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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제자의 길 -사랑, 십자가, 버림- 2013.9.8 연중 제23주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08 조회수380 추천수2 반대(0) 신고

2013.9.8 연중 제23주일, 지혜9,13-18 필레9ㄴ-10.12-17 루카14,25-33

주님 제자의 길

-사랑, 십자가, 버림-

 

한 번 뿐이 없는 선물 인생입니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람답게 살고 싶은 바람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유롭고 행복한 삶, 지혜롭고 품위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주님은 오늘 연중 제23주일에 이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주십니다.

바로 주님의 제자가 되어 사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 배치가 절묘합니다.

1독서가 인간 한계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라면 복음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입니다.

 

“어떠한 인간이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겠습니까?

누가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을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죽어야 할 인간의 생각은 보잘 것 없고, 저희의 속마음은 변덕스럽습니다.

썩어 없어질 육신이 영혼을 무겁게 하고,

흙으로 된 이 천막이 시름겨운 정신을 짓누릅니다.

저희는 세상 것도 거의 짐작하지 못하고, 손에 닿는 것조차 찾아내지 못하는데,

하늘 것을 밝혀낸 자 어디 있겠습니까?

당신께서 지혜를 주시지 않으시고, 그 높은 곳에서 당신의 거룩한 영을 보내지 않으시면,

누가 당신의 깨달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렇게 해 주셨기에 세상 사람들의 길은 올바르게 되고,

사람들이 당신 마음에 드는 것이 무엇인지 배웠으며,

지혜로 구원을 받았습니다.”(지혜9,13-18).

1독서의 내용을 통째로 인용했습니다.

인간 한계를 자각한 자의 지혜를 청하는 간절한 고백의 기도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절규와도 같은 기도가 떠오릅니다.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의 육체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겠습니까?

고맙게도 하느님께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구해 주십니다.”

(로마7,24-25ㄱ).

주님은 하시는 일마다 진실하시고 이루신 일마다 자애로우십니다.

주님은 당신께 비옵는 누구에게나, 진정으로 비옵는 누구에게나 가까이 계십니다.

바로 우리 가까이 계신 주님께서 우리의 간절한 물음에 응답하시어

당신 제자로서 지혜롭고 품위 있게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십니다.

 

첫째, 주님을 열렬히 사랑하십시오.

 

주님을 사랑하여 따르는 이가 주님의 제자입니다.

유대인들의 화법에 미워한다는 말은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사랑한다는 말은 집착한다는 뜻입니다.

사랑하면 집착하게 마련이고 하여 사랑하는 이에게 집착하지 않는 것보다

더 힘든 일도 없습니다.

주님의 단호한 명령은 그 누구에게도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친지들을 말씀그대로 미워하라는 말이 아니라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집착 없는 깨끗한 사랑이 가능하겠습니까?

주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마음과 정신과 힘을 다하여 주님을 사랑하는 것, 이 길뿐입니다.

분도 성인의 핵심적인 두 가르침이 생각납니다.

‘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마라.’

‘아무것도 하느님의 일보다 앞세우지 마라.’

바로 하느님이신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을 으뜸으로 하여

하느님의 일인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기도로

주님 사랑을 고백하는 우리 수도승들입니다.

 

바로 하느님 사랑의 표현인 하느님의 일 찬미와 감사의 기도가 하느님 사랑을 촉진하며 형제들에 대한 집착 없는 깨끗한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 생명을 주는 참 사랑을

가능하게 합니다.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참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 주님을 우리 삶의 중심에 모시고 마음을 다해, 목숨을 다해 사랑할 때

형제들에 대한 참 사랑입니다.

집착 없는 깨끗한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입니다.

바로 2독서에서 필레몬의 종 오네시모스에 대한 바오로의 사랑이 그 모범입니다.

 

“나는 내 심장과 같은 그를 그대에게 돌려보냅니다.

…이제 그대는 그를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종 이상으로,

곧 사랑하는 형제로 돌려받게 되었습니다.”

종이 아니라 심장처럼 사랑하는 형제로 대하는 바오로의 참 순수한 사랑입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 사랑과 이웃에 대한 참 사랑이 우리를 정화하고 성화하여

사랑의 주님을 닮게 합니다.

이런 사랑 중에 저절로 형성되는 지혜로운 삶, 품위 있는 삶입니다.

 

둘째,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주님을 따르십시오.

