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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끝자리"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31 조회수763 추천수9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연중 제22주일


<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


복음: 루카 14,1.7-14






세졸라의 성모


라파엘로 작, (1514),  피렌체 팔라티나 미술관


     < "끝자리" >

         

우리는 모두 미운오리새끼 이야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한 오리가 태어났는데 형제들과는 너무 모양세가 달라 형제들은 물론 부모님께도 사랑을 받지 못합니다. 이에 시름에 빠져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마침 자신과 비슷한 모양과 목소리를 지닌 새들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백조들입니다. 이에 삶의 활기를 찾아 백조의 삶을 기쁘게 살아간다는 내용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불안합니다. 내가 왜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하지만 누구도 그 해답을 주지 못합니다. 다만 부모님만이 우리가 서로 사랑해서 너를 낳았단다!’하며 내가 존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열심히 살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임을 스스로 느끼며 갖는 마음이 자아존중감(自尊感)’이라고 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일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마음이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존감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자존감은 내 스스로가 아닌 어떤 대상을 통하여 얻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마치 강아지를 사람취급하면 그것이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과 같습니다. 미운오리새끼에서 보듯이 이 자존감, 즉 나도 귀한 존재의 이유가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갖지 못하게 되면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스스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스스로 자신이 귀중한 존재임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모습을 꾸짖으시는 것입니다. 이 말은 아직 자존감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은 아직 불안한 어린이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 어른이 되어도 스스로 자신이 존귀한 존재임을 인정받고 싶어 할까요? 그 이유는 부모님의 사랑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단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사춘기입니다. 사춘기가 되면 부모님이 자신을 사랑해서 만들어 준 분들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됩니다. 왜냐하면 부모님은 나의 머리카락 하나도 다시 만들어 줄 수 없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때는 더 원초적인 나의 근원, 즉 하느님의 사랑으로 그분이 나를 존재하게 해 주셨음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면 영원한 불안감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시대의 탈옥자 신창원을 잘 아실 것입니다. 다른 많은 범죄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를 그렇게 만든 가장 큰 책임은 부모님에게 있었습니다.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 아버지는 술과 도박에 빠져 삶을 자포자기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육성회비와 급식비를 가져오라고 독촉했고 그것이 싫어 학교를 빠지게 되었는데 아버지는 자신을 속였다는 이유로 아들을 때렸고 나중에는 아이들에겐 전혀 관심 없는 젊은 새엄마까지 들어왔습니다. 새엄마는 신창원의 동생이 아픈데도 아무 관심도 없었습니다. 결국 가출을 했다가 갈 데가 없어 돌아와서는 또 맞고, 학교도 집으로도 세상에서도 자신을 받아줄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에게 대한 증오, 아버지에 대한 증오, 새엄마에 대한 증오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입니다. 미운오리새끼 신창원은 작은 도둑질과 싸움으로 시작하여 남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살아가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죽지 못해서 살게 되더라도 폭력과 쾌락, 재물 등을 삶의 의미로 붙들게 됩니다. 그런 것들의 집착이 커지게 되면 범죄자까지 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나의 존재이유를 설명해 주지 못합니다. 극도의 불안함 속에 죽지 못해 그것들이라도 붙들고 살아갈 뿐인 것입니다.

 

그런데 신창원이 요즘 조금 변했습니다. 사실 많이 변했습니다. 바로 이해인 수녀님과의 만남을 통해서입니다. 이해인 수녀님은 사랑과 종교의 의미를 알려주었습니다.

사랑해요, 창원이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 알죠? 우리 모두 기도하며 응원하고 있으니까 힘내요.”

이해인 수녀님을 이모라 부르며 둘은 여러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과 이해인 수녀님의 암투병 소식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증오하던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자신도 죽고 싶을 정도로 한탄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녀님께 아버지를 위해 기도를 부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수녀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이렇게 썼습니다.

새장 같은 공간, 그리고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 나약한 의지를 어찌할 수 없는 장벽 앞에서 절망하며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을 때, 바삐 날아온 사랑이 있었습니다. 35년이 흘러 지금은 희미해져 버린 어머니의 향기 그리고 요람 같은 포근한 가슴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홍역을 앓듯 마음의 몸살을 앓을 때면 마치 곁에서 지켜보고 계셨던 것처럼 한 걸음에 달려오셨지요. 이모님은 때론 어머니처럼, 때론 친구처럼 그렇게 그렇게 저의 공간을 방문하여 손을 내미셨습니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심정으로 내리사랑만 베푸시다 지금은 알을 품은 펭귄의 헤진 가슴으로 홀로 추운 겨울을 맞고 계시는군요. 처음 이모님의 병상소식을 접했을 땐 눈물뿐이었습니다.”

 

자아존중감이 떨어지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한다고 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챙겨줄 여유가 없기 때문이랍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인정해 주기만을 바랄 뿐인 것입니다. 바로 윗자리에 앉으려는 사람들이 그런 모습입니다. 남을 높여주기 보다는 남들이 나를 존중해 주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창원은 이제 아버지의 마음도, 수녀님의 마음도 읽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마음을 갖기 시작하면 남에게 해가 되는 일은 좀처럼 할 수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범죄를 저지를 때는 남의 고통에 대해서는 극히 무감각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전에는 남의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면 이젠 자신이 남의 감정을 알아주게 된 것입니다.

 

사람의 일생을 둘로 나눈다면 아이와 어른일 것입니다. 아이 때는 사랑을 받으며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느껴야 할 때입니다. 그 때는 부모로부터 왕 대접을 받습니다. 그런데 신창원은 이렇게 대접만 바라는 아이였다가 어떤 한 사람의 사랑으로 어른으로 새로 태어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새로 태어나게 해 준 어른, 그 분이 이해인 수녀님인 것입니다.

이해인 수녀님이 택한 자리가 바로 남들이 원하지 않는 가장 아랫자리’, 즉 가장 끝자리인 것입니다. 이 자리를 다른 말로 하면 희생이라고 합니다. 부모님이 자녀들을 위해 택하는 자리, 그것이 희생인 것과 같습니다. 이 끝자리를 택할 줄 아는 사람이 어른이고 자녀에게도 삶의 의미를 심어줄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 또한 이 세상에서 가장 끝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 자리가 바로 마구간이었고, 성가정이었으며, 차디찬 십자나무의 멸시와 고통이었습니다. 그것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귀중하고 사랑받을만한 존재인지 일깨워주셨습니다. 그래서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어른이 되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희생으로 인해 우리가 새로 태어난 것입니다. 그렇게 얻게 된 것이 바로 평화입니다. 이 평화를 세상이 빼앗을 수 없는 이유는 세상이 사라져도 남는 평화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십자가의 십자가, 멸시, 고통, 죽음을 내 이웃을 위한 제물로 바칠 줄 알 때 하늘나라에서 커다란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러려면 먼저 예수님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고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은 내가 제물이 되는 단계입니다. 나에게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제물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서 세상에 온 것처럼, 우리 존재의 궁극적 의미는 바로 이 끝자리, 즉 십자가의 희생에서 발견되는 것입니다.

 

월요일 묵상은 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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