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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례자 요한의 수난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29 조회수415 추천수3 반대(0)

 어제는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20년 전에 저는 용산 성당에 있었습니다. 그때 성경공부를 함께 했던 분들이 찾아오셨습니다. 그분들의 세례명, 배우자의 직업, 자녀들을 기억해 냈습니다. 20년이 지난 일들을 기억하는 제게 기억력이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한 자매님께서 20년 전에 저에게 상담을 하셨다고 합니다. 상담한 내용이 기억이 나느냐고 말씀하시는데 그것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잘 모른다고 말씀드렸더니 약간 실망하는 눈빛이었습니다. 20년 전의 세례명, 배우자의 직업, 자녀들을 기억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상담한 내용까지 기억하는 것이 제게는 무리였나 봅니다 

강론이나 강의를 쓰고 그것을 외우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자꾸만 하니까 어떤 것들은 사진처럼 기억이 나고, 어떤 것들은 순서가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암기력하면 배우들입니다. 배우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이해하고, 자신들이 해야 할 대사를 외우기 때문입니다. 요즘 한국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많다고 합니다. ‘설국열차, 숨바꼭질, 감기, 더 테러 라이브와 같은 영화를 많이 본다고 합니다. 이들 영화는 훌륭한 연기자가 있어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배우들이 처음부터 주연배우를 하고,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대사를 잊어버리고, 말이 잘 나오지 않고, 행동이 어색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꾸준한 연습과 노력으로 카메라 앞에서 떨지 않게 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2002년부터 교구 사목국에서 일을 했습니다. 본당에 있을 때는 주일미사 강론 10분만 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목국에서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2시간씩 강의를 해야 했습니다. 내용도 문제지만, 2시간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처음 2시간 강의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한참을 이야기한 것 같은데 시간을 보니 15분밖에 지나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나고, 무슨 이야기를 계속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당황했었습니다. 3년이 지난 2005년도에는 떨지도 않으면서 2시간씩 강의를 편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자꾸 하니까 요령도 생기고, 신자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지금도, 다른 본당이나 단체에 가서 강의를 하려고하면 여전히 걱정은 됩니다. 막상 강의를 하면 마음이 편해지는데, 강의를 하기 전까지는 걱정을 하는 저 자신을 봅니다. 오늘 제1독서는 큰일을 앞둔 사람들에게, 평소와는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예레미야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제 너는 허리를 동여매고 일어나, 내가 너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말하여라. 너는 그들 앞에서 떨지 마라. 그랬다가는 내가 너를 그들 앞에서 떨게 할 것이다. 그들이 너와 맞서 싸우겠지만 너를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너를 구하려고 너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함께하고 있음을 믿으면 우리는 두려움 없이 주어진 사명을 충실하게 할 수 있습니다. 

본당에서는 새로운 직책을 맡게 되는 분들을 봅니다. 직책을 맡기 전에는 두려워하고 걱정들을 하지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들에게는 말씀의 은혜를 주시고, 분별의 지혜를 주시며, 어려움을 이겨낼 용기를 주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세례자 요한은 주연은 아니지만, 조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생활을 했고,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회개의 세례를 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세례자 요한에게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례자 요한을 따라서 제자가 되었고, 세례자 요한을 오시기로 한 메시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나는 앞으로 오실분의 길을 준비하러 왔습니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습니다. 그분은 점점 커지셔야하고, 저는 점점 작아져야 합니다. 저기 하느님의 어린양이 오신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을 따르던 제자들이 예수님께로 가는 것을 막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을 기뻐하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의자를 생각합니다. 성당에 와도, 식당에 가도, 차를 타도, 집에 가도 우리는 의자를 볼 수 있고, 아무 생각 없이 의자에 앉습니다. 의자들은 우리들의 지친 몸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자리를 비워줍니다. 의자가 없다면 우리는 참으로 불편한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나를 편안하게 해 주는 의자를 생각하며, 예수님을 위해서 기꺼이 의자가 되어준 세례자 요한을 생각합니다. 우리들 또한 우리들의 삶을 통해서 기꺼이 남을 위한 의자가 되어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들의 어머니, 본당의 많은 봉사들은 가족들을 위해, 하느님을 위해 사랑의 의자가 되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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