여러분의 제 십자가는 무엇입니까?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이가 주님의 제자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도, 타인의 십자가도 아닌 바로 제 십자가입니다.

때로는 힘들게 느껴지는 내 존재자체가 무거운 짐의 십자가일 수 있습니다.

내 운명의 십자가, 내 책임의 십자가입니다.

피하고 싶고 내려놓고 싶은 제 십자가입니다.

누구도 져줄 수 없는, 내가 짊어지고 가야하는 제 십자가입니다.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 이미 유전으로, 환경에 의해 주어진 십자가일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주님을 따르라 하십니다.

이래서 순교적 삶입니다.

서로 비교할 수 없는 내 고유의 십자가입니다.

사람이 다 다르듯 십자가의 크기, 색깔, 모습도 다 다릅니다.

이 운명의 십자가 없이는 구원도 없습니다.

제 십자가를 피해 갈 곳 아무데도 없습니다.

제 십자가가 무겁다하여 피하면 더 큰 십자가가 기다립니다.

십자가를 잘 짊어지고 갈 수 있는 방법은

내 운명의 십자가를 긍정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주님을 사랑하십시오.

바로 주님을 사랑할 때 내 운명의 십자가를 사랑할 수 있고, 주님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갈 수 있는 힘도 주십니다.

 

순교자 성월인 9월,

주님은 우리 모두 제 십자가를 잘 짊어지고 갈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천국 문에 도착해도 우선, 주님이 점검하는 것은 십자가일 것입니다.

언젠가 십자가는 더하기(†)라 표현한 적도 생각이 납니다.

나†하느님이니

바로 제 십자가는 무궁한 힘의 원천이자 충만한 삶의 원천임을 깨닫게 됩니다.

항구히 제 운명의 십자가를, 책임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주님을 따르지 않고는

구원도 없습니다.

 

모두들 다 나름대로 무거운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주님을 따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또한 동병상련의 도반들입니다.

막연한 형제 사랑이 아니라

십자가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는 형제들에 대한 연민의 사랑, 위로와 격려로

십자가의 짐을 덜어주는 사랑입니다.

형제들의 십자가의 짐을 가볍게 해주지는 못할망정 무겁게 하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셋째, 자기(소유)를 다 버리십시오.

내외적으로 자기 소유를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이가 주님의 제자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기를 버리는 일이요, 자기를 비우는 일입니다.

평생 자기 비움, 자기 버림의 여정 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말 그대로 모든 소유를 버리고 따랐던 제자들이었습니다.

문제는 탐욕입니다.

버리고 버려도 끊임없이 버릴 것이 있듯이, 모으고 쌓아도 끝이 없는 탐욕입니다.

 

바로 자기 소유를 다 버린다는 것은 탐욕을 버리는 것입니다.

사실 오늘 날 대부분 힘들게 사는 이들은 버릴 자기 소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버릴 탐욕은 있습니다.

모든 불행의 진원지는 탐욕입니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는 무욕의 초연한 삶을 뜻합니다.

소유가 아닌 존재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소유의 쾌락이요 존재의 기쁨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사탄의 시스템’ 신자본주의 체제,

설국열차 안에서 탐욕의 노예 되어 자기를 잃고 괴물로 살아가는 지요.

사람이 되어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힘든 과제는 없습니다.

 

억지로 자기 소유를 버리지도 못하고, 자기를 비우지도 못합니다.

자기 버림과 자기 비움 역시 사랑의 열매입니다.

주님을 열렬히 사랑할 때, 주님이 우리의 영원한 참 보물임을 발견할 때,

우상인 재물은 그 힘을 잃어 저절로 버리고 비우기 마련입니다.

하느님보다 더 큰 보물은 없기에 세상 보물들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어

저절로 집착 없는 자유로운 삶입니다.

설국열차에서 하차입니다.

저절로 세상 우상들로부터 해방이요 자유입니다.

죽어서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습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갑니다.

다만 주님과 사랑의 관계 하나만 갖고 갑니다.

최소한도 의식주의 삶에 만족하는 삶이어야 합니다.

참으로 영적혁명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9월 순교자 성월, 첫 주일인 오늘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당신의 제자가 되어

자유롭고 행복하게, 지혜롭고 품위 있게 사는 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1.주님을 열렬히 사랑하십시오.

2.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십시오.

3.자기를 버리십시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을 열렬히 사랑하는 우리 모두에게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항구히 당신을 따를 수 있는 은총과 힘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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