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다시 명동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2002년도에는 사목국 일을 하였고, 지금은 성소국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2002년도에는 청계천 복원 사업을 하고 있었고, 지금은 명동 개발로 교구청 신축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길거리 음식도 몇 가지 변하였지만 변함없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어묵으로 만든 ‘핫바’였습니다. 물론 10년이 지나면서 가격은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사목국에서의 일은 주로 구역장과 반장들을 위한 소공동체 교육이었습니다. 매년 있는 지구 월례교육의 강사를 섭외하는 일이었습니다. 여성 구역봉사자와 남성 구역봉사자를 위한 피정을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었습니다. 3년이 훌쩍 지나갈 정도로 바쁜 날들이었습니다. 그때는 교구 시노드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제 새로이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성소국이라는 옷은 제게 설레임을 주고, 긴장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도전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풀어가는 재미도 있을 것입니다. 전임 신부님들께서 이루신 일들에 벽돌 한 장 더 얹어 놓는 마음으로 하려합니다.  

예전에 명동 거리는 일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어제 돌아보니 명동 거리에는 중국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분들의 의상이나, 행동이 예전과는 달리 세련되어 보였습니다. 그만큼 중국이 발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환전소’가 많이 생겼습니다. 아마도 중국인 고객을 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두 가지를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충실하게 전하는 바오로 사도입니다. 자신의 일을 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사도였습니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도였습니다. 복음을 위한 열정에는 다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도였습니다. 지금 당장 하느님께로 가고 싶지만 한 사람에게라도 복음을 더 전하기 위해서 살고 있다고 고백하던 사도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입니다.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는 사람들입니다. 공동선을 위한 힘을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입니다. 자국민을 향해서 신경가스를 살포하는 사람들입니다. 외부의 적을 막으라는 군대의 힘을 국민을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루하루는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지나면 그 사람이 지나온 자리에 표시가 나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업종이 바뀐 곳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몇 십 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도 있는 것을 봅니다. 아마도 주인이 성실하였을 것입니다. 새로운 맛을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혼과 정신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그런 모습을 생각하며 명동에서 첫날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