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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9월4일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복음묵상)
작성자신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04 조회수655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13년9월4일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복음묵상

“예수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들을 고쳐 주셨다.” (루카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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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 하늘 나라에 간 어린 친구가 떠올랐다.
이름은 정 현진 스테파노, 나이는 12살이었다.

서품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풋내기 신부로서 남대문 시장 상인 사목과 주로 피정 지도로 나름대로 열정을 쏟고 있을 때였다.

전화기가 울어댄다. 인천의 어느 본당에서 열심히 사목회 전례분과장으로 활동하시던 분의 음성이었다.
"이게 누구십니까?"
"저에요. 신부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신부님, 아이를 하느님께서 불러가시려나 봅니다. 강남 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그분의 말씀은 병자성사를 부탁한다는 말씀이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충청도 어느 시골에서 정말 어렵게 생활하며 신앙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던 분이었다.
너무 사람이 좋아 어느 중소기업의 사장의 눈에 들었고 공장장 역할을 하던 정말 착실하고
소위 세상이 말하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그런 분이셨다.
그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의 가정에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이 찾아온 것이다.
일단 병원으로 가기로 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 순간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 한 구석에서 슬픔과 분노가 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만 하는가! 부모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이 가능하단 말인가!" 등등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질문들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약속한 날이 되었고 차를 몰고 강남으로 향했다. 가슴이 답답했다. 도저히 무슨 말로 부모들을 위로할 수 있을 지 난감했다. 결국 병실 문 앞 이름표를 확인하고 문을 두드리는 순간까지도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병실에는 아이의 아버지가 창문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고, 엄마는 아이의 침대에 올라앉아 고통스러워하는 아이의 팔과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슬픔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한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아이를 내려다 본다. 머리에는 아기 손만한 혹이 서너 개가 나와 있었고 한 쪽 눈도 암 세포가 번져 퉁퉁 부어있는 상태로 감겨져 있었다.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스테파노가 복사를 하겠다고 찾아왔을 때와 복사를 처음하고 신이 나서 친구들에게 자랑하던 티없이 잘생긴 모습이 순간 지나쳐 간다.
아무 말 없이 그 아이의 손을 잡아주고 이내 병자성사를 주려고 영대를 매고 책을 펼쳤다. 성호를 그어야 하는데 눈물이 나오고 목이 메어 소리를 낼 수가 없다. 옆에서 보고 있던 아이의 아버지가 나를 도와서 성호경을 대신해준다. 정말 힘들게 병사성사를 집전하고, 연락하라는 말만 남기고 목례와 함께 병원을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날 저녁 전화가 걸려왔다.
"신부님, 아이가 성사를 받고 아주 평화롭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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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 장례미사를 드리기 위해 다시 성모병원을 향해 달려간다.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채.

병원 영안실 옆에 장례미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몇몇 안 되는 조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 엄마는 지칠 때로 지친 상태로 제대를 옆으로 하고 앉아, 관이 놓인 곳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아, 그렇다. 정말 하느님은 이 아이를 너무너무 사랑하시는구나."라는 어떤 깨달음이었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리고 미사가 시작되었고, 강론을 시작한다.
"여러분, 아마도 하느님께서는 스테파노를 무척 사랑하시나 봅니다. 우리 눈물을 그만 흘립시다. 그리고 기쁘게 이 미사를 드립시다. 제 말씀 좀 들어보세요. 우리는 길어야 백 년을 산다고 합니다. 영원이라는 시간을 놓고 볼 때 점으로도 보이지 않는 여정이지요. 하지만 그 점으로도 보이지 않는 그 시간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미움과 고통과 욕심으로 살아가야 합니까? 오늘 우리 앞에 누워 있는 이 아이를 보십시오. 이 아이는 고작 열 두 살입니다. 이 아이가 죄를 지었다면 과연 무슨 죄를 지을 수 있었을까요? 성적표를 엄마에게 보일 수가 없어서 엄마 몰래 도장 꺼내서 찍은 것? 아니면 친구들하고 오락실 가고 싶어서 엄마 몰래 주머니 뒤진 것? 이것이 죄입니까? 우리들이 이 삶 안에서 짓는 죄에 비한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슬퍼하지 맙시다. 이 아이는 하느님께서 천사로 쓰시려나 봅니다. 죄의 기회를 주지 않으시고 당신 옆에 두시고 싶을 정도로 이 아이를 사랑하셨나 봅니다.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이 아이는 천사가 되어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엄마, 아빠에게 아무 걱정 말라고 말하고 있을 겁니다. 나는 행복하다고 말입니다."

순간 사람들의 얼굴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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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병으로 고통을 받고 그 병을 치유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절망하는 사람들이 주변에는 참 많다.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죽음들을 보면서 “하느님은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기도 한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아픈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머리 위에 손을 얹으시고 치유해주셨다는 말씀을 전하고 있다.
언젠가 말했듯이, 우리의 육체란 완전한 치유를 경험할 수 없다.
반드시 우리의 몸은 끝을 만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치유의 대상은 우리의 마음과 영혼이다. 그 치유를 위해 치유를 청해야만 한다.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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