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양심과 혼인의복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21 조회수789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연중 제20주간 목요일


<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 >


복음: 마태오 22,1-14







마니피캇의 성모


보티첼리(Botticelli, Sandro) 작, (1485),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 양심과 혼인의복 >

     전남 장성 신촌 마을에는 양심 가게로 알려진 곳이 있습니다. 이 가게의 특징은 가게 주인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마을은 갈수록 줄어가는 농촌 인구 덕분에 가게를 운영해도 인건비가 나오지 않아 원래 가게를 하던 사람은 떠나버렸고, 그러다보니 작은 물건 하나를 사려해도 다른 마을까지 나가야 해 마을 사람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중 마을의 이장님이 큰 용기를 내어 본인 돈 500만원을 투자해 양심가게를 운영하기로 결심하고 여러 가지 생필품들을 들여놓고는 가게를 무인으로 운영한다는 플랜카드를 걸어놓았습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알아서 물건을 사고 계산한 뒤 거스름돈까지 스스로 챙겨갑니다. 급한데 돈이 없는 손님들을 위해서 외상장부까지 마련해 놓았습니다.

시골 마을치고는 300여명이 살고 있으니 그렇게 작지 않은 마을이지만 지금까지 적자나 도둑이 든 적도 없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알아서 돈을 놓고 나오는데 매우 불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는 사람에게 나 돈 지대로 놓고 왔어요.”라며 확인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차차 이 양심가게가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주었고 마을 분위기까지도 온화하고 화목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또 월마다 남는 수익금으로 이장님은 다시 불우한 노인들을 돕는 선행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읽으며, ‘처음엔 불안해서 누군가에게 확인을 받고 싶어 자신은 돈을 내고 왔다는 것을 굳이 만나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려 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내 안에 양심이 있는데 왜 우리는 남들의 눈에 인정을 받아야만 마음이 놓이게 된 것일까요? 내가 안 했다면 남이야 어떻게 보든 상관없는 것 아닐까요?

 

오늘 복음에는 하늘나라에 들어가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 초대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잔치에는 참여했지만 어울리는 옷을 입고오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잔치예복을 입지 않았다?’, 이 잔치 예복이 무엇일까요?

저도 어렸을 때 부잣집 아이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아 갔는데 어울리지 않는 곳에 와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옷도 어울리지 않았고 양말 밖으로 엄지가 나오려고 했습니다.

결국 있어야 할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것은 내 행위를 내가 판단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판단되어지기를 원한다는 뜻입니다. 즉 양심대로 살지 않았기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매우 불편해 한다는 뜻입니다. 곧 올바른 잔치 예복이란 양심에 맞는 삶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감기란 영화에 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119 구조대원입니다. 사복을 입었지만 그래도 남을 도와주려는 모습에 여자 주인공이 아무도 당신이 구조대원인지 모르는데 왜 굳이 그런 고생을 하느냐고 묻습니다. 그 때 남자 주인공이 대답합니다.

내가 알잖아요!”

그렇습니다. 옷을 잘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는 내가 압니다.

유명한 의상 코디네이터가 옷을 가장 잘 입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남을 의식하지 않을 때 가장 잘 입은 것입니다. ‘남이 이 옷을 어떻게 볼까?’라고 생각할 때 이미 옷이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입니다.”

내가 하느님 앞에 합당한지 어떤지는 자신이 압니다. 양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도 이웃도, 지금 죽는 것도 내일 죽는 것도 상관없다면, 하늘나라에 합당한 옷을 입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독서에서는 입타와 그의 딸 이야기가 나옵니다. 입타는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암몬으로부터 이스라엘을 해방시킬 소명을 받습니다. 그런데 암몬과 싸우러 나가기 전에 이런 기도를 합니다.

제가 암몬을 이기게 해 주신다면, 돌아오는 길에 첫 번째 마주치는 사람을 제물로 봉헌하겠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여 기쁜 마음으로 들어오는데 성에서 제일 먼저 뛰어나오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유일한 딸이었습니다. 기쁨은 슬픔으로 바뀝니다. 물론 이미 전쟁에서는 승리했으니 그 서원을 굳이 채울 필요도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승리는 자신의 유일한 자녀를 제물로 바치려는 조건 하에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것입니다. 결국 입타는 자신의 딸을 번제물로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양심의 불을 잠재우지 않으면 내가 무슨 옷을 걸치더라도 그 불로 다 타버리고 말 것입니다. 양심의 의복을 입고 삽시다. 가장 편한 옷, 그것은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부끄러움이 없는 삶입니다.

 

 





 



 

 
오산 성당 홈페이지  : http://cafe.daum.net/ca-osan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