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지나가는 십자가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13 조회수502 추천수9 반대(0) 신고

 

지나가는 십자가

견딜 수 없는 우리의 고통이 잠시나마 완화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의 더 큰 고통을 바라볼 때입니다. 아니면 동병상린이라고 나와 똑같은 방식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을 만날 때입니다. 고통을 겪고 있는 상대방에게는 정말이지 송구스런 일이나, 그의 고통을 바라보며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이 아니로구나, 하는 마음에 고통을 견딜 힘이 조금은 생겨나더라구요.

그런데 이 세상에 가장 큰 고통을 체험한 사람, 고통의 가장 끝, 가장 극단에 서신 분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의 위로방식, 구원방식이 참으로 특별합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을 한 번에 없애주지 않으십니다. 그저 우리와 똑같은 고통을 겪으십니다. 우리의 이 참혹한 현실, 단 한 번에 확 바꿔주지 않으십니다. 다만 우리와 똑같은 처지에 서십니다. 우리와 나란히 걸어가십니다. 우리가 매일 지고 가는 이 무거운 십자가 간단하게 치워주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지고 가는 십자가로 다가오셔서 우리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십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그저 적선하듯이 던져주는 구원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하심을 통한 구원, 우리 사이에 현존하심을 통한 구원입니다. 하느님의 우리 인간을 향한 극진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구원 방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십자가 정말 무겁습니다. 그리고 지긋지긋합니다. 도무지 왜 이런 십자가를 주시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취해야할 행동방식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지신 십자가를 바라보는 일입니다. 내가 지금 지고 가는 이 십자가는 나 홀로 지고 가는 십자가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함께 지고 가는 십자가임을 확고하게 인식하는 일입니다.

십가가와 관련해서 금상첨화인 태도는 이 십자가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왜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무거운 십자가를 보내시는 것일까요? 우리를 못살게 하기 위해서? 그것을 즐기기 위해서?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그릇을 더 키우기 위한 배려가 아닐까요? 우리 영혼을 더 맑게 정화시키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그래서 하느님 나라에 더 합당한 사람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때로 정말 견디기 힘든 혹독한 십자가지만 그 어떤 십자가라할지라도 다 지나갑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슬픔? 지나갑니다. 깊은 마음의 상처? 지나갑니다.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 지는듯한 실패? 지나갑니다. 모두가 다 흘러갑니다.

결국 우리 앞에 남는 것은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자비입니다. 우리의 성장과 구원의 도구인 십자가가 남습니다.

때로 슬픔도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고통도 좋은 에너지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절망 역시 희망의 첫출발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꼭 기억할 일, 나 혼자만 아프지 않습니다. 나 혼자만 슬프지 않습니다. 나 혼자만 십자가를 지고 가지 않습니다. 나와 비슷한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매일 나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 가십니다. 매일 내 병상 바로 옆자리에 누워계십니다. 나와 함께 고통을 겪고 계십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