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1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25 조회수380 추천수3 반대(0)

용문 거리에 현수막이 걸린 적이 있습니다. 어느 분 자제가 축구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는 축하 현수막이었습니다. 홍천 가는 길에, 양평 가는 길에 이렇게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동네 분들이 축하하는 의미로 걸어 놓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골의 인심은 이렇게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축하해 주는 것인가 봅니다

 
지난번 인사이동으로 제가 용문에서 명동 교구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용문에 있는 것 보다는 명동 교구청으로 가는 것이 더 좋으셨나 봅니다. 평창의 작은 아버님께도, 전주의 고모부님께도, 서울의 외삼촌께도 전화를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계시는 의정부 1동 성당에 떡이라도 돌릴까 싶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사제는 서품을 받을 때, 순명을 약속합니다. 주교님께서 용문으로 가라고 하시면 가는 것이고, 6개월 만에 교구청으로 가라고 하시면 가는 것입니다. 사제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고,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용문에 살아도 하느님의 뜻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곳이 하느님께로 가는 좁은 문이 되는 것입니다. 교구청에 있어도 나의 뜻을 먼저 생각하면 하느님께로 가는 좁은 문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입니다.

서울로 가면서 좋은 점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혜화동에 있는 신학교 가기가 쉬워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매월 두 번씩 있는 복음화 학교 미사에 가기가 편해진 것입니다. 용문에서는 거의 3시간 전에 출발하지만 명동에서는 5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로 가면서 아쉬운 것도 있습니다. 밤하늘의 별, 개구리 소리, 이름 모를 꽃, 흘러가는 물소리와 멀어진다는 것입니다.

좁은 문은 키가 작고, 몸무게가 적은 사람이 들어가는 문이 아닐 것입니다. 직책, 신분, 학력, 능력, 남녀노소의 구별을 따지는 문도 아닐 것입니다. 좁은 문은 겸손한 사람, 사랑을 베푸는 사람, 용서하는 사람,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들이 들어 갈 수 있는 문입니다. 반대로 욕심이 많은 사람, 미움과 분노가 가득한 사람,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 교만한 사람은 절대로 들어 갈 수 없는 문입니다. 좁은 문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문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는 고민과 갈등, 고통과 괴로움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나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유혹과 번민, 욕심과 이기심이 있을 것입니다. 또 지금 나를 화나게 하는 분노와 미움 그리고 좌절과 실패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제 2 독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들아 너는 주님의 견책을 가볍게 여기지 말며, 꾸짖으실 때 낙심하지도 말라, 주님께서는 사랑하는 자를 견책하시고 아들로 여기는 자에게 매를 든다.” 그렇습니다. 삶의 어려움을 주님의 견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절망과 좌절 속에서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 이런 사람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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