모님을 닮아 ‘믿음의 전사(戰士)’였고
바오로 역시 장엄하게 이를 고백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원수를 그리스도의 발아래 잡아다 놓으실 때까지는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셔야 합니다.’

 

둘째, 성모 마리아는 희망의 어머니였습니다.

 

땅 위에 사셨지만
늘 하늘 본향의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사셨던 희망의 어머니였습니다.

사라져 없어질 세상 것들에 희망을 두고 사신 것이 아니라
영원하신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사셨던 어머니셨습니다.

하느님만이 진정한 미래요 희망이심을 깨달으셨던 성모님이셨습니다.

 

바로 우리가 저녁기도 때마다 성모님과 함께 부르는 오늘 복음의
성모님의 노래는 그대로 하느님께 희망을 둔 모든 이들의 노래입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늘 당신께 희망을 두고 사셨던 성모님을
하늘에 불러올리셨음은 사필귀정,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영원한 희망과 위로의 표지이자 우리의 영광스러운 미래에 대한 예표입니다.

비단 죽어서 하늘에 오르는 승천이 아니라 주님께 희망을 두고 살 때
지금 여기서 초월의 하늘 자유를 누리는 승천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셋째, 성모 마리아는 사랑의 어머니였습니다.

 

진정 하느님을 경외하고 사랑했던 성모님이셨습니다.

오늘 복음의 성모님의 노래는
바로 하느님께 대한 희망의 고백이자 사랑의 고백임을 깨닫습니다.

 

“내 영혼이 주를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기뻐 뛰노나니.”

 

로 이어지는 성모님의 찬미 노래입니다.

사랑과 찬미는 함께 갑니다.
사랑할때 찬미하게 되고 찬미할 때 사랑하게 됩니다.

사랑의 찬미, 찬미의 사랑, 찬미의 기쁨입니다.
찬미의 기쁨으로 살아가는 성모님처럼,
우리 수도자 역시 찬미의 기쁨으로 살아갑니다.

 

 

 

 

 

성모마리아는 우리 신자들의 영원한 모범입니다.

 

하여 성모 마리아는 우리 모두의
믿음의 어머니, 희망의 어머니, 사랑의 어머니가 되셨고
마침내 오늘 하느님께서 하늘에 불러올리심으로 이를 확증해 주셨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 중
마음을 다해 당신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우리 모두를
당신 믿음과 희망,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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