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사랑하려면, 먼저 미워하라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07 조회수800 추천수7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연중 제23주일


<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


복음: 루카 14,25-33







십자가에 못박히는 예수


안젤리코 작, (1450), 프레스코, 169x134 cm, 피렌체 성마르코 박물관


     <  사랑하려면, 먼저 미워하라 >

    

   

정신과 의사 이무석씨 책 ‘30년 만의 휴식’(101-7), 캐나다 멕길대학 정신과 교수인 다반루 박사가 한 우울증 환자를 치료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환자는 30대 회사원이라고 합니다. 그는 자신이 매우 초라하고 못나보여서 견딜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는 매우 소심하고 복종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의사와 이야기 할 때도 머리를 항상 내리깔고 바닥만 보며 이야기 하였습니다. 목소리도 떨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의 사회생활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엉망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반루 박사는 이렇게 묻습니다.

왜 나를 쳐다보지 못하십니까?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

그는 몹시 당황하다가 자기 마음속에 떠오르는 상상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 선생님을 마주 쳐다보는 것은 건방진 행동이에요. 선생님은 화가 나서 저를 버릇없는 놈이라고 소리 지르실 거예요.”

그리고요? 그때 당신은 어떻게 하십니까?”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 잠시 뒤 울음을 터뜨리며 큰 소리로 자신이 하고 있는 상상을 말합니다.

저도 화가 나요. 의자로 선생님을 후려쳐 버려요. 선생님의 머리는 박살이 나고 골이 흘러 나와요. 선생님의 눈도 튀어나왔어요.”

그 때 박사가 다시 묻습니다.

눈은 무슨 색이지요?”

초록색이요. ... ! 그런데 선생님의 눈은 초록색이 아니군요. ...”

그는 비로소 초록색에 대한 기억을 떠올립니다. 초록색은 아버지와 관련이 있는 색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너무나 엄한 분이셔서 동생과 싸우면 항상 자신만 야단쳤고 몸이 약한 어머니를 무시하고 자주 때렸다고 합니다. 나중에 힘이 생기면 아버지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자신을 서재에 불러놓고 한 시간씩 설교를 하곤 했는데, 아버지의 서재에 걸려있던 그림이 초록색이었던 것입니다. 즉 이 환자는 자신이 증오하지만 죄책감으로 자신 속에 묻어 둔 아버지의 모습을 이 의사에게 투영시켜 그의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경우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것이 어떻게든 다른 이들에게 전이되어 누구와도 편한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미 눈에 증오와 죄책감과 두려움 등의 비늘이 씌워져 모든 것들을 비뚤어진 시각으로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고 자신의 탓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그 화살을 돌리게 된 것과 같습니다.

어쨌든 이 환자는 비로소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고 아버지를 이해하려 노력했으며 상태가 하루가 다르게 호전되었습니다. 다반루 박사가 환자를 5년 뒤에 다시 만났는데 그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했고 뛰어난 유머감각이 있었으며 성공적으로 직장생활을 잘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환자가 자신의 문제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려 하지 않았다면 자신을 볼 수 없었을 것이고 그러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와의 관계를 위해 반드시 또 누군가와의 관계를 통해 나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본래 완전하지 않고 완전으로 가는 도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란 영화가 있습니다. 특수 훈련을 받고 남한에 파견돼 바보역할을 하며 임무를 기다리는 김수현이 주인공입니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당장이라도 내어 놓아야 하는 훈련을 받았지만 2년 동안 슈퍼에서 일을 도와주며 살아가는 동안 동네 사람들에게 정이 들어갑니다. 특히 무뚝뚝하고 짠순이인 슈퍼 주인아주머니는 자신을 위해 일해 주는 바보 동구(김수현)를 친 아들처럼 여기며 몰래 장가갈 밑천까지 조금씩 저금을 해 놓습니다.

바보’, 그 역할은 세상 사람들과 온전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과거를 지닌 우리 자신들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희생을 먹고 조금씩 변화되게 되는 것이고, 온전한 관계를 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더 이상 이 간첩들이 필요하게 되지 않자 스스로 자결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지만 동네 사람들의 정에 끌려버린 김수현과 동료들은 죽기를 거부합니다. 과거가 죽으니 살고 싶어 진 것입니다. 결국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쳐야 한다고만 쇠뇌 당해왔던 공작원 마음 안에 새로운 무언가가 자라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써서 먹을 수 없는 죽은 물을 살아있는 샘물로 만드는 이야기가 구약성경에 여러 번 나옵니다. 특히 써서 마실 수 없는 물에 모세가 나뭇가지를 넣어 달게 만들었다는 마라의 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나뭇가지는 바로 십자가를 상징할 것입니다. 십자가의 희생만이 죽어가는 우리를 살아있는 생명수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예언자 엘리사는 죽은 물에 소금을 넣어 생명의 샘으로 변화시킵니다. 소금 또한 누군가가 물에 녹아 사라지는 희생이 있어야만 그 본성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찬가지로 영화에서의 남파공작원들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북어 두고 온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김수현에게 그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해 주었던 슈퍼 주인아주머니의 사랑과 희생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먼저 미워하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먼저 떠나야합니다. 떠나서 나를 받아주고 사랑해 주는 그 사랑의 원천에서 내가 과거를 털고 새로운 인간으로 탄생해야만 온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수준의 인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입니다. 먼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으면 당신의 제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은, 당신처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과거의 모든 것들을 떠나고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손과 발이 없지만 희망의 전도사로 활약 중인 닉부이치치의 결혼 이야기는 참 재미있습니다. 그의 불구는 누구도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멸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만나고 나서는 그렇게 태어난 것도 주님의 섭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변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처지로서는 어림도 없는 미녀를 좋아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사귀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부이치치는 밀어붙입니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지금부터 1년 동안 우리 서로 연락을 하지 맙시다. 이메일도 전화도 문자도 하지 맙시다. 그리고 1년이 지난 뒤에도 우리 사랑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하느님이 뜻으로 알고 함께 합시다.”

1년이 지나도 그들의 사랑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혼까지 이르게 되었고 아이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부이치치는 먼저 하느님께 다가갈 줄 알았고, 또 모든 인연을 하느님께 맡길 줄 알았습니다. 먼저 떠날 줄 알 때야만, 먼저 하느님께 향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려놓을 줄 알 때야만, 참다운 관계, 영원한 사랑이 가능해 지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오산 성당 홈페이지  : http://cafe.daum.net/ca-osan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