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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0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18 조회수406 추천수4 반대(0)


어릴 때, 아버님께서 바둑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바둑은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바둑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를 알려 주기도 합니다. ‘내 돌을 먼저 살리고, 남의 돌을 잡아야 한다.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놓친다.’라는 바둑 격언이 있습니다. 바둑은 초석, 중반, 전투, 끝내기의 과정을 거칩니다. 결국 바둑의 승패는 집을 많이 차지한 사람이 이기게 됩니다.

바둑을 둘 때, 분위기가 좋으면 결코 무리수를 두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요구하는 것도 어느 정도 들어줍니다. 그래도 결국 바둑을 이기기 때문입니다. 100집을 이겨도, 반집을 이겨도 똑 같은 1승이기 때문입니다. 더 큰 집을 얻기 위해서 자칫 상대방의 싸움에 말려들면 한 번의 실수로 다이긴 승리를 놓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바둑이 여의치 않을 때, 이대로 가다가는 지는 것이 분명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승부수’를 던지게 됩니다. 어차피 한집으로 지나, 100집으로 지나, 지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무모할지라도 상대방의 진영으로 깊숙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패감이 부족해도 과감하게 패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둑의 묘미입니다. 그렇게 바둑을 두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해서 바둑을 역전시키는 것 또한 짜릿한 기쁨입니다.

그런 전략을 아주 잘 쓰는 나라가 있습니다. 어느 나라일까요? 예 ‘북한’입니다. 북한은 이것을 벼랑 끝 전술이라고 합니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북한,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는 북한, 미국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대북 경제 제제’가 있습니다. 북한은 뒤로 물러 설 곳도, 앞으로 나갈 곳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 쓰는 북한의 카드는 ‘핵실험’이라는 초강수입니다. 그러면 미국과 강대국들은 북한을 달래려고 합니다. 그래서 6자 회담도 만들고, 남한으로 하여금 북한을 도와주도록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포기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공동선을 향해서 함께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이 싸움은 결코 쉽게 끝날 싸움도 아닙니다. 기다림과 타협 그리고 대화를 통해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쩌면 ‘반전’을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승부수’를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12명의 제자들은 너무 힘이 없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두가이파, 대사제로 이루어진 기존의 제도권은 너무 막강합니다. 로마는 예수님과 12명의 제자들에 대해서 상대할 가치도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변화는, 진실은 결코 숫자의 싸움이 아닙니다. 권력의 크기에 있지 않습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을 던지는 열정에 있습니다.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투지와 용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의 현장에서 그것을 체험했습니다. 4.19 혁명, 광주 민주화 항쟁, 6.10 민주화 항쟁을 통해서 우리는 거대한 제도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이끌어 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인권, 복지, 자유 그리고 풍요는 결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바람 앞의 촛불일지라도 끊임없이 타오르는 자유의 촛불, 희망의 촛불, 민주의 촛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죽은 것들은 강물에 떠밀려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살아 있는 것은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기 마련입니다.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가진 것을 나누지 않는 사람은, 웃지 않는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불의와 불신이 가득한 어둠의 세상에서 빛이 될 수 없습니다. 오늘 내 인생의 반전은 무엇인지, 내 인생의 승부수는 무엇인지 한번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일부터 신부님들과 며칠 휴가를 떠납니다. 묵상글은 이제 서울에 가서 올릴 것 같습니다. 주님 사랑안에 건강한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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