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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늘이 내린 인물들 -섬김의 대가(大家)들- 2013.9.3 화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03 조회수509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3.9.3 화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학자(540-604) 기념일, 2코린4,1-2.5-7 루카22,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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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인물들

-섬김의 대가(大家)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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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인물들이 섬김의 대가들입니다.

‘섬기다’란 순 우리말이 참 좋습니다.

관상과 활동 모두가 수렴되는 지점이 섬김입니다.

섬김은 사랑의 표현이자, 모든 수행 또한 섬김의 방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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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글을 쓸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그분은 온갖 정성을 다해 공동체를 도왔다’ 는 대목이 웬 지 마뜩치 않았습니다.

‘그분은 공동체를 온갖 정성을 다해 공동체를 섬겼다.’로 바꿔 놓으니

훨씬 좋았습니다만 여전히 미흡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분은 온갖 정성을 다해 주님과 공동체를 섬겼다.’ 비로소 흡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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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이 바로 그랬습니다.

온갖 정성을 다해 주님을, 교회공동체를, 세상을 섬겼습니다.

그분의 업적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1.교회의 영적쇄신과 사회적 개혁,

2.수도생활 제도의 개혁,

3.외교활동(랑고바르드족의 침입과 동로마 제국과의 관계),

4.게르만 민족의 여러 부족에 대한 포교활동,

5.전례개혁, 한 가지만 해도 벅찬데

온갖 힘을 다해 다방면에 걸쳐 모두를 섬겼던 교황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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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오 대 교황은 바쁜 활동 가운데서도 엄청난 양의 저서들을 남겼습니다.

그의 저서로는

욥기 주해서 35권,

40편의 복음 강론,

22편의 에제키엘 강론,

아가주해서,

1열왕기 주해서,

사목규정서,

대화집4권,

848편의 서간집 14권,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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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서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성 토마스 아퀴나스, 토마스 머튼도 흡사합니다.

바쁜 와중에고 짬짬이 고도의 집중력으로 초인적 저술을 한 분들입니다.

바쁘고 시간이 없어

책을 못 읽는다는 것은, 글을 못 쓴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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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문득 떠오른 얼마 전 읽은 박 시백 화백의

인터뷰 한 대목(한겨레8.27일 27면)입니다.

그는 2077권의 이조실록을 독파하여

20권의 대하 역사만화 ‘조선왕조실록을 10년 만에 완간한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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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인물만 해도 400여명, 그 밖의 소소한 이를 합치면 1000명이다.

이 중 가장 매력적인 인물을 꼽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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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세종, 이순신이다.

정도전은 젊은 날의 이상을 이루고자 끝까지 간 사람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대개 이상 자체에 매몰되거나 현실에 매몰되는데,

정도전은 성리학 이상의 구현되는 국가 건설을 위해 현실의 접점을 계속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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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은 처음엔 흠 좀 잡아봐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사람이 너무나도 압도적인 천재성이 있었다.

늘 새로운 사업을 제기했는데 이것을 토론하고 신하들을 학습시킨다.

과제가 완수될 때까지 틀어쥐고 끝까지 나아간다.

제대로 된 나라 세우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 것이다.

중세 임금답지 않았다.

현대적인 지도자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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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조선 조정은 수전을 포기하는 게 기본 입장이었다.

이순신은 일본이 조총이 있지만 우리는 화포가 있고 배가 튼튼하다.

우리 앞바다니까 지형지물을 잘 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적과 나를 알고 싸우는 기본기에 투철함으로써 전체판도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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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 이순신은 그 시대 빼어난 인물이 아니라

그 시대와 걸맞지 않게 하늘이 내란 인물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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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와 걸맞지 않게 하늘이 내린 인물’은

그대로 성 대 그레고리오에 적용됩니다.

하늘이 내린 섬김의 대가 성 대 그레고리오 대 교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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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란 말도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으로부터 유래합니다.

얼마 전 ‘서번트 리더십’이란 책을 선물 받았는데

바로 이 교황님은 ‘서번트 리더십’의 모범임을 깨닫습니다.

필시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인 베네딕도 수도공동체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은

교황님임이 분명합니다.

예수님의 ‘섬김의 원조’요 말 그대로 하늘이 내린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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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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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섬기는 배움터인 우리 수도 공동체 한 가운데에

섬기는 분으로 현존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진정 섬기는 이는 지배하는 이나 군림하는 자와는,

또 권세를 부리는 모습과는 판이합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섬김의 대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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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선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선포하고,

우리 자신을 예수님을 위한 여러분의 종으로 선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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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종. 모든 이의 종으로 자신의 신원의식을 분명히 하는 바오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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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말씀과 성체로 섬기러 오시며

우리 또한 섬김의 대가 되어 살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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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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