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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예수 성심과 사제 성화의 날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23 조회수6,631 추천수0

예수 성심과 사제 성화의 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 사제가 평생 간직해야 할 덕목

 

 

예수 성심은 사랑 그 자체이다. 교회는 사제들이 예수 성심을 본받아 완전한 성덕을 지닐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도한다. 사제들이 그들의 수호 성인인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의 제대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성체를 영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6월을 특별히 예수 성심을 공경하며 기리기 위해 ‘예수 성심 성월’로 지낼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후 첫 금요일을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로 지내고 있다. 한국 교회는 이날에 사제들이 예수 성심을 닮아 거룩한 사제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사제 성화의 날’로 하루를 보낸다. 예수 성심 대축일을 맞아 예수 성심과 사제 성화의 날에 대해 좀더 알아본다.

 

 

예수 성심

 

예수 성심은 ‘하느님의 마음’이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라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하느님 마음은 사랑 그 자체다. 인간에 대한 이 지극한 자비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만나러 오시는 궁극적인 최고의 행위이며 한결같은 사랑의 표현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먼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의 성부, 성자, 성령 하느님의 위격 안에서 비롯된다. 이 삼위일체의 유대는 인간이 예수 성심께 마땅히 드려야 할 공경의 의미를 명백히 보여준다.

 

하느님의 사랑은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십자가 죽음, 부활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인간적인 방법으로 표현하시고자 참인간이 되셨다. 나자렛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행동, 당신의 온 인격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셨다. 이 ‘육화된 말씀의 심장’, 즉 그리스도의 인성 안에는 하느님의 완전한 신성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는 “예수 성심이 구원의 토대이며 정점”이라고 고백한다. 바오로 사도는 “자비가 풍성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으로, 잘못을 저질러 죽었던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습니다”(에페 2,4-5)라고 한다.

 

또 요한 서간집의 저자는 “그분께서 우리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놓으신 그 사실로 우리는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1요한 3,16)라고 한다.

 

이에 교회는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의 얼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온 인격에서 드러나는 성심을 공경한다. 레오 13세 교황(재위 1878~1903)은 “예수 성심 안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무한한 사랑의 상징과 명백한 표상이 있으며, 그 사랑은 우리를 다시 사랑을 향하게 한다”고 말했다.

 

 

예수 성심 공경

 

이처럼 인간을 위해 베푸시는 구세주 하느님의 끝없는 사랑의 표징인 예수 성심을 교회가 공경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스도의 성심은 인간적이며 신적인 사랑으로 넘쳐흐르고 우리의 구세주께서 당신의 삶과 고통과 죽음을 통하여 얻으신 모든 은총의 보화로 풍성하므로, 그분의 성령께서 당신 신비체의 모든 지체들에 부어주시는 그 사랑의 영원한 원천이다.”(비오 12세 교황 회칙 「물을 길으리라」 85항)

 

이러한 신학적 이해를 기반으로 교회는 초세기부터 예수 성심을 하느님께서 교회에 주신 가장 고귀한 선물로 공경해 왔다. 특히 중세 후기인 12~14세기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에 대한 묵상이 활기를 띠면서 예수 성심께 대한 신심이 유럽 사회에 널리 퍼졌다. 이 시기 예수 성심 신심을 확산시킨 대표적 인물로 성 베르나르도(1090~1153), 성 보나벤투라(1217~1274), 성녀 제르투르다(1256~1302), 성녀 가타리나(1347~1380)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예수 성심 신심이 체계를 갖추고 세계적으로 확산하도록 한 주역은 17세기 성모 마리아 방문 수녀회의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1617~1690) 성녀이다. 알라코크 수녀는 1673년 말부터 1675년까지 네 번에 걸쳐 환시 중에 예수 성심의 발현을 체험했다. 성녀는 이 환시 체험들을 통해서 △ 예수 성심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 예수 성심은 사람들의 배은망덕으로 상처를 입었기에, 사랑의 상처를 기워 갚아 드리는 것이 예수 성심 신심이다 △ 매월 첫째 금요일에 영성체하고 매주 목요일 밤에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성시간을 가짐으로써 상처 입은 예수 성심을 위로하라 △ 성체 축일(오늘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후 금요일을 예수 성심을 공경하는 축일로 지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알라코크 수녀가 받은 사적 계시가 교회로부터 인정되면서 예수 성심 신심은 성모 마리아 방문 수녀회와 예수회 등을 통해서 전 세계로 확산했다. 이와 함께 5월 성모 성월과 인접해 있고 예수 성심 축일이 있는 6월을 예수 성심 성월로 지내는 관습도 생겨났다.

 

비오 9세(재위 1846~1878) 교황은 1856년에 이전까지 지역 교회 차원에서 지내던 예수 성심 축일을 보편 교회 축일로 확대했고, 1873년에는 6월을 예수 성심 성월로 인가했다. 또 레오 13세(재위 1878~1903) 교황은 1899년 예수 성심께 전 인류를 봉헌하는 회칙을 반포했고, 비오 12세(재위 1939~1958) 교황은 “예수 성심 신심이야말로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는 가장 효과적인 학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인간의 구원자」,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통해 구원의 원천인 하느님의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의 성심을 통해 나타나며, 예수 성심 신심은 하느님의 자비로우심을 고백하는 가장 합당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사제 성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5년 ‘성목요일 사제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예수 성심 대축일이나 적당한 날을 선택해 사제 성화의 날로 지낼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한국 교회는 1996년부터 예수 성심 대축일에 교구별로 사제 성화의 날을 지내오고 있다.

 

사제들의 성화는 왜 필요할까? “교회 안에서 새로운 세기 복음화의 우선적인 주체요 대상은 바로 사제들이기 때문이다.”(「현대의 사제 양성」 82항)

 

사제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복음화의 사명을 최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사제 자신이 먼저 복음의 빛으로 쇄신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제는 피곤과 고독, 고립화 등에 직면해 있으며”(「사제의 직무와 생활지침」 37항), 실제로 일선 사목 자들은 과중한 사목 업무와 책임, 이에 따른 영성의 빈곤 등을 사제 성화의 걸림돌로 꼽고 있다.

 

사제 성화는 ‘복음화’와 ‘교회의 성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제 성화를 위한 교회 공동체 전체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사제들은 사제단의 친교와 일치, 협력 안에서 자신의 사제직을 전 생애를 통해 완성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평신도들에게도 사제 성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제의 성화는 평신도들의 성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신도들은 ‘기도와 희생’을 통해 사제 성화에 적극 동참해야 하며, 특히 평신도 자신이 사제들의 성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교회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은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사제들이 ‘예수 성심’을 본받아 ‘완전한 성덕’을 지닐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도하고 필요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예수 성심은 사제 성화의 궁극적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사제 성화의 날을 예수 성심 대축일에 지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제 성화의 날은 교구 공동체 전체가 사제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제들의 성화를 위해 기도와 희생을 봉헌하며, 모든 사제가 자신의 신원과 사명에 합당한 성덕의 중요성을 재발견하도록 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이에 베네딕토 16세(재위 2005~2013) 교황은 “교회는 거룩한 사제,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을 증거하고 사람들이 이 사랑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사제를 필요로 한다”면서 “그리스도의 본질이자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은 예수 성심에 있다”고 강조했다.(2009년 사제의 해 개막 예식 강론) 그러면서 교황은 예수 성심에 충실하며 이를 따르려 부단히 노력했던 사제가 바로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였다며 “사제들이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며 복음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6월 21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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