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16 조회수410 추천수5 반대(0)

매일 강론을 준비하면서 사용하는 것은 컴퓨터입니다. 컴퓨터에 저의 생각을 옮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키보드’입니다. 키보드가 없으면 문서를 작성하기도 어렵고, 원하는 정보를 얻기도 어렵습니다. 키보드에는 많은 자판이 있습니다. 어떤 곳은 많이 사용해서인지 반들반들 합니다. 하지만 어떤 곳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Fn'이라는 기능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전문가들에게 필요한 기능인 것 같습니다. 컴퓨터의 키보드는 사용자가 있어야 기능을 합니다. 키보드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을 입력하면 모니터에는 사랑이 깜박입니다. 미움이란 말을 입력하면 마찬가지로 미움이 모니터에 깜박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하지 않으셨으면 그동안의 모든 일들은 가능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집트에서의 탈출, 광야에서의 생활, 약속의 땅에 들어온 것, 많은 이민족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은 모두 하느님의 도우심과 하느님께서 함께 하셨기 때문이라고 고백합니다.

작업을 하면서 이면지를 사용하곤 합니다. 요즘 쓰는 이면지는 지난겨울에 텍사스로 가서 강의를 하려했던 원고입니다. 저는 뜻하지 않은 골절사고로 텍사스엘 갈 수 없었습니다. 그 뒤로 사순시기에 가려고 했는데 교구의 인사이동으로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제게 ‘용문수련장’을 관리해 주도록 말씀을 하셨고, 사제들은 주교님의 말씀에 순명을 해야 하기에 저는 텍사스엘 갈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제가 하는 많은 일들이 결국은 주님의 이끄심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제가 모르는 방법으로 저를 사랑하시고, 제게 새로운 길을 알려 주십니다. 어떤 분이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모든 우연은 하느님의 섭리’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부부에 대한 말씀을 하십니다. 모든 성사는 그 주례가 사제이지만 혼인성사는 그 주례가 혼인 당사자들입니다. 사제는 그 혼인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이루어졌음을 선포할 뿐입니다. 혼인 성사는 당사자들의 서약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언제나 함께 하겠다는 서약’입니다. 또 그 서약은 교회와 하느님 앞에서 하는 것입니다. 지금 만나는 배우자를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보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키보드의 자판을 생각합니다. 다른 자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저의 손가락을 만납니다. 언젠가 단 한번 쓰여질 그 날을 위해서 오늘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외로운 자판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나의 모든 것, 내가 만나는 이웃들, 세상의 모든 것들은 하느님 앞에서는 컴퓨터의 키보드와 같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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