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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외롭고 가난한, 불쌍한 사람들 - 2013.8.29 목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29 조회수431 추천수2 반대(0) 신고

2013.8.29 목요일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예레1,17-19 마르6,17-29

 

외롭고 가난한, 불쌍한 사람들

 

외롭고 가난한, 불쌍한 사람입니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도달한 결론입니다.

 

예언자들을 통해서 극명히 들어나는 이런 인간의 본질입니다.

하여 저절로 솟아나는,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자비 송입니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얼마 전 하느님께서 불러 가신 정요한 수사를 통해서도 똑같이 느끼는 심정입니다.

함께 살아도 여전히 외롭고 가난한,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하여 삶의 의욕을 잃고 절망하여 자살하는 이들도 속출합니다.

 

과연 힘들 때 언제든 찾아갈 사람이, 찾아 갈 집이 있는지요.

아주 드물 것입니다.

 

사람은 많아도 실상 만나 위로와 격려를 받을 사람은 없고

집은 많아도 편히 몸과 마음을 쉴 곳도 없을 것입니다.

하여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주님을 만나러 주님의 집에서 편히 쉬고자 수도원을 찾습니다.

외롭고 가난한, 불쌍한 존재임을 깨달을 때

저절로 연민으로 가득 차는 가슴이요, 주님께 대한 굳센 신뢰입니다.

 

시편이 그리도 좋은 것은 외롭고 가난한 이들의 기도이자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시편71,1-17참조)도 그대로 외롭고 가난한 이들의 기도입니다.

 

“주님, 제가 당신께 피신하오니, 영원히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하소서.

당신의 의로움으로 저를 건져 주소서.

제게 귀를 기울이소서.

저를 구원하소서.”

“이 몸 보호할 반석이 되시고, 저를 구할 산성이 되소서.

당신은 저의 바위, 저의 보루시옵니다.

저의 하느님, 악인의 손에서 저를 구원하소서.”

“주 하느님, 당신은 저의 희망, 어릴 적부터 당신만을 믿었나이다.”

“당신 의로움, 당신 구원의 행적을, 저의 입은 온종일 이야기 하리이다.”

 

외롭고 가난한 이들이 바친 신뢰와 탄원의 시편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 고립무원, 사면초가의 상황 중에 있는 예레미야도

이 시편을 기도했을 것입니다.

 

1독서와 복음의 장면이 캄캄한 어둠입니다.

온통 악의 어둠이 사로잡고 있는 절망적 현실입니다.

 

그렇게 사람은 많은 데 진짜 하느님의 사람은 예레미야와 세례자 요한뿐입니다.

모두가 악의 하수인들 같습니다.

예레미야가 이런 상황을 돌파할 수 있었음은 순전히 하느님의 힘이었습니다.

 

위의 시편에 응답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오늘 내가 너를 요새 성읍으로, 쇠기둥과 청동 벽으로 만들어 온 땅에 맞서게 하고,

유다의 임금들과 대신들과 사제들과 나라 백성에게 맞서게 하겠다.

그들이 너와 맞서 싸우겠지만 너를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너를 구하려고 너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외롭고 가난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주님의 든든한 위로와 격려 말씀입니다.

하느님만이 진정 우리의 힘이요, 피난처(避難處)이자 위로처(慰勞處)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의 처지 역시 사람의 눈으로 볼 때는 참 외롭고 가난합니다.

예언자들은 물론 우리 믿는 이들의 처지도 깊이 들여다보면 이와 흡사합니다.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사람답게 직언하다가 헤로디아의 미움을 사

어처구니없이 헤로데에게 순교의 죽음을 당한 세례자 요한입니다.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두려워하며 보호해 주기까지 했던

헤로데의 우유부단함, 어리석음, 경솔함에 기인한 악행입니다.

 

헤로데는 별종의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 줏대가 되어 그 삶의 중심에 자리하지 않을 때 누구나의 가능성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참 애매합니다.

실상 살아있으나 죽어있는 삶이 있고, 죽어있으나 영원히 사는 삶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 살아있는 삶인가 묻게 됩니다.

바로 외롭고 가난한, 불쌍한 존재임을 깨달아

주님께 대한 신뢰와 이웃에 대한 연민으로 살아가는 이들만이

진정 살아있다 할 수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외롭고 가난한, 불쌍한 우리에게 위로와 평화를 주시어 내적부요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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