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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르심과 응답 -침묵과 말- 2013.8.22 목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22 조회수526 추천수3 반대(0) 신고

2013.8.22 목요일 동정 마리아 모후(Queenship of Mary) 기념일

 

판관11,29-39ㄱ 마태22,1-14

 

 

부르심과 응답
-침묵과 말-

 

오늘은 ‘부르심과 응답-침묵과 말’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아침 시편성무일도 시 마음에 와 닿은 시편 두 구절이 생각납니다.

 

“당신을 향하여 두 손 높이 펴들고, 내 영혼 마른 땅처럼 당신 그리나이다.”
“어디로 가야할 길 내게 알려 주소서. 내 영혼 당신을 향하여 있나이다.”

 

시편 구절 중 주목되는 말마디가 ‘당신을 향하여’입니다.
주님의 방향을 잃어 방황입니다.

주님을 향할 때 침묵이요 기도입니다.
침묵 중에 주님의 말씀을 들을 때 생명의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라,
사나이 대장부의 한 마디 말은 천금보다 무겁고 가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어느 동료 정치인의 실언에 대한 선배 정치인의 사과 대목 중 한 구절입니다.

‘정치인의 언행은 돌비석에 남김없이 새겨진다고 생각한다.
마치 조선조 사관에 의해 작성된 사초와 같다’

어찌 정치인뿐이겠습니까?

성직자 수도자는 물론 믿는 모든 이들에게,
특히 각계 지도층에 있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러합니다.

 

정말 침묵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침묵의 부재에서 온갖 불필요한 말들,
가벼운 말들, 거짓말들, 천박한 말들, 병든 말들의
말 공해와 오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바른 말, 건강한 말이 사라져가는 현실입니다.
황량하고 병든 내면을 반영하는 말들입니다.

침묵은 영혼의 토양이요 여기서 나오는 생명의 말들입니다.
침묵 중에 주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주님의 초대에 응답할 수 있습니다.

 

오늘 말씀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확연히 이해됩니다.

 

판관기의 오늘 주인공은 입타의 경솔한 판단을 보면
침묵이 부재한 인물이었습니다.

 

침묵이 부재할 때는 분별의 지혜도 기대하기 힘듭니다.
아무리 주님의 영을 받았어도 분별은 당사자가 해야 합니다.

 

“당신께서 암몬 자손들을 제 손에 넘겨만 주신다면,
제가 암몬 자손들을 이기고 무사히 돌아갈 때,
저를 맞으러 제 집 문을 처음 나오는 사람은 주님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그 사람을 제가 번제물로 바치겠습니다.”

 

하느님이 전혀 원하시지 않는 참 어리석은 약속입니다.
눈 먼 열심 으로 자초한 화가 너무 큽니다.

 

“아, 내 딸아!
네가 나를 짓눌러 버리는 구나.
바로 네가 나를 비탄에 빠뜨리다니!
내가 주님께 내 입으로 약속했는데, 그것을 돌이킬 수는 없단다.”

 

남아일언중천금이라 하느님께 한 서원은 취소할 수 없으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입타의 어리석은 서원으로 그날의 승리는 비극이 되고 말았습니다.

‘두 달 뒤에 딸이 아버지에게 돌아오자,
아버지는 주님께 서원한 대로 딸을 바쳤다’라는 말미의 대목도 가슴을 칩니다.

아마 입타는 평생 사랑하는 딸을 가슴에 묻고 슬프게 살았을 것입니다.

 

“사실 부르심을 받는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초대의 부르심을 받았다 하여 다 구원이 아닙니다.
침묵 중에 듣고 응답하여 주님의 뜻대로 살 때 구원입니다.

처음 초대 받은 자들은 초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어떤 자는 밭으로, 어떤 자는 장사하러 갔다고 합니다.

세상 현실에 푹 빠져 부르심에 응답하는데 실패한 이들을 상징합니다.

이어 악한 사람 선한 사람으로 가득한 잔칫방은
교회를, 구원의 보편성을 상징합니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구원의 문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부르심에 응답하여 세례 받았다고 구원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혼인예복을 입지 않은 자가 쫓겨났듯이
우리도 구원의 예복을 입지 않으면 구원 받지 못합니다.

 

삶은 은총의 선물이자 과제입니다.
평생과제입니다.

혼인예복이 상징하는 바, 믿음이요, 기쁨이요, 선행입니다.

하느님의 초대는 무료이나
평생, 죽을 때까지 믿음으로 기쁘게 선행을 실천할 때
비로소 구원의 예복을 입고 하느님 집으로의 입장입니다.

바로 이의 생생한 모범이 오늘 기념하는 동정마리아 모후입니다.

주님은 믿음과 선행의 예복을 입고
이 거룩한 미사잔치에 참석한 우리 모두에게 영원한 생명의 구원을 선사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신뢰하는 사람!”(시편41,5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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