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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관계는 성소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09 조회수836 추천수9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 예수님께서는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그리고 열두 제자를 뽑으시고 그들을 사도라고 부르셨다. >


복음: 루카 6,12-19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


카라바죠(Caravaggio) 작, (1606), 제노바 롯소궁전


     < 관계는 성소다 >

                 

저에게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물론 영적인 딸입니다. 수녀원에 들어갈 때 추천서를 써 준 자매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휴가를 나왔다고 인사를 왔었습니다. 참 반가웠습니다.

그 자매는 세례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주일학교 교사와 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성소의 꿈을 꾸었습니다. 저는 그러나보다 했는데 제가 유학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수녀원 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부님의 추천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저는 그 자매가 다니는 성당의 본당신부님께 써 달라고 부탁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로 이사 가서 본당신부님도 자신을 잘 알지 못하고, 연세가 많으셔서 이미 딸이 굉장히 많으셔서, 아는 사제가 있으면 그 사제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고, 수녀원에서도 그것을 허락했다는 것입니다.

약간 부담스러우면서도 추천서를 로마에서 써서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딸이 생겼다는 기쁨과 무언가 모르는 책임감이 마음을 내리눌렀습니다. ‘자녀를 낳으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수녀님이 되어서 휴가 올 때마다 인사를 오는 것입니다. 예전의 한 명의 교사로서의 자매가 아니라, 추천서를 써 주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하느님께서 맺어준 인연이라는 질긴 끈이 보이지 않게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사제나 수도자로 부르시면 누군가와의 결혼을 포기해야합니다. 반대로 하느님께서 결혼을 원하시면 사제가 되거나 수도자가 되는 삶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관계를 맺거나 맺지 않거나를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정해주신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뜻을 밤새 여쭈어보신 것입니다. 그 많은 제자 중에서 아버지께서는 예수님께서 어떤 이들과 함께 더 깊은 관계를 맺으시기를 원하셨는지 밤새 물어보셨던 것입니다.

 

저도 지내오면서 매우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던 것 같습니다. 핸드폰이나 미니홈피에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이름들, 그러나 지금 연락되는 사람들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의 이름이 더 많습니다. 처음 만날 때는 계속 만날 것처럼 여기며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지만 정작 통화를 하는 사람은 10%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10%도 대부분 본당 사목을 위해서나, 혹은 일을 위해서, 혹은 동기신부들과 같이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사람들입니다. 특히 저의 동기신부들은 제가 신학교 있을 때 함께 공부했던 신부들이 아닙니다. 제가 유학을 다녀오는 바람에 그들과 함께 서품을 받게 되어 동기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동기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모임을 갖습니다.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한 달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만나는 친구들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만큼 하느님께서 맺어주셨다는 것이 큰 힘을 갖는 것 같습니다.

 

열두 사도가 이렇게 예수님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뽑힘을 받았듯이, 관계에 있어서도 그 관계가 오래가기 위해서는 성당에서 하는 혼인식과 같이 어떤 공식적인 예식이 있으면 좋습니다.

세례식을 하지 않아도 믿음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결혼식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부부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믿음이나 관계는 오래가기 힘듦이다. 열두 사도가 예수님과 함께 다녔지만, 오늘 밤새 기도한 다음 다른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뽑힘을 받고 무언가 새로운 관계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셨다는 이런 공식적인 무엇이 없다면 조금만 힘든 일이 오더라도 그 관계를 더 유지하기 위한 의지가 줄어들고 그렇게 관계가 흐지부지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성당에서 작은 봉사를 맡더라도 임명장을 꼭 주려고 합니다. 한 장의 종이에 불과하지만 임명장을 받은 이들은 하느님께서 뽑아주셨다는 느낌과 믿음이 힘들고 어려운 때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배우자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제들도, 내 성당의 사제도, 대부 대모 등도 모두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사람들입니다. 내가 원해서 만난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분께서 맺어주셨으니 더 충실해야 하는 의무도 생깁니다. 그러나 하느님 뜻이라는 것, 이것이 관계의 깊이를 더하고 소중한 관계를 맺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셨다고 믿는다면 그 믿음과 함께 관계도 영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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